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글로벌이코노믹

알루미늄 ‘블랙스완’ 급습… 중동발 공급 쇼크에 200만 톤 부족

글로벌이코노믹

알루미늄 ‘블랙스완’ 급습… 중동발 공급 쇼크에 200만 톤 부족

공급망 9% 차지한 중동 전쟁에 생산 차질… 4년 만에 최고가 경신
미·유럽 재고 바닥에 프리미엄 폭등… 제조업 전반 비용 상승 압박
중동 전쟁 여파로 알루미늄 시장이 예측 불가능한 ‘블랙스완(Black Swan)’ 사태에 직면했다. 사진=연합뉴스이미지 확대보기
중동 전쟁 여파로 알루미늄 시장이 예측 불가능한 ‘블랙스완(Black Swan)’ 사태에 직면했다. 사진=연합뉴스


중동발 지정학적 리스크 완화를 기대했던 글로벌 금융 시장에 찬물이 끼얹어졌다.

원자재 중개 기업 메르쿠리아(Mercuria)는 최근 발생한 중동 전쟁 여파로 알루미늄 시장이 예측 불가능한 ‘블랙스완(Black Swan)’ 사태에 직면했으며, 올해 말까지 대규모 공급 부족 사태가 불가피할 것으로 분석했다.

지난 21일(현지시각) 로이터 통신이 보도한 메르쿠리아의 분석에 따르면 이번 공급 충격은 2000년대 이후 비철금속 시장이 겪은 최대 규모가 될 것으로 보인다.

연 생산량 9% 묶였다… ‘포스트 2000’ 최대 공급 충격


메르쿠리아의 닉 스노든(Nick Snowdon) 금속·광업 연구 책임자는 스위스 로잔에서 열린 ‘파이낸셜타임스(FT) 글로벌 원자재 서밋’에 참석해 현재 알루미늄 시장의 위급성을 경고했다.

스노든 책임자는 "우리는 이미 블랙스완 사건 한복판에 있다"라며 "누구도 이 정도 규모의 사태를 예견하지 못했다"라고 시장 상황을 진단했다.

중동은 전 세계 알루미늄 제련 능력의 약 9%를 차지하는 핵심 생산 거점으로, 연간 생산량은 700만 톤(t)에 이른다.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의 무력 충돌이 격화하면서 생산과 물류가 동시에 마비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

이로 인해 런던금속거래소(LME) 알루미늄 가격은 지난 16일 t당 3672달러까지 치솟았다. 23일 현재 환율(1달러당 1,478.8원)을 적용하면 t당 약 543만 214원 수준으로, 이는 4년 만에 최고치다.

수급 불균형 심화… 재고 바닥에 ‘200만 톤’ 공급 부족

메르쿠리아는 올해 말까지 글로벌 알루미늄 시장이 최소 200만 톤의 공급 부족(Deficit)에 직면할 것으로 추산한다.

특히 스노든 책임자는 "이 추정치조차 낙관적"이라며, 원료인 알루미나(Alumina)가 호르무즈 해협을 통해 원활히 공급되어 2분기 중 일부 제련소가 가동을 재개한다는 보수적인 가정을 전제로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전 세계 가시적 재고는 약 150만 톤, 비가시적 물량을 합쳐도 300만 톤 수준에 불과하다.

시장을 방어할 완충 재고(Buffer)가 사실상 한계치에 다다른 셈이다. 만약 중동 분쟁이 장기화하여 알루미나 공급망이 완전히 차단될 경우 공급 부족 규모는 더욱 확대될 수밖에 없다.

대체 불가한 중동 물량… 미·유럽 제조업계 ‘직격탄’


중동발 공급 물량을 단기간에 대체할 수단이 없다는 점이 사태의 심각성을 더한다. 세계 최대 생산국인 중국은 연간 생산 한도를 4500만 톤으로 엄격히 제한하고 있으며, 미국과 유럽 내 유휴 설비 역시 즉각적인 가동 재개가 어려운 처지다.

특히 중동 의존도가 높은 서방 국가들의 타격이 가시화하고 있다. 무역 데이터 모니터(TDM) 자료를 보면, 지난해 미국의 알루미늄 수입량 340만 톤 중 22%가 중동산이었다. 유럽 역시 전체 수입량의 18.5%인 120만 톤을 중동에 의존해 왔다.

이러한 수급 불안은 실물 거래 가격에 붙는 추가 비용인 ‘프리미엄’ 폭등으로 이어진다.

미국 내 알루미늄 물리적 프리미엄은 t당 약 2521.50달러(약 372만 9298원)로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유럽 또한 t당 599달러(약 88만 5921원)로 4년 만에 최고 수준을 나타냈다.

업계에서는 이러한 변화를 제조업 전반의 비용 상승을 초래할 강력한 하방 압력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이번 사태는 건설, 자동차, 포장재 등 알루미늄을 필수 소재로 사용하는 산업의 생산 원가를 압박하며 글로벌 인플레이션을 다시 자극할 가능성이 크다.

닉 스노든 책임자는 "중동 전쟁이 장기화할수록 시장은 극심한 변동성에 노출될 것"이라며 "단기적인 수급 개선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공급망 다변화가 생존의 핵심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진형근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inwoo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