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츠·BMW·VW 판매량 5년새 25% 급락…현지 전기차 기술에 압도
100년 내연기관 자존심 무너져…샤오미·BYD 등 '바퀴 달린 스마트폰'에 청년층 열광
100년 내연기관 자존심 무너져…샤오미·BYD 등 '바퀴 달린 스마트폰'에 청년층 열광
이미지 확대보기로이터통신이 지난 21일(현지시각)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폭스바겐(VW)과 BMW, 메르세데스-벤츠 등 독일의 주요 자동차 브랜드는 과거 ‘품질의 상징’에서 현재는 ‘부모세대가 타는 차’라는 이미지로 노후화하며 시장 지배력을 급격히 상실하고 있다.
40년 독주 마침표…내연기관 유산이 오히려 '독' 됐다
1985년 상하이 오토쇼에 처음 등장해 중국인들의 선망을 한 몸에 받았던 폭스바겐의 위상은 이제 과거의 영광에 그치고 있다.
로버트 시섹 폭스바겐 중국 법인 최고경영자(CEO)는 로이터와의 인터뷰에서 "젊은 고객 중 일부는 우리를 부모님 세대나 타는 브랜드로 인식하고 있다"라며 브랜드 노후화에 대한 위기감을 직접적으로 드러냈다.
통계 수치는 더욱 냉혹하다. S&P 글로벌 모빌리티 자료를 보면, 독일 자동차 브랜드의 중국 내 전체 판매량은 지난 2021년부터 2025년까지 5년 동안 약 25% 급감하며 390만 대 수준으로 내려앉았다.
25년 넘게 중국 시장 1위를 지켰던 폭스바겐은 2024년 전기차 전문 기업인 BYD에 왕좌를 내준 데 이어, 2025년에는 지리(Geely) 자동차에도 밀리며 점유율 3위로 추락했다.
이는 중국 자동차 시장의 중심축이 내연기관에서 전기차(EV)로 이동하는 과정에서 독일 기업들이 기술적 우위를 점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현재 중국에서 판매되는 신차 4대 중 1대는 순수 전기차다.
중국 청년층은 더 이상 독일차의 정교한 엔진 소리나 가죽 시트의 질감에 매료되지 않는다. 대신 샤오미(Xiaomi)나 BYD처럼 최첨단 정보기술(IT)을 접목해 '바퀴 달린 스마트폰'이라 불리는 현지 전기차의 소프트웨어 경험에 열광하고 있다.
'크롬 장식'에 안주한 대가…중국산 소프트웨어에 무릎 꿇다
상하이 소재 리서치 기업 오토모티브 포어사이트의 예일 장 전무이사는 더욱 날 선 비판을 내놓았다.
그는 "독일 브랜드들이 100년 넘는 역사와 크롬 장식, 나파 가죽 같은 과거의 유산에만 매달리다 스스로를 망치고 있다(murdered)"라며 "이런 요소들은 더 이상 첨단 기술에 목마른 중국 소비자를 설득하지 못한다"라고 꼬집었다.
이러한 위기를 타개하려고 독일 기업들은 자존심을 굽히고 중국 현지 IT 기업들과의 ‘강제 융합’에 나섰다. 폭스바겐은 자율주행 기술력 확보를 위해 중국 모멘타(Momenta)와 손을 잡았고, 메르세데스와 BMW 역시 현지 소프트웨어 개발사인 이카엑스(ECARX) 등과 협업을 강화하고 있다.
특히 폭스바겐은 샤오펑(Xpeng)과 협력해 저가형 전기차 모델을 공동 개발하고, 아우디(AUDI)의 상징인 '네 개의 링' 로고마저 떼어낸 중국 전용 전기차 브랜드를 출시하는 등 파격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메이드 인 저머니' 신뢰의 위기…전망은 여전히 안갯속
독일 자동차 업계는 올해 베이징 오토쇼를 기점으로 대대적인 반격을 준비 중이다. 올리버 블루메 폭스바겐 그룹 회장은 올해 중국 시장에만 20종의 신에너지차(NEV)를 출시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여기에는 순수 전기차뿐만 아니라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주행거리 연장형 전기차(EREV) 등이 대거 포함된다.
하지만 시장의 시선은 여전히 차갑다. 지난 1월 베릴스 바이 얼릭스파트너스가 실시한 소비자 설문조사에 따르면, 중국의 젊은 소비자들은 독일 브랜드의 안전성과 신뢰성은 인정하면서도 실제 구매 목록에서는 제외하는 경향이 뚜렷하게 나타났다.
업계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독일 완성차 업체들이 중국 공급망에 대한 의존도를 높이는 것은 기술적 주도권을 넘겨주는 양날의 검이 될 수 있다"라는 우려가 나온다.
40년 전 중국 시장을 선도했던 독일의 내연기관 기술력이 이제는 혁신을 가로막는 '무거운 짐'이 되어버린 셈이다.
세계 최대 자동차 시장인 중국에서 벌어지는 이 치열한 생존 게임은 전통적인 제조 역량이 디지털 소프트웨어 역량에 밀려나는 산업 패러다임의 거대한 변화를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진형근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inwook@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