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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기업들의 '반도체 쇼핑'…AI 메모리, '치킨게임'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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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기업들의 '반도체 쇼핑'…AI 메모리, '치킨게임' 끝났다?

베이징 뉴 스페이스 타임, 파워브 2328억 인수…스마트시티서 반도체로 급선회
'경기 소모품' 탈피한 메모리… "과거 같은 깊은 침체기 오지 않을 것"
중국 베이징 뉴 스페이스 타임(Beijing New Space-time Technology)이 선전 소재 메모리 모듈 업체 파워브 일렉트로닉 테크놀로지(Powev Electronic Technology)를 10억 7800만 위안(약 2328억 원)에 인수했다. 이미지=제미나이3이미지 확대보기
중국 베이징 뉴 스페이스 타임(Beijing New Space-time Technology)이 선전 소재 메모리 모듈 업체 파워브 일렉트로닉 테크놀로지(Powev Electronic Technology)를 10억 7800만 위안(약 2328억 원)에 인수했다. 이미지=제미나이3
디지타임스는 지난 20일(현지시각) 중국 베이징 뉴 스페이스 타임(Beijing New Space-time Technology)이 선전 소재 메모리 모듈 업체 파워브 일렉트로닉 테크놀로지를 10억 7800만 위안(약 2328억 원)에 인수했다고 보도했다. 이는 단순한 기업 간 결합을 넘어, 인공지능(AI)발 수요 폭발이 범용 메모리 시장의 체질을 어떻게 바꾸고 있는지 보여주는 상징적 사건이다.

"먹고살기 힘들어서"… 스마트시티 업체의 낯선 변신


베이징 뉴 스페이스 타임의 이번 행보는 처절한 생존 전략이다. 거시경제 악화와 지방 정부 예산 축소로 인해 기존 주력 사업인 스마트시티와 야간 경제 부문은 고전을 면치 못했다. 이들은 반도체를 '새로운 성장 활로'로 낙점했다.

이번 인수는 현금 5300만 위안(1086억 원)과 주식 57500만 위안(1241억 원)을 섞은 구조다. 여기에 52500만 위안(1133억 원) 규모의 추가 자금 조달까지 계획했다. 업계는 이를 두고 '전통 산업의 퇴장과 미래 산업으로의 피벗(Pivot)'이라 평가한다. 레노버, 인스퍼 등 굵직한 고객사를 보유한 파워브를 통해 단숨에 시장 점유율을 확보하고, 안정적인 현금 흐름을 만들겠다는 계산이다.

"치킨게임은 옛말"AI 인프라가 쏘아 올린 구조적 성장

과거 메모리 시장은 '치킨게임''가격 등락'의 대명사였다. 공급 과잉과 부족이 반복되는 널뛰기 장세 탓에 투자자들은 항상 경계심을 늦추지 못했다. 그러나 AI 인프라가 구축되면서 판도는 달라졌다. AI 학습과 추론을 위한 데이터센터, 엣지 디바이스 수요가 폭증하며 메모리는 '소모품'이 아닌 '전략적 필수재'로 격상됐다.

증권업계 전문가는 "반도체 저장 장치 산업은 여전히 경기 주기에 따른 등락 위험이 존재하지만, AI 데이터 인프라가 수요를 떠받치면서 과거와 같은 깊은 침체기는 오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고 진단한다. 메모리가 AI 컴퓨팅 클러스터의 핵심 부품으로 자리 잡으면서 수요의 하방 경직성이 강해졌다는 뜻이다. 이러한 변화가 조명 시스템이나 스마트시티 인프라 업체 같은 이종 산업군을 반도체 시장으로 끌어들이는 강력한 유인책이 되고 있다.

중국의 '반도체 자급률' 높이기 전략과 파워브의 몸값


중국 정부의 강력한 '반도체 굴기' 의지가 이번 인수를 관통하는 핵심 배경이다. 파워브는 자체 브랜드인 '글로웨이''아스가르드'를 통해 중국 내수 시장에서 견고한 유통망을 확보한 기업이다. 업계 관계자들은 이번 인수가 중국 내 메모리 모듈 국산화율을 끌어올리려는 '내부 순환' 전략의 일환으로 분석한다. 특히 미국발 수출 통제로 고성능 메모리 공급망이 불안정한 상황에서, 파워브와 같은 모듈 업체를 확보하는 것은 중국 AI 생태계의 허리를 강화하려는 전략적 포석이다. 이는 중국이 범용 메모리 시장의 수입 의존도를 낮추고 독자적인 공급망을 구축하려는 행보를 가속화할 것으로 보인다.

"이제 메모리 볼 때 이 3가지만 확인하라"


메모리 시장이 구조적 성장기에 진입했다는 신호가 곳곳에서 감지된다. 다만 무분별한 투자는 금물이다. 시장의 변동성이 완화되었다고는 하나, 기술 경쟁력과 재고 관리 역량은 여전히 기업의 생존을 결정짓는 핵심이다. 시장의 흐름을 읽기 위해 다음 세 가지 지표를 눈여겨봐야 한다.
첫째, 빅테크 기업의 설비투자 규모다. 메모리 수요는 결국 데이터센터 구축 속도에 달렸다.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메타 등 주요 기업의 분기별 자본 지출이 꺾이지 않는지 확인해야 한다.

둘째, 중국 내 메모리 모듈 재고 순환율이다. 중국 기업들의 시장 진입이 늘어나면 공급 과잉 우려가 다시 고개를 들 수 있다. 파워브와 같은 기업들이 재고를 얼마나 효율적으로 소진하고 있는지, 가동률은 적정 수준인지 점검이 필수다.

셋째, HBM 및 고성능 스토리지 단가 변화다. AI 서버용 메모리 가격이 일반 제품과 차별화된 가격 프리미엄을 유지하고 있는지 확인해야 한다. 이 괴리가 줄어든다면 시장은 다시 과거의 '치킨게임' 국면으로 회귀할 가능성이 있다.

메모리 반도체 시장은 이제 '누가 더 싸게 만드느냐'의 경쟁에서 '누가 AI 인프라의 핵심을 쥐느냐'의 전략 싸움으로 진화했다. 기업들의 잇따른 시장 진입은 메모리가 AI 시대의 혈관임을 방증한다. 이 혈관을 누가 가장 효율적으로 장악하느냐에 따라 향후 10, 반도체 판도가 완전히 재편될 전망이다.


김주원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