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류상 탈중국' 전략의 종말…베이징의 기술 주권 사수 총력전
엑시트 길 막힌 中 AI 스타트업, 투자자 '리스크 체크리스트' 3
엑시트 길 막힌 中 AI 스타트업, 투자자 '리스크 체크리스트' 3
이미지 확대보기'2.9조 대박' 낸 마누스 AI, 출국 금지… 베이징의 경고장
사태의 발단은 지난해 메타(Meta)에 20억 달러(약 2조 9500억 원)에 매각된 중국 AI 스타트업 '마누스 AI(Manus AI)'다. 이 거래는 글로벌 AI 시장에서 중국 기업의 기술력이 입증된 성공 사례로 꼽혔다. 그러나 실상은 정반대였다. 중국 당국은 매각 과정에서 마누스 AI 창업자들의 출국을 금지하고, 대미 수출 통제 규정 준수 여부를 캐묻는 고강도 조사에 착수했다.
중국 정부는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게임 거물 천톈차오(Chen Tianqiao) 회장의 샌드라 그룹(Shanda Group)이 투자한 AI 기업 '미로마인드(MiroMind)'에도 칼끝을 겨눴다. 미로마인드는 캘리포니아에 본사를 두고 핵심 연구개발(R&D) 인력을 중국에 둔 구조로, 최근 중국 내 인력을 일본과 싱가포르로 재배치하려다 당국의 경고를 받고 제동이 걸렸다.
전문가들은 베이징의 이번 조치가 '중국 기술 DNA'의 유출을 차단하려는 전략적 포석이라고 진단한다. 리지 리(Lizzi Lee) 아시아소사이어티 정책연구소 연구원은 "마누스 AI 사태로 인해 기술 기업들이 중국 국적을 세탁해 서방 자본을 수혈하려던 '서류상 탈중국' 모델은 사실상 붕괴했다"며 "기업들이 초기 단계부터 거점을 완전히 분리하지 않는 한, 언제든 당국의 개입에 노출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기술 주권 전쟁… 기업들, '탈출'인가 '결속'인가
중국 내 AI 기술 개발은 이제 정부의 암묵적 통제권 안에 있다. 당국은 기업의 해외 진출은 장려하지만, 핵심 자산인 인력과 데이터가 국경을 넘는 것에는 민감하다. 이는 중국 내수 시장을 발판으로 성장한 AI 기업들이 향후 미국 시장 진출을 꾀할 때 극복해야 할 최대 지정학적 리스크다.
일부 전문가들은 이번 조치가 오히려 '역효과'를 낼 수도 있다고 경고한다. 기업들이 당국의 감시를 피해 설립 초기부터 중국 생태계를 떠나는 '조기 엑소더스'가 가속화될 수 있다는 것이다. 중국 기술 생태계의 '탈출'과 '결속'을 둘러싼 시장의 불확실성은 당분간 해소되기 어려워 보인다.
투자자를 위한 'AI 리스크' 체크리스트 3
베이징의 레드라인은 투자의 판도를 바꾸고 있다. 중국 기반 AI 기업에 투자하거나 협력하는 기업은 다음 3가지 지표를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첫째, R&D 거점의 독립성이다. 핵심 연구 인력이 중국 내에 잔류해 있는가? 이 경우 해외 매각이나 상장 시 중국 당국의 개입 가능성을 1순위 리스크로 산정해야 한다.
둘째, 매출처의 실질적 다변화다. 중국 내수 매출 비중이 압도적이라면, 향후 기술 통제 시 가장 먼저 타격을 입는다. 해외 매출의 실체와 비중을 재점검해야 한다.
셋째, 규제 준수 로드맵이다. 해당 기업이 중국 정부의 데이터 및 인재 이동 제한 규정을 어느 수준까지 준수하고 있는가? 미국 투자사의 자본 수혈 시 발생할 양국 규제 충돌 가능성을 사전 검토해야 한다.
AI는 이제 단순한 산업이 아닌 국가 안보의 축이다. 베이징의 공세는 AI 시대의 '기술 주권'을 지키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중국 AI 기업들의 '줄타기'가 계속되는 한, 이들 기업에 대한 투자는 수익성보다 '지정학적 생존 가능성'을 먼저 따져야 하는 국면에 접어들었다.
김주원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