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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테미스 2호 지구 사진, 사실은 달빛으로만 찍은 야경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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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테미스 2호 지구 사진, 사실은 달빛으로만 찍은 야경이었다

ISO 5만 1200·노출 4분의 1초…54년 만의 유인 달 비행이 뒤집은 우주 사진 상식
오로라·황도광·도시 불빛 한 프레임에…아폴로 '블루 마블'과 결정적으로 다른 이유
'아르테미스 2호'에서 바라본 지구. 사진=연합뉴스이미지 확대보기
'아르테미스 2호'에서 바라본 지구. 사진=연합뉴스
우주에서 지구를 찍은 사진은 수십 년 전부터 있었다. 그런데 이번에 공개된 한 장의 사진은, 알고 보면 이전의 모든 지구 사진과 근본적으로 다르다. 태양빛 한 줄기 없이 오직 달빛만으로 찍어낸, 인류 최초의 지구 야간 전경이기 때문이다.

영국 사진 전문 매체 앤디 웨스트레이크(Andy Westlake)는 4일(현지시각) 미 항공우주국(NASA·나사)이 공개한 아르테미스(Artemis) 2호 지구 사진을 심층 분석해 보도했다.

NASA와 미 공영 라디오(NPR), 알자지라(Al Jazeera) 등 복수 매체가 이 사진의 촬영 배경을 잇달아 전하며 전 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이 사진, 낮이 아니라 밤이었다“
아르테미스 2호 선장 리드 와이즈먼(Reid Wiseman)이 달을 향한 궤도 진입(트랜스루나 인젝션·Translunar Injection) 완료 직후인 지난 2일(현지시각) 오리온(Orion) 우주선 창문으로 지구를 포착했다. 나사는 이 사진에 '헬로, 월드(Hello, World)'라는 이름을 붙여 공개했다.

사진은 얼핏 1972년 아폴로(Apollo) 17호 탑승 우주비행사 해리슨 슈미트(Harrison Schmitt)가 찍은 '블루 마블(Blue Marble)'과 비슷해 보인다. 인터넷에서는 "이미 본 사진 아니냐"는 반응도 나왔다. 그러나 나사가 함께 공개한 촬영 정보가 이 사진의 정체를 완전히 뒤집는다.

사진 속에는 두 곳의 오로라(aurora)와 지구가 태양을 가리는 순간 먼지 입자에 햇빛이 산란되며 삼각형 형태로 나타나는 황도광(zodiacal light)이 담겼다. 별빛도 배경에 선명하다. 낮이라면 이 세 가지는 절대 찍히지 않는다.

태양은 지구 뒤편에 완전히 가려진 상태였다. 즉, 이 사진의 유일한 광원은 달빛이다. 아폴로 시대 지구 사진이 모두 태양광 아래 촬영된 낮 풍경이었던 것과는 전혀 다른 차원이다.

사진에는 스페인 마드리드(Madrid)의 도시 불빛도 보석처럼 박혀 있다. 북아프리카와 사하라(Sahara) 사막도 뚜렷하다. 북쪽이 시계 7시 방향에 오는, 우리에게 익숙한 지도와는 거의 뒤집힌 구도다.

ISO 5만 1200…카메라가 인간의 눈을 훌쩍 넘어서다


달빛만으로 지구 전체를 찍어낸 것은 장비의 힘이기도 하다. 나사가 공개한 촬영 제원은 다음과 같다. 카메라는 니콘 D5(Nikon D5) 디지털 일안반사식(DSLR), 렌즈는 14~24mm f/2.8 줌을 22mm로 설정했다. 노출 시간 4분의 1초, 조리개 f/4, 감도(ISO) 5만 1200.

ISO 5만 1200은 일반 상업 촬영에서 거의 쓰이지 않는 극단적 수치다. 니콘 D5가 이번 촬영에 선택된 것은 저조도 환경에서의 탁월한 화질 때문으로 풀이된다. 22mm라는 광각 설정은 우주선이 지구와 아직 가까운 위치에 있었음을 방증한다.

그래서 대륙의 윤곽이 먼 거리에서 찍은 반구 형태와 달리 약간 왜곡돼 보인다.

우주 사진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DSLR이 아직 죽지 않았음을 보여줬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국도 이 역사에 올라탔다…삼성·SK 반도체 우주 실증 나섰다


아르테미스 2호의 역사적 비행에는 한국도 이름을 올렸다. 한국천문연구원과 나라스페이스테크놀로지가 개발한 우주방사선 관측 큐브위성 'K-라드큐브(K-RadCube)'가 나사의 우주발사시스템(SLS) 로켓에 실려 발사됐으며, 국내 개발 탑재체가 나사의 유인 우주 임무에 동행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K-라드큐브의 핵심 임무는 지구 주변을 도넛 모양으로 감싼 방사선 띠 '밴앨런대'를 비행하며 고도별 방사선 강도를 측정하는 것이다. 지표면에서 가장 가까울 때는 200㎞, 멀 때는 7만㎞를 유지하며 지구를 약 2주간 돈다.

여기에 한국 반도체 기업도 동참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반도체 소자가 K-라드큐브에 실려 우주방사선 환경에서의 내구성과 성능을 직접 시험한다. 삼성전자는 이번 임무에서 나노미터급 회로와 입체(3D) 구조를 갖춘 차세대 반도체 패키지의 내성을 평가한다.

천문학계에서는 "K-라드큐브는 우리나라가 나사의 과학탐사 임무를 넘어, 유인 탐사 시대에 맞는 기술 표준과 안전 기준 수립에 실질적으로 기여하는 단계에 진입했음을 상징한다"고 말했다.

아르테미스 2호의 목표는 1968년 아폴로 8호처럼 달 궤도를 돌아오는 것으로, 향후 유인 달 착륙을 목표로 하는 아르테미스 3호의 전 단계 임무다.

그 비행 도중 와이즈먼 선장이 카메라를 들어 올린 순간, 인류는 54년 만의 달 유인 비행과 함께 지구 야간 전경 촬영이라는 두 가지 역사를 동시에 새로 썼다.

달 기지와 화성 유인 탐사가 가시권에 들어오는 시대, 이 한 장의 야경 사진이 우주 탐사 역사에서 어떤 자리를 차지하게 될지 주목된다.


진형근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inwoo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