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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이란전 위해 JASSM-ER ‘올인’…태평양 비축분까지 끌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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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이란전 위해 JASSM-ER ‘올인’…태평양 비축분까지 끌어왔다

개전 전 2300발 중 가용 재고 425발만 남아…중국 견제용 장거리 타격망까지 잠식
한 달 새 1000발 넘게 소모…정상 생산으론 회복에 수년, 美 미사일 전략 시험대
미 공군 장병들이 2월 14일 텍사스 다이스 공군기지에서 JASSM(Joint Air-to-Surface Standoff Missile)을 운반하고 있다. 블룸버그는 미국이 이란전을 위해 JASSM-ER 비축분 대부분을 중동으로 돌리면서, 태평양 등 다른 전구에 남은 가용 재고가 크게 줄었다고 전했다. 사진=미 공군이미지 확대보기
미 공군 장병들이 2월 14일 텍사스 다이스 공군기지에서 JASSM(Joint Air-to-Surface Standoff Missile)을 운반하고 있다. 블룸버그는 미국이 이란전을 위해 JASSM-ER 비축분 대부분을 중동으로 돌리면서, 태평양 등 다른 전구에 남은 가용 재고가 크게 줄었다고 전했다. 사진=미 공군

미국이 이란전을 치르기 위해 자국이 보유한 최첨단 장거리 스텔스 순항미사일 JASSM-ER 재고 대부분을 중동에 집중 배치한 것으로 전해졌다. 전쟁 초기부터 인명 손실을 줄이기 위해 원거리 정밀타격에 크게 의존한 결과다. 그러나 그 대가로 미국이 중국 견제를 위해 태평양에 쌓아뒀던 핵심 타격 수단까지 빠르게 비워지고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4일(현지 시각) 블룸버그에 따르면 미 국방부는 3월 말 태평양 비축분에 있던 JASSM-ER을 중동으로 돌리라는 명령을 내렸다. 미국 본토와 기타 해외 기지에 있던 물량도 미 중부사령부 기지나 영국 페어퍼드로 이동시키는 조치가 이어졌다. 그 결과 개전 전 약 2300발이던 JASSM-ER 재고 가운데, 전 세계 다른 전구에 즉시 돌릴 수 있는 물량은 약 425발만 남게 된 것으로 전해졌다. 기술 결함이나 손상으로 사용 불가능한 물량도 약 75발에 이른다.

이 숫자는 미국의 장거리 타격 구조가 얼마나 빠르게 닳아 없어지고 있는지를 보여준다. 425발은 B-1B 전략폭격기 17대가 한 차례 임무를 수행하면 사실상 소진될 수 있는 규모다. 더구나 이란전에는 JASSM-ER만 투입된 것이 아니다. 사거리 약 250마일의 기본형 JASSM까지 포함하면, 미국이 보유한 해당 계열 장거리 공대지 미사일의 약 3분의 2가 이번 전쟁에 묶여 있는 셈이라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태평양 비축분까지 끌어온 미국

JASSM-ER은 록히드마틴이 생산하는 장거리 공대지 스텔스 미사일로, 600마일 이상 날아가 적 방공망 밖에서 핵심 표적을 정밀 타격하도록 설계됐다. 고강도 분쟁 초기에 적의 방공망, 지휘시설, 핵심 기반시설을 안전거리에서 두드리는 데 최적화된 무기다. 다시 말해 미국이 중국이나 러시아 같은 강대국과의 충돌까지 염두에 두고 비축해온 대표적 스탠드오프 타격 자산이다.

문제는 소모 속도다. 블룸버그는 미군이 이란전 첫 4주 동안에만 JASSM-ER 1000발 이상을 사용했다고 전했다. 여기에 베네수엘라의 니콜라스 마두로 체포 작전에도 47발이 쓰였다. 미국이 한 달 남짓한 시간 동안 소비한 양은 연간 생산량을 크게 웃도는 수준이다. 2026년 예정 생산량은 396발이며, 생산 라인을 JASSM 계열에 최대한 집중하더라도 연간 860발 안팎이 한계로 거론된다. 지금 같은 소모 속도라면 재고 회복에는 긴 시간이 필요하다는 계산이 나온다.

한 달 새 1000발…생산이 소모 못 따라가


이란전이 드러낸 것은 미국의 화력 자체 부족이 아니라, 고급 정밀무기를 오래 지속해 쓸 수 있느냐는 문제다. 미국과 이스라엘은 이미 이란 방공망의 상당 부분을 무력화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 덕분에 더 저렴하고 흔한 무기 사용 여지도 넓어졌다고 본다. 실제로 미 합참의장 댄 케인은 미국이 최근 B-52를 이란 상공에 띄우기 시작했다고 밝혔는데, 이는 값비싼 장거리 미사일 대신 더 저렴하고 충분한 JDAM 정밀유도폭탄 투하가 가능한 수준으로 공역 위험이 낮아졌다는 해석을 낳고 있다.

하지만 전장의 현실은 그만큼 단순하지 않다. 보도에 따르면 미국은 지난 금요일 F-15E 전투기 1대를 잃었고, 이어 A-10 공격기 1대도 격추됐다. 전투 탐색구조 헬기 2대도 이란 화력에 피격됐으며, 전쟁 기간 동안 MQ-9 공격형 무인기 12대 이상이 파괴됐다. 이란 영공이 완전히 안전해졌다고 보기 어려운 이유다. 미군이 B-52와 JDAM을 병행하면서도 여전히 장거리 스텔스 미사일에 크게 의존하는 배경이 여기에 있다.

미국이 치르는 부담은 공격용 미사일에만 그치지 않는다. 이란은 지금까지 1600발이 넘는 탄도미사일과 약 4000발의 샤헤드 계열 순항·자폭형 무기를 발사한 것으로 집계된다. 걸프 국가들의 공식 집계를 기준으로 탄도미사일 방어에만 최소 3200발 이상의 요격탄이 필요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패트리엇 PAC-3와 사드(THAAD) 요격탄 생산능력이 빠르게 늘고는 있지만, 이런 대량 소모를 즉시 감당하기엔 여전히 빠듯하다.

이번 사태는 미국의 군사력이 약해졌다는 뜻이 아니다. 오히려 압도적 타격 능력을 가진 미국조차 고강도 분쟁이 길어질 경우, 가장 값비싼 스탠드오프 자산부터 빠르게 닳아 없어진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전쟁 초기에 사람을 덜 잃기 위해 장거리 정밀타격에 의존할수록, 나중에는 더 어려운 상대를 위해 남겨둬야 할 무기 재고가 먼저 바닥날 수 있다는 딜레마다. 이란전은 미국에 “어디까지 원거리 타격에 의존할 것인가”라는 질문을 다시 던지고 있다.


노정용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noja@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