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세대 반도체 질화갈륨, 美 공급망 '치명적 구멍'
17조 원 '프로젝트 볼트' 투입에도 2030년 자급률 15% 불과
"제조 인프라 없으면 패배한다"… 팹리스의 함정 반복하나
17조 원 '프로젝트 볼트' 투입에도 2030년 자급률 15% 불과
"제조 인프라 없으면 패배한다"… 팹리스의 함정 반복하나
이미지 확대보기질화갈륨은 높은 전압과 주파수, 극한 환경을 견디는 차세대 반도체다. 현대전의 핵심인 레이더와 전자전 시스템을 가동하는 ‘전력 증폭기’의 필수 소재다. 미 해군의 차세대 레이더인 'AN/SPY-6'를 비롯해, 록히드마틴의 탄도미사일 방어 플랫폼 등 미군 핵심 자산 대부분이 이 반도체에 의존한다. 문제는 실리콘과 달리 갈륨은 중국이 공급망의 목줄을 쥐고 있다는 점이다. 중국은 2023년부터 갈륨 수출 통제를 시작했고, 2024년 12월에는 대미 수출 금지 조치까지 단행했다. 미국 국방부는 당시 비축량이 '0'이었다.
'팹리스'의 함정… 설계는 미국, 생산은 중국에 뺏긴다
미국은 왜 이런 상황을 자초했을까. 과거 실리콘 반도체 사례가 해답이다. 미국은 설계와 지식재산권(IP)은 쥐고 있었으나, 생산(파운드리)을 해외로 넘기는 '오프쇼어링'을 단행했다. 그 결과 대만 TSMC가 세계 파운드리 시장의 70%를 점유하는 구조가 만들어졌다. 미국 내 제조 기반이 무너지면서 국가 안보까지 흔들리는 상황에 직면했다.
질화갈륨 역시 같은 경로를 걷고 있다. 미국은 연구개발(R&D)에는 강점을 보이지만, 대량 생산을 위한 고급 패키징 인프라는 갖추지 못했다. 질화갈륨은 실리콘과 함께 사용해야 최적의 성능을 내는데, 이를 한데 묶는 '이종 집적(Heterogeneous Integration)' 기술이 필수적이다.
하지만 미국은 이 핵심 공정을 수행할 생산 시설을 갖추지 못해 아시아 국가들에 의존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지금 미국에 필요한 것은 기초 연구가 아닌, 즉각적인 '제조 인프라 확충'이라고 입을 모은다. 대학 내 학술용 팹(Fab)이 아니라, 민간 기업이 운영하고 국방부가 지원하는 실전용 생산 시설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해법은 '민·군 겸용'… 생산 기반을 미 본토로 가져와야
미국 정부도 대응에 나섰다. 지난 2월 트럼프 행정부는 핵심 광물 비축을 위한 120억 달러(약 17조 7500억 원) 규모의 '프로젝트 볼트(Project Vault)'를 출범했다. 하지만 낙관적인 전망을 하더라도 2030년까지 미국 내 자급률은 전체 수요의 15% 수준에 그칠 전망이다.
전문가들이 제시하는 위기 타개 전략은 명확하다. 첫째, 국방부 주도의 '민·군 겸용 첨단 패키징 생산 시설' 구축이다. 보스턴, 댈러스, 샌디에이고 등 레이더 제조 기업들이 밀집한 지역에 생산 기반을 배치해 효율을 극대화해야 한다. 이 시설은 국방 수요뿐 아니라 민간 통신·전력 시장의 매출로 자생 가능한 수익 모델을 갖춰야 한다.
둘째, 공급망 전반에 걸친 직접 투자다. 퀄보(Qorvo)나 울프스피드(Wolfspeed) 같은 핵심 기업에 정부가 지분 투자를 단행해 '미국 반도체 챔피언'을 육성해야 한다.
앞으로 무엇을 봐야 하는가?
질화갈륨 패권 경쟁의 향방을 가를 3가지 지표를 주목해야 한다.
① 프로젝트 볼트 예산 집행 속도다. 17조 7500억 원 규모의 자금이 실제 생산 설비 건설로 이어지는지 확인해야 한다. 단순 연구 지원에 그친다면 안보 리스크는 해소되지 않는다.
② 미국 내 첨단 패키징 시설 착공 여부다. 인텔을 비롯해 질화갈륨(GaN) 공급망의 핵심인 '코보(Qorvo)' 등 주요 기업의 공장 건설이 계획대로 진행되는지 모니터링해야 한다. 이는 관련 장비주와 소재주의 주가 모멘텀을 가르는 기준점이 될 것이다.
③ 중국의 수출 통제 연장 여부다. 오는 11월 만료되는 중국의 수출 통제 유예 조치가 어떻게 처리되는지가 단기적인 시장 변동성을 좌우할 핵심 지표다.
과거 실리콘 제조 기반을 잃고 겪었던 고통을, 질화갈륨에서 반복할 것인가. 미국이 내린 제조 인프라에 대한 결단이 향후 10년, 글로벌 반도체와 방산 시장의 판도를 가른다.
김주원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