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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패권 전쟁" 미·중 자본 통제… 한국 반도체·배터리 '공급망 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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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패권 전쟁" 미·중 자본 통제… 한국 반도체·배터리 '공급망 비상'

백악관, 중국의 AI 기술 '산업적 절취' 공식 규탄… 5월 정상회담 앞두고 '기술 장벽' 고조
앤스로픽·오픈AI 피해 호소 속 베이징은 '대미 투자 규제' 카드… "한국, 특정 시장 의존 낮춰야"
미국과 중국의 기술 패권 전쟁이 ‘소프트웨어(AI)’에서 ‘하드웨어(자본·공급망)’ 영역으로 전선을 급격히 확대하면서 한국 공급망 생태계가 정면 타격 위기에 놓였다. 이미지=제미나이3이미지 확대보기
미국과 중국의 기술 패권 전쟁이 ‘소프트웨어(AI)’에서 ‘하드웨어(자본·공급망)’ 영역으로 전선을 급격히 확대하면서 한국 공급망 생태계가 정면 타격 위기에 놓였다. 이미지=제미나이3
미국과 중국의 기술 패권 전쟁이 ‘소프트웨어(AI)’에서 ‘하드웨어(자본·공급망)’ 영역으로 전선을 급격히 확대하면서 한국 공급망 생태계가 정면 타격 위기에 놓였다.

백악관이 중국의 인공지능(AI) 기술 탈취 의혹을 공식 제기하고, 이에 대응해 중국이 자국 기업의 대미 투자 유치를 원천 봉쇄하는 초강수를 두면서다. 오는 5월 예정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정상회담을 앞두고 양국이 ‘디리스킹(위험 완화)’이라는 명분 아래 각자의 방어선을 구축하면서 공급망의 한복판에 서 있는 한국 산업계의 긴장감은 최고조에 이르렀다고 배런스가 지난 26일(현지 시각) 보도했다.

"AI 훔쳐간다" vs "정치적 모함"…격화되는 기술 분쟁


지난 23일 백악관은 중국이 미국 AI 모델의 응답을 대량 수집해 자국 모델 학습에 활용하는 이른바 ‘증류(distillation)’ 시도를 산업적 규모로 벌이고 있다고 규탄했다. 다만, 기술적 증거와 법적 판단이 구체화되지 않은 상태에서 백악관이 직접 ‘산업적 절취’를 공식화했다는 점에서 사실상 중국 기술기업에 대한 강력한 경고 메시지로 풀이된다.

앤스로픽·오픈AI 등 주요 미국 AI 기업들은 중국 측이 프록시(대리) 계정을 동원해 수백만 건의 질문을 던진 뒤, 그 답변 데이터를 자국 AI 모델 학습에 악용하고 있다고 폭로했다. 이는 단순한 정보 수집을 넘어 미국의 핵심 자산인 AI 지식재산권을 조직적으로 빼돌리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중국은 즉각 반발했다. 중국 정부 당국은 24일 성명에서 미국의 주장을 ‘정치적 모함’이라고 일축하며 자국의 AI 성과를 폄훼하지 말라고 맞섰다. 그러나 시장은 이번 공방을 단순한 외교적 수사로 보지 않는다. 전문가들은 양국 간 기술 장벽이 돌이킬 수 없는 수준으로 공고해지는 신호탄이라고 입을 모은다.

'자본 빗장' 거는 베이징…"탈중국화는 배신"


갈등의 핵심은 ‘자본 통제’다. 블룸버그 등 외신에 따르면, 중국 당국은 자국 기술기업들이 미국 자본을 유치할 때 정부의 사전 승인을 받도록 하는 규제안을 검토 중이다. 이는 지난해 말 메타가 중국 스타트업 ‘매너스(Manus)’를 20억 달러(약 2조9400억 원)에 인수한 사례가 결정적 계기가 됐다.

해당 거래에서 매너스는 미국 자본을 유치하고자 중국과의 연결고리를 끊고 싱가포르로 본사를 이전했다. 중국 정부는 이를 인재와 기술 유출로 간주하고, 향후 유사 사례를 원천 차단하겠다는 의지다. 라일라 카와자 게이브칼테크놀로지스 연구국장은 “중국은 이번 규제를 통해 기술기업들이 미국 자본과 손잡고 ‘탈중국화’하는 현상을 막으려 한다”면서 “앞으로 전략 분야의 인재 이동과 자본 유출을 막기 위해 경업금지와 출국제한 조치를 대폭 강화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정상회담의 딜레마, 안정 vs 협상력 확보


미·중 양국 정부는 다음 달 정상회담에서 관계 안정화를 꾀하겠다는 신호를 보내고 있다. 그러나 현장 전문가들의 시각은 회의적이다. 양국 모두 회담을 앞두고 상대의 급소를 찌를 ‘무기 확보’에 열을 올리고 있어서다.

대니얼 렘러 신미국안보센터(CNAS) 선임연구원은 “중국은 향후 협상력을 높이기 위해 공급망 통제 수단을 정교화하고 있다”면서 “희토류뿐만 아니라 바이오·의약품, 드론, 배터리 등 핵심 분야에서 언제든 수출 통제 수위를 높일 준비를 마친 상태”라고 경고했다.

트럼프 행정부 내부에서도 강경론이 우세하다. 덱 스콧 아메리칸 엔터프라이즈 연구소(AEI) 선임연구원은 “미국 의회 내 대중 강경 법안들이 존재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과의 딜(거래)을 우선시한다면 실제로 규제화되기는 어려울 것”이라면서 “정상회담의 성과는 기대보다 낮을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한국의 생존 방정식, '선택적 거리두기'와 자생력 확보


미·중 기술 전쟁의 격화는 한국 산업계에 ‘선택적 거리두기’라는 무거운 과제를 안겼다. 반도체와 AI 공급망에서 양국의 압박이 거세지며 중국 현지 투자와 대미 수출 사이에서 한국 기업의 운신 폭은 급격히 좁아졌다.

특히 중국의 기술 자본 규제와 미국의 대중국 수출 통제가 맞물리면, 반도체·배터리 등 한국 주력산업의 밸류체인 일부 구간에서 차질이 발생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한국은 이제 특정 시장에 의존하는 기존 전략에서 벗어나 공급망 다변화를 서둘러야 한다. 동시에 차세대 원천 기술을 조기에 확보해 기술적 종속에서 탈피하는 것이 최우선 과제다. 미·중 갈등이 심화될수록 한국은 단순히 진영 논리에 갇히기보다 독자적인 기술 생태계를 구축해 글로벌 시장에서 협상력을 높이는 전략이 유일한 생존 해법이다.

투자자는 공급망 균열에 대비하라


기술 패권 다툼은 글로벌 공급망 전반의 변동성을 키우고 있다. 다음 달 정상회담을 전후로 투자자가 반드시 확인해야 할 지표는 첫째, 중국의 수출 통제 범위다. 희토류 외에 배터리 핵심 광물이나 바이오 의약품 원료에 대한 중국의 수출 제한 조치가 구체화되는지 점검해야 한다.

둘째, 미국 의회 내 대중국 규제 법안이다. MATCH법안 등 반도체 제조 장비 수출 제한과 관련된 입법 움직임이 하원 본회의를 통과하는지, 트럼프 행정부가 이를 제동하는지 확인해야 한다.

셋째, 글로벌 기업들의 '탈중국' 속도다. 메타-매너스 사례처럼 중국 스타트업의 지분 구조가 변경되거나 기술 협력이 중단되는 사례가 추가로 발생하는지 주시해야 한다.

정상회담의 수사적 화해보다 양국 정부가 매주 발표하는 실무적 규제 지표가 우리 경제와 기업의 미래를 더 정확히 가리키고 있다. 지금은 장밋빛 전망보다는 실질적인 공급망 리스크 관리가 필요한 시점이다.


김주원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