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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치킨 1위' 롯데리아에 칼 빼든 세무당국…'이전가격' 정조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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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치킨 1위' 롯데리아에 칼 빼든 세무당국…'이전가격' 정조준

302개 기업 대상 특별 세무조사 단행…2년 연속 적자 및 내부거래 적절성 정밀 검증
로열티·이자비용 집중 점검…‘독립기업 간 거래 원칙’ 준수 여부가 관건
베트남 세무당국이 자국 내 최대 패스트푸드 체인 중 하나인 롯데리아를 포함해 대규모 특별 세무조사에 착수했다. 이미지=제미나이3이미지 확대보기
베트남 세무당국이 자국 내 최대 패스트푸드 체인 중 하나인 롯데리아를 포함해 대규모 특별 세무조사에 착수했다. 이미지=제미나이3
베트남 세무당국이 자국 내 최대 패스트푸드 체인 중 하나인 롯데리아를 포함해 대규모 특별 세무조사에 착수했다. 장기 적자에도 영업을 지속하는 다국적 기업의 '이전가격(Transfer Pricing)' 조작 의혹을 정밀하게 들여다보고, 세금 회피를 차단하겠다는 강력한 의지로 풀이된다. 이전가격이란 다국적 기업 내의 본사와 해외 지사, 또는 계열사끼리 제품이나 서비스를 주고받을 때 적용하는 가격을 말한다.

베트남 상공회의소 기관지 '트엉히에우 꽁 루안'은 지난 10(현지시간) 베트남 조세총국이 롯데리아 베트남 법인(Lotteria Vietnam)을 비롯한 전국 302개 기업을 대상으로 특별 감사를 시행한다고 보도했다. 이번 조사는 최근 2년 이상 연속 적자를 기록했거나 매출 대비 수익률이 비정상적으로 낮은 대형 체인들을 우선 사정권에 뒀다.

2년 새 1998억 동 증발…시장 점유율 1의 역설


롯데리아 베트남은 1998년 진출 이후 240여 개 매장을 운영하며 현지 프라이드치킨 시장 점유율 1위를 지키고 있다. 그러나 외형적 위상과 달리 재무 지표는 심각한 적자 늪에 빠져 있다. 롯데GRS의 통합 재무제표를 분석한 결과, 롯데리아 베트남은 최근 2년 사이 약 1998억 동(112억 원)에 달하는 손실을 본 것으로 나타났다.

구체적인 수치를 보면 상황의 심각성이 더 명확히 드러난다. 지난 2023898억 동(50억 원)의 순손실을 기록하며 적자 늪에 빠진 데 이어, 2024년에는 손실 폭이 더욱 확대되어 약 1100억 동(62억 원)의 순손실을 냈다.

2년 만에 현지 화폐 기준으로 약 1998억 동(112억 원)에 달하는 천문학적인 손실이 누적된 것이다. 특히 2024년 기록한 손실은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최대 규모라는 점에서, 베트남 세무당국은 이 같은 지속적이고 비정상적인 적자 구조를 정밀 검증의 핵심 배경으로 삼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인 2022년에 잠시 흑자를 기록했으나, 다시 대규모 적자로 돌아선 점이 당국의 의구심을 샀다. 세무당국은 매출이 발생하는 구조임에도 불구하고 장기 적자가 이어지는 배경에 본사로 송금하는 비용 부풀리기가 있는지 집중적으로 조사할 방침이다.

로열티·내부거래 '이전가격' 검증이 핵심


베트남 재무부 산하 조세국은 이번 감사에서 '독립기업 간 거래 원칙(Arm's Length Principle)' 준수 여부를 최우선 검증 과제로 꼽았다. 이는 특수관계가 없는 독립된 기업끼리 거래했을 때 형성될 정상 가격을 기준으로 세금을 산정하는 국제표준이다.

조세당국은 특히 다음 네 가지 항목을 현미경 검증한다.
첫째, 그룹 내부 서비스 비용이다. 한국 본사나 지주사에 지불하는 경영 지원 및 기술 서비스 비용의 적정성 여부다.

둘째, 로열티 및 프랜차이즈 수수료다. 브랜드 사용료 명목으로 본사에 송금하는 자금이 수익 창출 기여도에 비해 과다한지 여부를 본다고 한다.

셋째, 원재료 매입가다. 국내외에서 수입하는 원재료의 구매 가격이 시장가보다 높게 책정되어 이익을 인위적으로 줄였는지를 점검하려는 것이다.

넷째, 이자 비용이다. 내부 거래를 통한 차입금 이자가 비정상적으로 높은지 확인하려는 것이다.

조세국 관계자는 "사기 행위와 탈세를 신속히 발견해 국가 예산 손실을 방지하는 것이 목표"라며 "경제적 실질에 상응하는 세금 의무를 이행하지 않은 거래는 인정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베트남 투자 리스크 부각…우리 기업 대응 과제


이번 조사는 롯데리아를 넘어 베트남에 진출한 한국 기업 전체에 대한 경고등으로 해석된다. 베트남 정부가 재정 수입 확충을 위해 다국적 기업의 세무 관리를 대폭 강화하는 추세이기 때문이다.

호치민시 소재의 한 경제 전문가는 "베트남 당국은 이익을 내지 않으면서도 매장을 확장하는 행보를 '이전가격을 통한 이익 이전'의 전형적 사례로 간주한다""현지 진출 기업들은 본사와의 거래 증빙 서류를 국제 기준에 맞게 재정비하고, 비용 발생의 논리적 근거를 확보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다만, 현지 업계 일각에서는 고물가에 따른 소비 위축과 치열해진 패스트푸드 경쟁 환경이 실적 악화의 실질적 원인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이번 감사는 올해 말까지 이어질 예정이며, 조사 결과에 따라 대규모 추징금이나 행정 처분이 뒤따를 수 있어 기업들의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김주원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