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글로벌이코노믹

빅테크 옥죄다 '성장 늪' 빠진 EU… 한국 기업, 규제 '해자'로 넘는 3가지 전략

글로벌이코노믹

빅테크 옥죄다 '성장 늪' 빠진 EU… 한국 기업, 규제 '해자'로 넘는 3가지 전략

반독점 규제 앞세운 유럽의 '자충수'… 혁신 기업 압박에 장기 침체 가속화
한국 기업, 유럽 현지 '규제 리스크' 수치화하고 기술 표준 선점 서둘러야
유럽연합(EU)이 과도한 반독점 규제로 스스로 경제적 ‘죽음의 고리(Doom Loop)’를 조이고 있다. 기업의 자유로운 합병을 막고 규제 관료들이 혁신 기업을 압박하는 행태가 이어지면서, 유럽 경제가 1%대 성장률의 늪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다는 진단이 나온다. 이미지=제미나이3이미지 확대보기
유럽연합(EU)이 과도한 반독점 규제로 스스로 경제적 ‘죽음의 고리(Doom Loop)’를 조이고 있다. 기업의 자유로운 합병을 막고 규제 관료들이 혁신 기업을 압박하는 행태가 이어지면서, 유럽 경제가 1%대 성장률의 늪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다는 진단이 나온다. 이미지=제미나이3
유럽연합(EU)이 과도한 반독점 규제로 스스로 경제적 죽음의 고리(Doom Loop)’를 조이고 있다. 기업의 자유로운 합병을 막고 규제 관료들이 혁신 기업을 압박하는 행태가 이어지면서, 유럽 경제가 1%대 성장률의 늪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다는 진단이 나온다.

워싱턴포스트(WP)는 지난 17(현지시각) 보도에서 EU의 경직된 규제 문화가 유럽 내 기업들의 경쟁력을 갉아먹고 있다고 분석했다. EU 당국은 최근 기업 합병 절차 간소화를 언급했으나, 현장에서는 여전히 혁신을 저해하는 규제 만능주의가 지배하고 있다는 비판이 거세다.

"인사가 곧 정책"… 반독점 옥죄는 유럽 관료들의 자충수


유럽위원회의 최근 인사는 이러한 우려를 뒷받침한다. 반독점 조사를 총괄하는 자리에 임명된 앤서니 웰런은 파이낸셜타임스(FT)와의 인터뷰에서 미국 빅테크 기업들에 대한 고강도 조사를 멈추지 않겠다며 시장의 목소리에 휘둘리지 않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그의 상급자인 테레사 리베라 경쟁 담당 집행위원 역시 합병 통제를 앞세워 자국 내 경쟁력 낮은 기업을 보호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다. 이는 결국 미국 빅테크 기업들의 유럽 내 사업 확장을 막아 유럽 기업들의 점유율을 억지로 유지하려는 보호무역주의적 발상이다. 마리오 드라기 전 유럽중앙은행(ECB) 총재가 2024년 작성한 보고서조차 유럽의 자멸적인 규제와 부담을 실존적 도전이라고 규정했을 정도다.

벌금 1vs 시총 4000조… 데이터가 증명하는 '규제의 역설'


유럽의 경제 성적표는 암울하다. 지난해 유럽 회원국들의 평균 경제성장률은 1.5%에 불과했다. 올해 2월 기준 실업률은 5.9%를 기록하며, 4.4%인 미국과 대조를 이룬다.

EU의 칼날은 미국 기업을 향해 있다. 지난해 애플과 메타에 부과된 데이터 프라이버시 위반 벌금만 총 8억 달러(11740억 원)에 달한다. 구글 역시 지난 10년간 네 차례나 벌금 처분을 받았다. 하지만 규제 장벽을 높이는 사이 유럽 기업들의 글로벌 위상은 추락했다.

유럽 대기업들의 평균 시가총액은 2000억 달러(293조 원) 수준이다. 네덜란드 ASML(5000억 달러·733조 원)을 제외하면 이렇다 할 대형주가 드물다. 반면 미국 빅테크인 엔비디아, 애플, 알파벳 등은 시가총액 3~4조 달러(4403~5871조 원)를 넘나들며 압도적인 격차를 벌리고 있다. 중국 텐센트 등 선두 기업도 6000억 달러(880조 원) 규모를 형성한다. 이는 유럽이 혁신 생태계 경쟁에서 미국과 중국에 얼마나 뒤처졌는지 보여준다.

유럽 보호주의 장벽 넘을 한국 기업의 '3가지 생존 전략'


유럽의 규제 강화는 현지 진출을 준비 중인 한국 기업들에게 새로운 경영 변수다. 전문가들은 가격 경쟁력만으로는 유럽 시장을 뚫기 어렵다고 입을 모은다. 지금 즉시 다음 3가지를 점검해야 한다.

첫째, 규제 리스크의 수치화다. 유럽 현지 법인의 매출 대비 컴플라이언스(준법감시) 비용 비중을 세밀하게 파악해야 한다. 법안 통과 시 예상되는 과징금이 수익성에 미칠 영향을 시나리오별로 사전에 산출하고 대응 예산을 확보해야 한다.

둘째, 시장 점유율보다 기술 표준 선점이다. 유럽이 주도권을 쥐려는 기술 표준화 작업에 선제적으로 참여해, 규제를 역이용하는 '기술적 해자'를 구축해야 한다. 이는 장기적으로 규제 장벽을 넘는 가장 확실한 생존 전략이다.

셋째, 인수합병(M&A) 전략의 전면 수정이다. 유럽 내 기업 인수 시 당국의 개입 가능성을 1순위 리스크로 산정해야 한다. 무리한 합병보다는 기술 제휴나 조인트 벤처 형태의 우회 협력 모델을 우선 검토하는 유연성이 필요하다.

유럽의 닫힌 문을 억지로 열려 하기보다, 열려 있는 틈을 찾아 효율적으로 진입하는 전략이 절실한 시점이다. 규제 당국이 혁신의 심판이 아닌 감시자로 남는 한, 유럽의 고립은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기 때문이다.


김주원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