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유·수송·보험 붕괴 ‘복합 공급 쇼크’… 1억 3300만 배럴 누적 손실, 세계 경제 ‘강제 감속’
인도네시아·슬로베니아 이어 EU도 ‘수요 파괴’ 카드 검토… 고유가발 스태그플레이션 공포
인도네시아·슬로베니아 이어 EU도 ‘수요 파괴’ 카드 검토… 고유가발 스태그플레이션 공포
이미지 확대보기오일프라이스닷컴(Oilprice.com)은 지난 5일(현지시간) "글로벌 연료 부족 사태가 각국 정부를 강제적인 수요 통제 정책으로 내몰고 있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공급 부족과 가격 폭등이 임계치를 넘어서며 시장이 스스로 소비를 줄이는 '수요 파괴' 현상이 전방위적으로 확산하고 있다.
“50리터만 넣어라” 인도네시아·슬로베니아 배급제 실시… 전이되는 에너지 위기
에너지 위기의 직격탄을 맞은 국가들은 이미 극단적인 소비 억제책을 시행 중이다. 인도네시아 정부는 최근 개인 승용차의 하루 연료 구매량을 50리터(L)로 제한했다. 동시에 공무원 재택근무를 강제해 공공 부문의 에너지 소비를 줄이는 고육책을 내놨다.
유럽에서도 유사한 ‘배급제’가 등장했다. 슬로베니아는 유럽 국가 중 처음으로 하루 50리터 연료 배급제를 전격 도입했다. 단 예르겐센(Dan Jorgensen) 유럽연합(EU) 에너지 담당 집행위원은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와의 인터뷰에서 "이번 위기는 상당히 오래갈 것"이라며 "공급 부족 상황에서 수요 관리를 위한 배급제 도입을 옵션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지역별 충격 양상은 차이를 보이지만 공통적으로 ‘국가 비상사태’급 대응이 이어지고 있다.
아시아 신흥국에서는 수입 의존도가 높은 방글라데시는 대학이 문을 닫았고 비축유 고갈 위기에 직면했다. 태국 역시 배급제 수립에 착수했다.
유럽의 경우 높은 에너지 비용이 산업 경쟁력을 훼손하며 공장 가동 중단 등 실물 경기 침체로 이어지고 있다.
1100만 배럴 공급 구멍… ‘에너지 아비트라지’가 부추기는 지역별 편차
이번 대란의 핵심은 중동 전쟁으로 인한 물리적 공급량의 증발이다. 에너지 분석업체 케이플러(Kpler) 데이터에 따르면, 전쟁으로 인한 누적 원유 생산 손실액은 1억 3300만 배럴에 달한다.
‘수요 파괴’의 늪… 경제 주체들이 주목해야 할 3대 지표
전문가들은 현재의 상황이 2020년 팬데믹 당시의 ‘강제적 중단’과는 결이 다른 ‘경제적 붕괴’라고 경고한다. 블룸버그의 에너지 칼럼니스트 하비에르 블라스(Javier Blas)는 "세계적으로 하루 최소 800만 배럴의 수요를 줄여야 하는 상황"이라며 시장 가격에 의한 자발적 소비 감소가 경제 전반의 마진을 압박할 것으로 내다봤다.
에너지 업계 분석가들은 전쟁이 당장 멈추더라도 생산 정상화까지 최소 3~6개월이 걸릴 것으로 보고 있다. 장기화된 유정 폐쇄는 복구 비용을 기하급수적으로 높이기 때문이다.
글로벌 에너지 위기가 심화함에 따라 경제 주체들이 실물 경기 향방을 가늠하기 위해 반드시 주시해야 할 '3대 핵심 지표'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전문가들은 현재의 공급 쇼크가 단순한 가격 상승을 넘어 세계 경제의 구조적 둔화를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하며 다음의 지표들을 실시간 모니터링 포인트로 꼽았다.
가장 먼저 주목해야 할 것은 호르무즈 해협 통행량이다. 공급망 붕괴의 가장 직접적 신호다. 중동 원유 수송의 젖줄인 이 해협의 물류 차단 여부는 공급망 붕괴의 직접적인 신호탄이다. 선박 보험료의 급격한 할증과 운송 지연 시간의 변화를 통해 리스크의 강도를 측정할 수 있으며, 이 지표가 악화할 경우 에너지 수급은 회복 불능의 타격을 입게 된다.
두 번째는 물류비용의 척도인 '유럽 디젤 선물 가격'이다. 인플레이션 확산의 바로미터다. 최근 배럴당 200달러(약 30만 원) 선을 위협하는 디젤 가격이 이 지점에서 안착하거나 추가 상승할 경우, 이는 전 세계적인 인플레이션 압박으로 직결된다. 디젤은 산업 및 운송 전반에 쓰이는 만큼, 이 가격의 고착화는 곧 제품 가격 인상과 소비 위축이라는 악순환을 의미한다.
마지막으로 '국제에너지기구(IEA)의 비축유 잔량'을 확인해야 한다. 이는 시장 심리를 지탱하는 최후의 방어선이다. 각국이 방출할 수 있는 추가 여력과 회원국 간의 공조 수준은 시장의 심리적 저항선을 지탱하는 최후의 보루다. 비축유가 바닥을 드러내거나 공조 체계에 균열이 생길 경우 시장의 공포는 걷잡을 수 없이 확산할 전망이다. 관련 업계에서는 이 세 가지 지표의 임계점 돌파 여부가 향후 6개월간의 세계 경제 향방을 결정지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번 사태는 단순한 수급 불균형을 넘어 에너지 공급망이 지정학적 무기화되는 시대가 본격화됐음을 시사한다. 고유가가 장기화될 경우 세계 경제는 경기 둔화를 넘어 에너지 저소비형 산업 구조로의 강제 재편 압력에 직면할 전망이다. 이에 각국 정부는 비축유 방출을 넘어선 근본적인 에너지 안보 전략과 수요 관리 대책을 마련해야 할 과제를 안게 됐다.
김주원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