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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7조 쏟아붓는 美 해군… '황금 함대'는 신기루, K-조선에는 '기회'인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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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7조 쏟아붓는 美 해군… '황금 함대'는 신기루, K-조선에는 '기회'인 이유

美 의회, 함대 재건 계획 '실현 가능성' 질타
AUKUS 핵잠수함 기지 "준비 끝"… 조선업 불신과는 대조
오는 2027년까지 658억 달러(약 97조6400억 원). 미 해군이 야심 차게 꺼내 든 '황금 함대(Golden Fleet)' 카드의 액수다. 미 해군은 이 천문학적인 예산을 투입해 함대를 재건하겠다고 공언하지만, 미 의회의 시선은 차갑다. 이미지=제미나이3이미지 확대보기
오는 2027년까지 658억 달러(약 97조6400억 원). 미 해군이 야심 차게 꺼내 든 '황금 함대(Golden Fleet)' 카드의 액수다. 미 해군은 이 천문학적인 예산을 투입해 함대를 재건하겠다고 공언하지만, 미 의회의 시선은 차갑다. 이미지=제미나이3
오는 2027년까지 658억 달러(약 97조6400억 원). 미 해군이 야심 차게 꺼내 든 '황금 함대(Golden Fleet)' 카드의 액수다. 미 해군은 이 엄청나게 많은 예산을 투입해 함대를 재건하겠다고 공언하지만 미 의회의 시선은 차갑다. 지난 22일(현지 시각) 지캡틴(gCaptain)에 따르면, 미국은 미국·영국·호주 안보협의체(AUKUS)를 통해 대중국 견제 태세를 완성 단계로 끌어올리고 있으나 정작 이를 뒷받침할 조선업계의 생산력은 수십 년간 누적된 지연으로 벼랑 끝에 몰려 있다.

의회 "건조 지연 심각"…'황금 함대'의 현실은 예산 낭비?


지난 22일 열린 미 하원 군사위원회 산하 해군력 소위원회 청문회는 미 조선업의 민낯을 그대로 드러냈다. 미 해군은 18척의 전투함과 16척의 비전투함을 포함한 함대 재건 구상을 발표했다. 제이슨 포터 미 해군 연구개발획득 담당 차관보는 이번 계획이 "성과 중심의 전쟁 수행 체제로 전환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의회예산처(CBO)와 연방회계감사원(GAO)은 즉각 제동을 걸었다. CBO의 에릭 랩스는 과거 5~6년이던 구축함·잠수함 건조 기간이 현재 9~10년으로 늘어났다고 지적했다. 건조 지연 탓에 해군이 사실상 20척의 전력을 손실한 것과 다름없다는 분석이다. GAO의 셸비 오클리 역시 "설계 미완성과 공급망 제약이 해결되지 않는 한 증액된 예산도 성과로 이어지지 않을 것"이라며 강력한 자구책을 요구했다. 이는 단순히 자금 투입이 아니라 건조 체계 전반의 혁신 없이는 '황금 함대'가 신기루에 그칠 수 있음을 시사한다.

'화물 정책' 꺼낸 미 해상청…"배만 만들면 뭐하나"

스티븐 카멜 미 해상청장은 근본적인 해법으로 '화물 정책'의 전환을 제시했다. 그는 "조선업 쇠퇴는 선박 건조 능력의 문제라기보다 미국과 연결된 해상 물류의 약화에서 비롯된 결과"라고 진단했다. 배를 아무리 많이 만들어도 화물이 실리는 물류 생태계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무용지물이라는 논리다. 이는 미국의 해양산업 정책이 단순 군함 건조를 넘어 해운 물류망 재편으로 확대될 것임을 예고한다.

산업적 현실이 흔들리는 것과 달리 대중국 안보 전략의 시계는 빠르게 흐르고 있다. 새뮤얼 파파로 미 인도태평양사령관은 23일 청문회에서 "호주 HMAS 스털링 기지는 내일이라도 핵잠수함 작전을 시작할 준비가 됐다"고 밝혔다. 그는 호주를 거점으로 한 순환배치 체계가 중국 견제에 필수적임을 강조하면서 시설과 전력 운용 면에서 준비가 이미 완료됐음을 시사했다. 미 해군이 산업 기반의 구조적 결함 속에서도 군사적 운용 능력만큼은 최단기 내에 확보하겠다는 의지다.

K-조선의 생존 방정식, MRO와 부품 공급망 파트너로


이러한 상황은 K-조선에 명확한 기회를 제공한다. 미국의 존스법(Jones Act) 규제로 신조 시장 진입이 제한적이라는 한계를 역이용해야 한다.

K-조선의 생존 전략은 '미 해군 유지·보수·정비(MRO)와 공급망 통합 파트너'로의 명확한 전략적 전환이다.

미 해군 함정의 MRO 물량 선점은 가장 현실적이고 즉각적인 수익원이다. 나아가 미 조선업의 고질적인 '부품 공급망 병목'을 해소할 모듈형 블록 제작과 고부가가치 기자재 공급 기지를 현지화해야 한다. 단순 선박 수주를 넘어 미 해군 함대 재건의 실질적인 '공급망 파트너'로서 생태계에 편입되는 것이 지정학적 리스크를 수익으로 전환하는 핵심 경로다.

지금 지켜봐야 할 3가지 지표


첫째, 미 국방예산의 실질 집행률이다. 658억 달러가 실제로 조선업 생태계에 유입되는지, 아니면 지연 비용으로 증발하는지 확인해야 한다.

둘째, AUKUS 순환배치 로드맵이다. 내년부터 시작될 핵잠수함 로테이션이 예정대로 진행되는지, 호주 내 정비 역량이 실제로 가동되는지를 봐야 한다.

셋째, 미 해상청의 물류 연계 정책이다. 조선업 보조금 외에 화물 운송권 등 상업적 인센티브가 포함된 정책이 입법화되는지 주시해야 한다. 이는 국내 조선·해운업의 대미 협상 전략과 직결된다.

미국은 지금 '군사적 필요'와 '산업적 현실' 사이에서 고전하고 있다. 지금은 조선업의 기술적 수치보다 미국 정부가 조선·물류·군사라는 세 가지 퍼즐을 어떻게 결합해 나가는지 그 정책적 방향타를 읽어야 할 시점이다.


김주원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