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 후 28% 급락한 비트코인… '수도' 공약 무색한 '지하실' 장세
클래리티 법안·SEC 혁신 면제·전략 비축… 하방 지지할 정책 모멘텀은?
클래리티 법안·SEC 혁신 면제·전략 비축… 하방 지지할 정책 모멘텀은?
이미지 확대보기미국 경제 전문지 배런스(Barron's)는 지난 17일(현지시각)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비트코인과 이더리움이 각각 28%, 29% 하락하며 고전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특히 리플(XRP)과 솔라나(SOL) 같은 알트코인은 고점 대비 반토막이 났다. 지난해 10월 비트코인이 12만 6000달러(약 1억 8490만 원)를 찍으며 '25만 달러(약 3억 6690만 원) 시대'를 꿈꿨던 국내외 투자자들에게는 충격적인 성적표다.
이에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업비트·빗썸 등) 내 투자자들 사이에서도 '트럼프 리스크'에 대한 경계감이 확산하고 있다.
이미지 확대보기사활 걸린 '클래리티 법안'… 5월 상원 문턱 넘나
가상자산 시장의 향방을 가를 첫 번째 변수는 상원에 계류 중인 '클래리티 법안(Clarity Act)'의 처리 속도다. 이 법안은 가상자산 규제 권한을 증권거래위원회(SEC)에서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로 이관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규제 모호성을 해소해 기관 자금 유입의 길을 터주겠다는 취지다.
하지만 법안은 현재 두 가지 암초에 부딪혔다. 스테이블코인 이자 지급을 막으려는 은행권의 로비와 트럼프 일가의 크립토 사업 수익을 차단하려는 민주당의 견제다. 비콘 정책 자문사(Beacon Policy Advisors)의 크리스 니부어 분석가는 "6월 전에는 법안이 움직여야 한다"며 "지체될수록 11월 중간선거 국면에 매몰되어 동력을 잃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SEC '혁신 면제'… 제도권 자금 유입의 신호탄
의회가 공전하는 사이, 행정부 차원의 '우회로'가 시장의 숨통을 틔울 전망이다. SEC는 조만간 블록체인 기반 주식 거래 등 실험적 금융 프로그램에 대해 규제를 면제하는 '혁신 면제' 지침을 발표할 예정이다.
앞서 SEC는 지난 3월 '토큰 분류 체계(Token Taxonomy)'를 통해 대부분의 가상자산 거래가 관할권 밖이라는 완화적 신호를 보낸 바 있다. 윈터뮤트(Wintermute)의 론 해먼드 정책 담당은 "토큰화는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라며 "과거 승차 공유 서비스가 법적 토대 마련 전에 시장에 안착했듯, 가상자산도 제도권 편입의 임계점에 도달했다"고 분석했다.
'비트코인 전략 비축'… 국가 차원의 강력한 하방 지지선
마지막 열쇠는 백악관이 준비 중인 '비트코인 전략적 비축' 계획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후보 시절부터 미 정부 차원에서 비트코인을 매입·보유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해 왔다. 백악관 크립토 대응팀의 패트릭 위트는 최근 컨퍼런스에서 "조만간 비트코인 비축에 대한 구체적인 세부안을 공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는 지난해 시장을 주도했던 기업들의 매수세가 잦아든 상황에서, 정부라는 거대 주체가 새로운 수요처로 등장해 가격 하락을 방어하는 강력한 '안전판'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가상자산 투자자들이 당분간 주시해야 할 시장 변곡점 신호는 크게 세 가지로 압축된다.
첫째, 미 상원 은행위원회의 클래리티 법안 통과 여부다. 5월 안에 위원회 문턱을 넘는지가 관건이다. 이 법안은 디지털 자산의 법적 지위를 명확히 하는 핵심 입법으로, 통과 시 시장 참여자들의 불확실성을 대폭 줄일 수 있다.
둘째, 미 국채 금리 동향과 중동 지정학적 리스크다. 고금리 장기화는 위험자산 전반의 투자심리를 압박하며, 중동 정세 불안은 에너지 가격을 자극해 인플레이션 재점화 우려를 높인다. 두 요인이 동시에 악화할 경우 비트코인을 비롯한 가상자산은 직격탄을 맞는다.
셋째, SEC의 혁신 면제 세부 지침 발표 시점이다. 기업들의 블록체인 기반 금융 실험이 제도권 안에서 허용되는 순간이 곧 기관 자금 유입의 신호탄이 된다.
이제 시장은 '트럼프'라는 이름값보다 '명확한 규칙'을 원하고 있다. 비트코인이 10만 달러 고지를 재탈환하기 위해서는 화려한 수사가 아닌, 규제의 회색지대를 걷어내 투자자가 안심하고 돈을 넣을 수 있는 제도적 토양부터 다져야 한다. 정책 불확실성이 해소되는 순간, 가상자산은 다시 한번 도약의 발판을 마련할 것이다.
김주원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