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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네스 로고프 “위안화, 5년 내 기축통화 반열 오른다… 달러 패권은 ‘다극화’ 직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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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네스 로고프 “위안화, 5년 내 기축통화 반열 오른다… 달러 패권은 ‘다극화’ 직면”

하버드 석학의 경고... “달러 무기화가 유로·위안화의 독립 선언 앞당겨”
암호화폐, 지하 경제에선 ‘왕’이지만 합법 경제에선 달러 대체 불가능
중국 위안 지폐.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중국 위안 지폐. 사진=로이터
세계적인 경제학자이자 '금융 위기 800년의 역사'의 저자인 케네스 로고프(Kenneth Rogoff) 하버드대 교수가 미국 달러의 절대적 지배력이 흔들리고 있으며, 향후 5년 안에 중국 위안화가 중요한 글로벌 기축통화로 자리 잡을 것이라는 파격적인 전망을 내놨다.

로고프 교수는 30일(현지시각)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와의 인터뷰에서 지정학적 긴장과 미국의 금융 제재 남발이 오히려 경쟁 통화들의 자립을 가속화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 위안화 국제화의 ‘임계점’ 도달… “5년 내 기술적 도약 마칠 것”


로고프 교수는 시진핑 주석이 최근 위안화의 기축통화 지정을 공개적으로 촉구한 점을 '결정적 순간'으로 꼽았다.

그동안 중국의 실무진은 달러로부터의 독립을 원해왔으나 지도부가 안정을 이유로 주저해왔다. 하지만 이제 최고위층의 승인이 떨어진 만큼 위안화 국제화 속도는 전례 없이 빨라질 전망이다.

로고프는 중국이 모든 자본 시장을 개방할 필요는 없다고 말한다. 미국 역시 1970년대까지 외환 제한이 있었음에도 기축통화 지위를 유지했다. 관건은 국채 시장을 외국 투자자에게 개방하고, 위안화가 달러에 묶여 있지 않고 자유롭게 변동하도록 허용하는 것이다.

중국은 스위프트(SWIFT)를 대체할 자체 금융 철도인 CIPS를 강화하고 있다. 로고프 교수는 "현대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하면 기존 시스템을 훨씬 저렴한 비용으로 복제할 수 있다"며 중국이 5년 내에 독자적인 국제 거래 중개 역량을 갖출 것으로 내다봤다.

◇ 유럽의 ‘해방’ 노력… “신용카드 1장이 아닌 3~4장을 갖는 시대”


로고프 교수는 유럽 역시 미국 달러의 변덕에 인질이 되는 상황에서 벗어나려 한다고 진단했다.

트럼프 행정부 시절 겪은 지정학적 갈등은 유럽인들에게 금융 독립의 시급성을 일깨웠다. 유럽은 이제 자체 군사력 구축과 더불어 달러에 의존하지 않는 금융 인프라 개발에 1000억~2000억 유로를 투자할 의지가 생겼다.
미래의 금융 시스템은 달러가 여전히 상위에 있되, 유로와 위안화가 강력한 대안으로 공존하는 '신용카드 3~4장을 주머니에 넣고 다니는 형태'가 될 것이다. 이는 특정 국가가 금융 제재를 무기로 상대를 괴롭히는 능력을 약화시킨다.

◇ 암호화폐, ‘지하 경제의 제왕’… 하지만 합법 시장 대체는 ‘글쎄’


로고프 교수는 암호화폐가 미국 달러에 위협이 되는 지점에 대해서도 명확한 선을 그었다.

전 세계 GDP의 약 20%(약 20조 달러)를 차지하는 지하 경제(탈세, 불법 거래 등)에서 암호화폐, 특히 스테이블코인은 이미 100달러 지폐 가방의 자리를 대체하고 있다. 추적이 어려운 특성 때문이다.

그러나 정부가 자국 통화의 통제권을 암호화폐에 내주는 일은 없을 것이다. 정부는 규제와 법적 권한을 통해 암호화폐의 확산을 막을 충분한 힘이 있다.

로고프 교수는 민간 암호화폐보다 정부가 발행하는 CBDC(중앙은행 디지털 화폐)가 국제 거래를 원활하게 하는 핵심 수단이 될 것으로 보았다. 특히 중국은 견고한 금융 구조 위에 디지털 위안화를 얹어 승리를 노리고 있다.

◇ “금융 패권의 수비 교체는 이미 시작되었다”


로고프 교수는 통상 기축통화의 교체에는 반세기 이상이 걸리지만, 지금은 그 흐름이 매우 빠르다고 강조했다. 특히 미국의 '천재법(STABLE Act)'과 같은 규제들이 너무 자유로워 탈세를 조장할 위험이 있다고 경고하며, 향후 스테이블코인에 대한 규제가 중앙은행 수준으로 엄격해질 것이라고 예측했다.

결국 미래는 가장 혁신적이고 효율적인 기술을 가진 통화가 승리하는 전쟁터가 될 것이며, 중국은 홍콩을 실험실로 삼아 두 걸음 전진하고 한 걸음 물러나는 특유의 신중한 방식으로 이 전쟁에 임하고 있다.


신경원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shincm@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