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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전쟁에 가로막힌 ‘K-자동차’… 현대차·기아, 유럽·북아프리카 수출 중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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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전쟁에 가로막힌 ‘K-자동차’… 현대차·기아, 유럽·북아프리카 수출 중단

호르무즈 봉쇄로 해운 경로 마비 및 물류비 급등… 평택·당진항서 긴급 대책회의
현대차 3월 해외 판매 2.4% 감소… “전쟁 종료 후에도 공급망 복구에 상당 기간 소요”
현대자동차그룹은 중동을 경유해 유럽과 북아프리카로 향하던 수출 노선이 분쟁으로 인해 사실상 중단되었다고 밝혔다. 사진=현대차이미지 확대보기
현대자동차그룹은 중동을 경유해 유럽과 북아프리카로 향하던 수출 노선이 분쟁으로 인해 사실상 중단되었다고 밝혔다. 사진=현대차
이란 전쟁이 중동 지역을 넘어 글로벌 자동차 공급망을 강하게 압박하고 있다. 세계 3위 자동차 제조업체인 현대자동차그룹은 중동을 경유해 유럽과 북아프리카로 향하던 수출 노선이 분쟁으로 인해 사실상 중단되었다고 밝혔다.

물류비 상승과 원자재 수급 제한이 생산 차질로 이어지는 가운데, 현대차는 전쟁이 조기에 종료되더라도 파괴된 글로벌 물류 네트워크를 재건하는 데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내다봤다.

4일(현지시각) 남아공 자동차 전문지 톱오토에 따르면, 현대차와 기아는 정부와 물류 관계자들과 긴급 회동을 갖고 비상 대응 체계에 돌입했다.

◇ 평택·당진항에 멈춰 선 수출 차량… “공급망 재구축 험난”


현대자동차 글로벌 정책실은 지난 3일 경기도 평택-당진항에서 열린 정부·업계 합동 간담회에서 현재의 위기 상황을 공유했다.

약 4,900대의 차량을 싣고 미국 서해안으로 향할 대형 운송선들이 대기 중인 항구 현장에서, 정책실 관계자는 “분쟁이 끝난다 해도 기존 공급망을 복원하는 데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전쟁으로 인한 연료비 상승과 부품 수급 제약이 협력업체와 생산 라인에 직접적인 타격을 주고 있다. 현대차는 정부와 협력해 공급망 혼란을 최소화하기 위한 다각적인 방안을 모색 중이다.

그룹 물류를 담당하는 현대글로비스는 중동 노선 접근이 불가능해짐에 따라, 상황이 안정될 때까지 임시 대체 장소에 화물을 보관하는 긴급 조치를 시행하고 있다.

◇ 중동향 수출 49% 급감… 스리랑카 등 중간 허브 ‘병목 현상’


한국의 전체 수출은 견조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으나, 전쟁의 직접 영향권인 중동 지역으로의 수출은 궤멸적인 타격을 입었다.
한국의 3월 전체 수출은 40년 만에 가장 강한 성장률을 기록했음에도 불구하고, 중동 지역 선적 물량은 전년 대비 49%나 급감했다.

여한구 통상교섭본부장은은 일부 선적이 스리랑카와 같은 중간 허브로 우회되고 있으나, 두바이 등에서 밀려든 화물로 인해 항구 혼잡이 심화되면서 운송 재개가 지연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현대차의 3월 전 세계 판매량은 35만 8,759대로 전년 대비 2.3% 감소했다. 국내 판매(-2.0%)보다 해외 판매(-2.4%)의 감소 폭이 더 컸는데, 이는 친환경차에 대한 강한 수요에도 불구하고 물류 차질이 실적을 갉아먹은 결과로 풀이된다.

◇ 북미 노선은 건재… 유럽·아프리카 공급망 재편 사활


그나마 다행인 점은 북미 서부 및 동부 해안으로 향하는 노선은 아직 큰 영향을 받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하지만 유럽과 아프리카 시장의 공백을 메우기 위한 전략 수정이 불가피해졌다.

현대차는 중동을 우회해 아프리카 희망봉을 거치는 긴 우회 노선을 검토 중이나, 이 경우 운송 기간 연장과 비용 상승이 뒤따르게 된다.

중동 지역을 거쳐 오던 부품 수급에 차질이 생기면서, 동남아시아나 미주 지역으로 공급처를 다변화하는 작업이 급물살을 타고 있다.

◇ 한국 자동차 산업에 주는 시사점


고유가와 운송 기간 연장은 영업이익률 하락으로 직결된다. 투자자들은 현대차와 기아의 분기 실적 발표 시 물류비용 전가 여부를 확인해야 할 것이다.

전쟁과 같은 외부 충격에 강한 회복력(Resilience) 있는 공급망을 갖춘 기업이 향후 시장 점유율 경쟁에서 유리해질 것이다. 현대차의 현지 생산 비중 확대 전략이 가속화될 전망이다.

수요는 견조하지만 배송이 되지 않는 '백로그(주문 대기)' 물량이 쌓이고 있다. 향후 물류가 정상화될 때 폭발적인 대기 수요가 실적으로 연결될 수 있는 시점을 포착하는 것이 중요하다.


신경원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shincm@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