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기 신약 프로그램 2015년 829개→2024년 6145개, 글로벌 점유율 32%로 미국(37%) 턱밑 추격
기술이전 계약 1년 새 두 배 넘게 급증…미국 NIH·FDA 구조조정 역풍으로 격차 더 좁혀질 전망
기술이전 계약 1년 새 두 배 넘게 급증…미국 NIH·FDA 구조조정 역풍으로 격차 더 좁혀질 전망
이미지 확대보기블룸버그는 지난 20일(현지시각) 중국 제약 굴기의 실상을 심층 분석하며, 미국의 연구개발(R&D) 투자 축소가 맞물릴 경우 이 흐름이 돌이킬 수 없는 구조적 전환으로 굳어질 수 있다고 보도했다.
초기 신약 프로그램 10년 새 641% 급증… 글로벌 비중 32% 돌파
미국 조지타운대학교 강소연·지위난 연구팀이 지난달 26일 미국의사협회지(JAMA)에 게재한 연구에 따르면, 중국의 초기 단계 신약 개발 프로그램 수는 2015년 829개에서 2024년 6145개로 641% 폭증했다.
같은 기간 미국의 프로그램 수는 약 5000개에서 약 7000개로 늘었지만, 전 세계 점유율은 48.2%에서 37.4%로 줄었다. 중국의 점유율은 8%에서 32.3%로 치솟아 미국을 바짝 뒤쫓고 있다.
강소연 조지타운대 보건정책학과 조교수는 "초기 신약 개발은 미래 파이프라인이 만들어지는 곳"이라며 "중국의 부상은 글로벌 생명과학 지형에서 한 세대에 한 번 있을 만한 가장 중대한 변화"라고 말했다.
신약의 질적 지표에서도 변화가 뚜렷하다. 제약 정보 제공 업체 사이트라인(Citeline)에 따르면, 2025년 처음으로 중국이 기존에 없던 새로운 기전을 사용하는 이른바 '혁신 신약' 출시 건수에서 전 세계 1위에 올랐다.
중국 국가약품감독관리국(NMPA)도 지난해 혁신 의약품 76개를 승인해, 전년도 48개를 크게 웃돌며 사상 최대 기록을 갈아치웠다.‘
투자은행 번스타인리서치의 레베카 리앙과 엘리 리 연구원은 중국 전체 제약 개발 파이프라인 가운데 이른바 '퍼스트 인 클래스(First-in-Class)', 즉 기존에 없던 완전히 새로운 방식으로 질병을 치료하는 선도 신약의 비중이 지난해 기준 17%에 그쳐 선진국(37%)에는 여전히 못 미친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리앙 연구원은 "그 격차는 빠르게 좁혀지고 있다"고 말했다.
기술이전 계약 두 배 폭증·저비용 임상… "빅파마가 먼저 손 내밀었다"
또 귀국한 해외 유학파 연구원이 늘어나면서 연구 인력의 저변이 빠르게 확충됐다. 여기에 중국 정부는 올해 5월 23년 만의 의약품관리법 전면 개정을 시행해, 임상시험계획서(IND) 심사 기간을 기존 60일에서 30일로 단축하고 소아·희귀질환 의약품에 최대 7년간 시장 독점권을 부여하는 등 규제 환경도 대폭 손질했다.
글로벌 빅파마의 '러브콜'은 이미 수치로 확인된다. 중국 국가약품감독관리국(NMPA)이 공개한 자료를 인용한 국영 언론 보도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 제약·바이오 기업을 대상으로 한 라이선스 기술이전 계약은 157건에 1357억 달러(약 199조 5600억 원) 규모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전년도 94건·519억 달러(약 76조 3440억 원)에서 1년 새 건수는 67%, 금액은 배 이상 뛰었다. 제약·바이오 리서치 업체 딜포마(DealForma)에 따르면, 지난해 글로벌 10대 신약 기술수출 계약 가운데 8건이 중국 기업의 실적이었다.
중국 기업의 글로벌 기술수출 점유율은 2023년 20%, 2024년 27%에 이어 지난해 38%로 매년 고점을 경신하고 있다.
올해 1월 30일에는 아스트라제네카가 중국 CSPC 제약의 비만 치료제 포트폴리오에 대해 선불금 12억 달러(약 1조 7640억 원)를 지급하고 조건 충족 시 최대 185억 달러(약 27조 2060억 원)에 이르는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했다.
중국 기업이 체결한 단일 계약 가운데 최대 규모다. 바이오제약 인텔리전스 기업 이밸류에이트(Evaluate)의 마크 랜스델 자산·포트폴리오 전략 실무 책임자는 미국 전문매체 피어스바이오텍(Fierce Biotech)과의 인터뷰에서 "서구 바이오제약 기업과 중국 기업 간 라이선스 계약의 평균 선불금이 2022년 5200만 달러에서 올해 현재 1억 7200만 달러(약 2520억 원)로 230% 급증했다"고 말했다.
미국 NIH·FDA 인력 공백… 트럼프 예산 삭감 제안에 의회도 우려
흐름이 중국으로 기울수록 미국의 불안감은 커지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2026 회계연도 미국 국립보건원(NIH) 예산을 전년도 약 470억 달러(약 69조 1180억 원)에서 40% 삭감한 275억 달러(약 40조 4410억 원)로 편성할 것을 의회에 요청했다.
그러나 여야 의원들이 강하게 반발해 의회는 결국 473억 달러(약 69조 5590억 원)를 배정해 사실상 삭감 제안을 거부했다.
그럼에도 트럼프 행정부의 보건부(HHS)는 지난해 4월 FDA 직원 3500명을 해고하는 감원을 단행했고, 이 여파로 신약 심사 속도 둔화와 제도적 공백이 현실화하고 있다는 우려가 업계 안팎에서 나온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통계에 따르면 중국은 이미 2년 전 연구개발 총지출에서 미국을 앞질렀다.
반면 미국이 연구 예산을 두고 행정부와 의회가 엇박자를 내는 사이, 중국은 제15차 5개년 계획(2026~2030)에 제약·바이오를 핵심 전략 산업으로 명시하고 투자를 더욱 늘리고 있다.
글로벌 제약 업계에서는 이미 항체-약물 접합체(ADC)와 이중특이항체, 키메라 항원 수용체(CAR) 치료제 등 첨단 분야에서 중국 기업이 임상 단계 파이프라인의 절반가량을 차지하는 현실을 직시하기 시작했다.
보스턴컨설팅그룹(BCG)은 최근 보고서에서 "중국은 글로벌 바이오제약 파이프라인의 약 30%를 차지하는 확립된 혁신 허브가 됐으며, 특정 분야에서는 지배적인 위치를 구축했다"고 평가했다.
블룸버그 오피니언의 줄리아나 류 칼럼니스트는 "비만 치료제를 포함해 더 효과적이고 저렴한 의약품이 나올 것이지만, 해외 환자들은 신약에 대한 접근이 늦어질 수 있다"고 지적하며 "미국은 장기 연구 역량을 강화하고, 중국은 의약품 공급망을 지정학의 수단으로 삼지 말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고 전했다.
진형근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inwook@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