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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WTO 역할 제한될 것”…전자상거래 관세 협상 결렬에 직격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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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WTO 역할 제한될 것”…전자상거래 관세 협상 결렬에 직격탄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 사진=로이터
미국이 세계무역기구(WTO)의 앞으로 역할이 제한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전자상거래 관세 협상과 개혁 논의가 잇따라 결렬되면서 WTO의 영향력이 약화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지난달 31일(이하 현지 시각)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는 이번 협상 실패 이후 WTO가 향후 글로벌 통상 정책에서 “제한된 역할만 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 전자상거래 관세 협상 결렬…WTO 개혁도 무산


그리어 대표는 전날 카메룬 야운데에서 열린 WTO 각료회의에서 나흘간 진행된 협상이 결렬된 뒤 “많은 회원국의 진지함이 부족했다”면서 강한 실망감을 드러냈다.

이번 회의에서는 보조금 규제, 디지털 무역, 개발도상국 투자 등 WTO 개혁 전반이 논의됐지만 전자상거래 관세 문제를 둘러싼 갈등으로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특히 28년간 유지돼온 전자상거래 관세 부과 유예 연장을 두고 미국과 브라질 등이 충돌하면서 결국 합의 없이 종료됐다. 유럽연합(EU) 측도 회의 전부터 WTO가 현대 통상 환경에 대응하지 못하면 존재감이 약화될 수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 미국 “WTO 밖에서 추진”…다자 체제 균열 확대


그리어 대표는 전자상거래 관세 유예 종료를 “특히 실망스럽다”고 평가하며 미국이 WTO 외부에서 협력을 추진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그는 “WTO가 상식적인 목표를 달성하지 못한다면 미국은 뜻이 맞는 국가들과 함께 별도의 협정을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미국은 일부 국가들과 디지털 전송에 대한 관세를 부과하지 않는 이른바 복수국 간 협정(plurilateral agreement)을 추진할 계획이다. 실제로 미국은 수십 개국으로부터 전자상거래 관세를 도입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확보했다고 밝혔다.

◇ 브라질과 충돌…WTO ‘변방화’ 우려 커져


외교 소식통들은 미국이 유예 기간을 몇 년 단위로라도 연장하는 방안을 제시했지만 브라질이 2년 이상 연장을 거부하면서 협상이 무산됐다고 전했다. 이와 함께 주요국 통상장관들의 참석이 저조했던 점도 WTO 위상 약화를 보여주는 신호로 해석된다.

이번 회의에서는 WTO 개혁 로드맵 역시 채택되지 못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정책과 중국의 대규모 무역흑자 등으로 기존 다자 통상 체제가 흔들리는 상황에서 WTO가 실질적인 해법을 제시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결국 미국이 WTO 밖에서 별도 협력 체계를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하면서 글로벌 통상 질서는 다자주의에서 벗어나 다층적·분절적 구조로 재편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