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글로벌이코노믹

호르무즈 봉쇄 두 달째, 요소 비료 50% 폭등…4500만 명 기아 위기

글로벌이코노믹

호르무즈 봉쇄 두 달째, 요소 비료 50% 폭등…4500만 명 기아 위기

에너지 넘어 식량 공급망 직격…비료 t당 692달러(약 102만 원), 최근 5년 최고치
봄 파종 시기 겹쳐 최악 시나리오…유엔·FAO "즉각 개방 없으면 식량 재앙"
봄 파종 시기와 맞물린 비료 공급 차단이 수천만 명을 기아 위험으로 몰아넣을 수 있다고 잇달아 경고했다. 사진=제미나이3 이미지 확대보기
봄 파종 시기와 맞물린 비료 공급 차단이 수천만 명을 기아 위험으로 몰아넣을 수 있다고 잇달아 경고했다. 사진=제미나이3

중동 전쟁 여파로 호르무즈 해협이 봉쇄된 지 두 달째를 맞이하면서, 에너지 위기를 넘어 글로벌 식량 안보가 심각하게 흔들리고 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가 최근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유엔 식량농업기구(FAO)와 세계식량계획(WFP)은 봄 파종 시기와 맞물린 비료 공급 차단이 수천만 명을 기아 위험으로 몰아넣을 수 있다고 잇달아 경고했다.

에너지 위기가 식량 위기로 전이

미국과 이스라엘이 지난 2월 28일(현지시각) 이란을 공습한 이후, 이란 혁명수비대(IRGC)는 즉각 호르무즈 해협 봉쇄를 선언했다.

해협을 오가는 선박 수는 전쟁 전 하루 135척에서 현재 4~10척 수준으로 급감했으며, 유엔무역개발회의(UNCTAD)는 해협 통과 선박 수가 95% 이상 감소했다고 밝혔다.

해상 운항 데이터 분석 업체 클레르(Kpler)에 따르면 봉쇄 이후 해협을 빠져나온 비료 운반선은 단 다섯 척에 그쳤다.

비료 시장은 즉각 반응했다. 유럽 비료 업체 야라 인터내셔널(Yara International)도 공급 차질 가능성을 공식 경고했다.

CNBC가 집계한 업계 분석가들의 자료에 따르면, 이집트산 요소(FOB 기준)는 전쟁 전 t당 400~490달러(약 59만~72만 원)에서 700달러(약 103만 원) 안팎으로 치솟았다. 트레이딩이코노믹스(TradingEconomics) 집계 기준으로도 오는 20일(현지시각) 요소 가격은 t당 692.5달러(약 102만4000원)를 기록했다.

FAO 수석 경제학자 막시모 토레로(Máximo Torero)는 유엔 브리핑에서 "이것은 에너지 충격만이 아니다. 해협 통항이 며칠 사이에 90% 이상 붕괴됐다"고 밝혔다.

호르게 모레이라 다 실바(Jorge Moreira da Silva) 유엔 프로젝트서비스실(UNOPS) 사무총장, 유엔 호르무즈 해협 특별대책반 단장은 PBS 뉴스아워 인터뷰에서 "가장 우려되는 것은 아프리카와 남아시아 국가들의 비료 의존도다. 해협이 막히면 대규모 식량 안보 위기가 빈곤층에게 치명적인 결과를 가져올 것이다. 지금 당장 해결책을 찾지 않으면, 나중에 유엔이 기아 구호에 나서야 하는 처지가 된다."

파종 시기와 맞물린 '퍼펙트 스톰'


이번 위기의 핵심은 타이밍이다. 중동과 페르시아만 지역은 전 세계 해상 요소 수출의 약 43~49%, 암모니아 수출의 약 30%를 차지한다.

문제는 지금이 북반구의 봄 파종 시기라는 점이다. 모레이라 다 실바 사무총장은 "오는 5월을 넘기면 아프리카 농민들은 이번 작물 주기를 통째로 잃게 된다"고 경고했다.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분석에 따르면, 미국 뉴올리언스 수입 기준 요소 가격은 지난 2월 27일(현지시각) t당 516달러(약 76만3370원)에서 3월 5일(현지시각) 683달러(약 101만 원)로 32% 급등했다.

미국 농업 자문 업체 추산으로는, 지난해 12월 옥수수 75부셸어치에 해당했던 t당 요소 비용이 3월 들어 126부셸 수준으로 뛰었다. 미국 팜뷰로(Farm Bureau) 경제학자들은 "지난 21일(현지시각) 현재 질소 비료 가격은 전쟁 전 대비 30% 이상 올랐고, 연료비까지 합산하면 농가 투입 비용은 20~40% 상승했다"고 분석했다.

JP모건은 현재 세계가 농업 생산 능력에 심각한 타격을 입기 시작하기까지 약 25일치 전략 비축량만 보유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해협 봉쇄가 한 달을 넘기면 걸프만 저장 탱크가 가득 차면서 비료 화학 공장들이 줄줄이 가동을 멈출 수 있으며, 이들 공장을 다시 돌리는 데만 4~6주가 추가로 소요된다는 것이 업계의 공통된 평가다.

포춘(Fortune)은 오는 지난 9일(현지시각) 보도에서 "중동에서 미국까지의 해상 운송 기간이 통상 30~45일임을 감안하면, 지금의 공급 차단은 봄 파종 최성수기에 직격탄이 된다"고 전했다. 미국 중부 옥수수 지대는 통상 4월 말에서 5월 초에 파종을 시작한다.

파라 나자(Farah Naja) 샤르자대학교(University of Sharjah) 영양역학 교수, 학술지 '글로벌 푸드 시큐리티(Global Food Security)' 논문에는 "비료와 에너지 주도의 충격은 식량 시스템의 거의 모든 단계를 동시에 강타한다. 이것이 식량 불안이 퍼지는 속도와 규모를 증폭시킨다고 게재했다.

전쟁 전 t당 460~490달러였던 요소 가격이 약 36% 오른 것으로 나타나며, FAO는 봉쇄 기간 월별 비료 교역 손실 규모를 300만~400만 t으로 추산하고 있다.”

중국發 수출 제한까지 겹쳐…개도국 '이중 충격'


설상가상으로 중국이 봉쇄 이후 비료 수출 제한을 강화했다. 전 세계 인산염 생산의 44%, 질소 생산의 30%를 차지하는 중국이 자국 농작물 보호를 이유로 수출업체들에게 선적 중단을 요청하면서, 통상 중국산 비료에 의존해 온 인도·동남아시아 등도 이중 충격에 빠졌다.

카타르에너지(QatarEnergy)는 지난 2일(현지시각) 이란의 액화천연가스(LNG) 시설 공격 직후 가스 생산 중단을 선언했다. 세계 최대 비료 수입국인 브라질은 지난해 약 4310만 t의 비료를 수입했는데, 중동산 조달이 막히면서 공급 다변화를 서두르고 있다.

경제학자 재키 패트카(Jackie Patka)는 AP통신에 "공급망이 정상화되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며 "이란과의 전쟁이 끝나더라도 비료 가격은 쉽게 내려가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공급망 전문가 리사 앤더슨(Lisa Anderson) LMA컨설팅 대표는 푸드내비게이터(FoodNavigator)에 "지금 당장 해협이 열려도 공급망이 안정되기까지는 4~6주가 걸리고, 완전 정상화는 8~13주를 봐야 한다"고 말했다.

미국 내 54개 주요 농업 단체는 최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게 "호르무즈 해협 봉쇄로 연료·비료 가격이 급등해 피해가 막심하다"며 시장 구제책 마련을 촉구했다.

미국 정부는 이에 운송비 절감을 위한 존스법(Jones Act) 면제, 캐나다·멕시코산 칼륨 수입 관세를 25%에서 10%로 낮추는 긴급 조치를 시행했다.

FAO 소속 데이비드 라보르드(David Laborde) 연구원은 "우리는 지금 투입재 위기 속에 있다"며 "이것이 파국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막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진형근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inwoo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