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기뢰 5000~6000기로 호르무즈 실제 봉쇄… 세계 에너지 물류 대동맥 ‘마비’
미 해군, 노후 ‘어벤저’ 퇴역 후 연안전투함(LCS) 카드로 맞불… 실전 효용성 ‘안갯속’
펜타곤 “기뢰 완전 제거에 최대 6개월”… 한국 원유 수급 직격탄 우려
미 해군, 노후 ‘어벤저’ 퇴역 후 연안전투함(LCS) 카드로 맞불… 실전 효용성 ‘안갯속’
펜타곤 “기뢰 완전 제거에 최대 6개월”… 한국 원유 수급 직격탄 우려
이미지 확대보기헌터브룩(Hunterbrook) 미디어의 최근 보도와 미 해군연구소(USNI) 저널 4월호 분석에 따르면, 미 국방정보국(DIA)과 서방 정보기관들은 이란이 자체 개발 및 러시아·중국제 등을 합쳐 약 5000~6000기의 기뢰를 비축한 것으로 ‘추정’한다. 전쟁 발발 이후 이 가운데 일부가 호르무즈 해협에 실제로 투입된 것으로 미·영 군 당국은 보고 있지만, 정확한 부설 수량과 위치는 공개되지 않았다. 미 중부사령부(CENTCOM)는 개전 이후 이란 기뢰 부설함 28척을 타격했다고 밝혔다. 해상 무역로가 멈추면서 에너지 가격과 글로벌 공급망 전반이 흔들리고 있다. 미 해군이 기뢰 제거의 핵심 전력이던 어벤저급 소해함을 퇴역시킨 뒤, 그 자리를 대체한 연안전투함(LCS)의 실전 효용성에 국제사회의 이목이 쏠린다.
이미지 확대보기어벤저의 공백… LCS가 감당할 수 있는가
미 해군은 지난해 9월 바레인에 전진 배치해 온 어벤저급 4척(디배스테이터·덱스트러스·글래디에이터·센트리)을 공식 퇴역시켰다. 이들은 올해 1월 9일 중량물 운반선 M/V 시웨이 호크(Seaway Hawk)에 실려 중동을 떠났고, 3월 필라델피아에 도착해 해체 절차를 밟고 있다. 나무 선체를 유리섬유로 감싸 자기 신호를 최소화한 전용 소해함이었지만, 노후화와 느린 속도가 발목을 잡았다는 것이 해군의 퇴역 논리였다.
현재 미 해군이 보유한 어벤저급은 일본 사세보 기지에 전진 배치된 4척뿐이다. 이 가운데 USS 파이오니어(MCM-9)와 USS 치프(MCM-14)가 4월 11일 말라카 해협을 거쳐 중동으로 이동 중인 것이 포착됐다.
어벤저급의 공백은 현재 인디펜던스급 연안전투함(LCS) 3척이 상당 부분 떠안고 있다. USS 캔버라(LCS-30)가 지난해 5월 첫 번째로 중동에 배치됐고, USS 산타바바라(LCS-32)와 USS 털사(LCS-16)가 뒤이어 합류했다. 미 해군 계획상 이들 LCS에는 ‘기뢰 대항전 임무 패키지(MCM MP)’가 탑재돼, 기존 어벤저급이 수행하던 역할의 상당 부분을 대체하도록 설계됐다. 함정이 직접 기뢰밭으로 들어가는 어벤저 방식과 달리, 무인수상정(USV)·무인잠수정(UUV)·MH-60S 시호크 헬기를 투입해 원거리에서 기뢰를 식별하고 무력화하는 개념이다.
구체적 운용 체계는 3단계다. 첫째, 기뢰 탐색이다. 무인수상정이 AN/AQS-20 소나 시스템을 예인해 기뢰를 식별하고, 매설된 기뢰는 저주파 광대역 소나를 장착한 ‘나이프피시(Knifefish)’ UUV가 찾아낸다. 둘째, 기뢰 제거다. 무인소해시스템(UISS)이 적함을 모방한 자기장·음향 신호를 발생시켜 기뢰를 강제로 폭파한다. 셋째, 공중 지원이다. MH-60S 헬기가 레이저 탐색 시스템(ALMDS)과 아처피시(Archerfish) UUV를 이용해 부유 기뢰와 계류 기뢰를 무력화한다.
“20년 걸려 배치했는데 실전 검증은 아직”… 펜타곤의 경고
미 국방부 시험평가국(DOT&E)이 올해 3월 공개한 평가에 따르면, LCS의 MCM MP는 아직 ‘충분한 데이터 부족’ 등으로 작전 효용성과 적합성을 최종적으로 입증하지 못한 상태다. 헌터브룩 미디어가 입수·공개한 미 해군 기뢰전 기술국장의 지난해 5월 내부 브리핑 자료에는 더 구체적인 한계가 담겼다.
넷째, 방어력 문제다. 알루미늄 선체인 LCS는 어벤저급에 비해 자위 무장(57㎜ 함포, 씨램 발사기)이 다소 개선됐지만, 이란의 미사일·드론·소형보트·연안 순항미사일이 복합 위협으로 작동하는 페르시아만에서는 강력한 호위 전력 없이는 소해 작업이 불가능하다는 지적이다. 워싱턴연구소(The Washington Institute)는 이미 수년 전 “호르무즈 해협을 전면 소해하려면 최대 16척 안팎의 전용 MCM 함정이 필요하다”고 추산한 바 있다. 이에 비해 현재 미 해군이 운용 중인 어벤저급 소해함과 MCM 임무를 부여받은 LCS를 모두 합쳐도, 공개된 전력 기준으로는 10척을 넘지 못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니얼 코들(Daryl Caudle) 해군참모총장은 이에 대해 “소해는 천천히, 신중하게 진행되는 작업이며 어떤 플랫폼도 비(非)허용 환경에서는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며 ‘분산·무인’ 개념으로의 전환 필요성을 강조했다.
“완전 제거에 6개월”… ‘GPS 기뢰’라는 새로운 변수
워싱턴포스트(WP)는 지난 22일, 미 국방부가 전날 하원 군사위원회에 비공개로 보고한 브리핑 자료를 인용해 “이란이 부설한 기뢰를 호르무즈 해협에서 ‘완전히’ 제거하는 데 최대 6개월이 걸릴 수 있으며, 본격 소해 작전은 미·이란 전쟁이 종결된 이후에야 시작될 수 있다”고 전했다. 이 같은 전망이 공개되자 민주·공화 양당 의원들은 일제히 불만을 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평화협정이 체결되더라도 휘발유·유가 고공 행진이 11월 중간선거 국면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브리핑에서 특히 주목된 대목은 기뢰의 ‘질(質)’이다. 미 국방부 고위 관계자는 이란이 해협 일대에 20기 이상의 기뢰를 부설한 것으로 추정된다며, 이 가운데 일부는 GPS 기술을 이용해 원격으로 수상 부양된 형태라 배치 당시 미군 탐지망에 거의 포착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나머지는 소형 모터보트에서 전통적 방식으로 투하된 것으로 파악됐다. 뉴욕타임스는 앞서 “이란조차 자신이 부설한 기뢰의 위치를 모두 파악하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고 보도했다. 사실상 해협 전역이 ‘위치 미상의 기뢰밭’이 된 셈이다.
메시지 불일치도 확산 중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트루스소셜에서 “이란은 이미 모든 기뢰를 제거했거나 제거 중”이라고 주장했고, 브래드 쿠퍼(Brad Cooper) 중부사령관도 “우리는 새로운 통항로 개설을 시작했다”며 낙관론을 폈다. 반면 펜타곤은 “교전이 계속되는 한 공병 잠수부·무인잠수정·헬기를 본격 투입하는 것은 위험 부담이 너무 크다”는 신중론을 견지하고 있다. 리처드 네퓨 컬럼비아대 선임연구원은 “6개월 소해 일정이 공식화되면 선주·보험사·선원 누구도 해협 통항 리스크를 떠안으려 하지 않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실제 미 해군은 11일 알리버크급 구축함 USS 프랭크 E. 피터슨(DDG-121)과 USS 마이클 머피(DDG-112) 함을 호르무즈로 진입시켜 기뢰 제거 전 단계 여건 조성작전을 개시했다. 이는 미·이란 전쟁 개시 이후 미 해군 수상함이 해협을 통과한 첫 사례다. 이란은 17일 상선 통항 ‘완전 개방’을 일시 선언했지만, 미국의 봉쇄 해제 거부에 반발해 18일 해협을 재차 봉쇄했다. 이 과정에서 인도 국적 VLCC ‘산마르 헤럴드(Sanmar Herald)’가 이란 고속정의 포격을 받았고, 22일에는 그리스 선적 화물선 ‘에파미논다스(Epaminondas)’가 RPG 공격으로 선교가 크게 손상됐다.
유가·한국 경제 직격탄
해협 마비의 충격은 이미 시장에 반영됐다. 13일 트럼프의 봉쇄 선언 직후 WTI 선물은 9% 넘게 급등해 배럴당 105달러대, 브렌트유는 103달러대까지 치솟았다. 17일 이란의 해협 개방 발표로 WTI는 배럴당 82.59달러(-9.4%), 브렌트유는 90.38달러(-9.1%)로 급락했으나, 18일 재봉쇄 소식에 다시 상승 압력을 받고 있다. 소시에떼제네랄은 최근 보고서에서 과거 70년간 주요 유가 충격의 평균 정상화 기간이 8개월이었다는 점을 근거로 올해 말 브렌트유 전망치를 배럴당 79달러에서 85달러로 상향 조정했다. WP가 전한 ‘6개월 소해’ 시나리오가 현실화할 경우, 고유가 장기화 위험은 더욱 커진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지난 3월 석유 공급 중단량이 하루 1010만 배럴에 달해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영국 로이즈 리스트 인텔리전스에 따르면, 전쟁 전 하루 130척 이상이던 해협 통항량은 최근 하루 4~10척 수준으로 떨어졌다. 페르시아만에는 1만 DWT급 이상 대형 선박만 500~700척이 발이 묶인 것으로 추산된다.
한국에 미치는 충격은 직접적이다. 국내 원유 수입의 약 70%가 중동산이며, 이 가운데 90% 이상이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것으로 산업부·IEA 자료에서 추산된다. 액화천연가스(LNG) 역시 대략 20% 안팎이 이 경로에 의존한다. 선박이 아프리카 희망봉을 우회할 경우 항해 기간이 통상 2주 이상 늘어나 운임과 전쟁 위험 보험료가 급등하고, 최근 국내 휘발유·경유 소비자 가격도 리터당 2000원을 웃도는 수준까지 치솟았다. 해양수산부는 17일 사우디아라비아 얀부항에서 홍해를 우회해 국내로 원유를 운송한 첫 사례를 발표했다.
향후 관전 포인트
투자자와 시장 참여자는 앞으로 다음 네 가지 지표를 주시해야 한다.
첫째, 미 해군 전력 전개다. 말레이시아·싱가포르 일대에 머물던 USS 털사·산타바바라, 인도양의 USS 캔버라, 사세보에서 서진 중인 어벤저급 치프·파이오니어가 페르시아만에 모두 집결하는지 여부가 작전 개시 시점의 가늠자다. 미 해군연구소 4월호 분석은 “캔버라만이 즉각 투입 가능하며 나머지는 정비 중”이라고 지적했다.
둘째, 미국 국방부의 작전 선택지다. 검증이 덜 된 LCS MCM 패키지를 본격 투입할지, 어벤저급·UUV·헬기·폭발물처리반(EOD) 중심의 우회 전술을 택할지가 작전의 속도와 성공 가능성을 결정한다. 미 해군은 현재 16개 원정형 MCM 중대(ExMCM)와 Mk-18 Mod 2 UUV를 추가 투입 중이다. 여기에 GPS 원격 부설 기뢰에 대응할 새로운 탐지 체계가 준비되는지도 관건이다.
셋째, 유가 및 물류 지표다. 해협 봉쇄·개방이 반복될 때마다 유가 변동성은 커질 수밖에 없다. 브렌트유 100달러 선 재돌파 여부, 걸프 보험료(WAR RISK) 할증률, 희망봉 우회 VLCC 용선료가 핵심 관측 지표다.
넷째, 한국 정부 대응이다. 청해부대의 호르무즈 연계 작전, 전략비축유 방출 시점, 한·미·프랑스 간 해상 수송로 확보 협력(4월 3일 한·프 정상회담에서 논의)의 진전 속도를 살펴야 한다.
미 해군의 기뢰 제거 전략은 전통적인 전용 소해함 중심에서, 연안전투함(LCS)과 각종 무인 체계를 축으로 한 ‘분산·무인 기뢰전’으로 급격히 방향을 틀고 있다. 그러나 미 시험평가 당국의 반복된 경고와 ‘6개월 소해’ 시나리오, GPS 원격 기뢰라는 새 변수까지 겹치면서 기술적 미완성과 실전 데이터 부족이 해상 안전을 뒤흔드는 결정적 변수로 부각되고 있다.
20년 넘는 논쟁 끝에 현장에 투입된 LCS가 이론대로 작동해 새로운 표준이 될지, 아니면 호르무즈의 혹독한 실전 시험대에서 한계를 드러낼지는 앞으로 몇 달간의 작전 결과가 말해줄 것이다. 그 결과에 따라 호르무즈의 운명과 세계 에너지·물류 시장의 향방, 나아가 미국 중간선거의 판세까지 함께 갈라질 수밖에 없다.
김주원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