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이머리 딜러 보유액 2007년 이후 최대치… '유동성 안전판' 복구인가, 새로운 뇌관인가
이미지 확대보기파이낸셜타임스(FT)는 최근 미 연방준비제도(Fed) 데이터를 인용해 프라이머리 딜러(국채 인수기관)들의 국채 보유액이 올해 평균 5500억 달러(약 809조 원)를 기록했다고 보도했다. 이는 지난해 4000억 달러(약 588조 원) 미만에서 큰 폭으로 증가한 수치로, 2007년 금융위기 직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은행들, '레버리지 규제' 족쇄 풀리자 국채 시장 복귀
월가 대형 은행들이 다시 국채 시장의 '구원투수'로 나선 결정적 배경에는 트럼프 행정부의 규제 혁파가 있다. 미 당국은 지난해 말 대형 은행의 자기자본 규제인 '보완적 레버리지 비율(SLR)' 완화안을 확정했다. 미셸 보우먼 연준 이사가 주도한 이번 조치는 "과도한 자본 규제가 은행의 시장 조성 기능을 억제한다"는 월가의 오랜 불만을 해소했다.
아제이 라자드야크샤 바클레이스 리서치 글로벌 의장은 "규제 마인드의 변화와 제도 개선이 은행의 중개 역할을 다시 키우고 있다"고 평가했다. 모건스탠리 역시 최근 SLR 개정을 이유로 국채 트레이딩에 더 많은 자본을 투입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는 2008년 이후 자본 규제 강화로 인해 은행들이 국채 시장을 등지고 헤지펀드와 사모펀드에 자리를 내주었던 흐름을 되돌리는 신호탄으로 풀이된다.
은행의 귀환은 국채 시장의 '유동성 안전판'이 복구됨을 의미한다. 그간 헤지펀드 등 비은행 금융기관에 과도하게 의존했던 국채 중개 기능이 대형 은행 중심으로 재편되며, 시장 변동성 완화와 유동성 개선이 기대된다. 이는 급격한 금리 변동기에도 시장 기능을 유지할 수 있는 완충력을 강화해, 자본시장의 구조적 회복 탄력성을 높이는 핵심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구조적 변화는 여전… 은행 귀환이 '완전 정상화'는 아니다
하지만 은행의 귀환이 국채 시장의 2008년 이전으로의 완전한 회귀를 의미하지는 않는다. 금융위기 이후 헤지펀드와 초단타 매매업체들은 이미 국채 시장의 핵심축으로 자리 잡았다. 이들이 제공하는 막대한 유동성은 미국 정부의 재정 적자가 국내총생산(GDP)의 6%에 달하는 상황에서 국채를 소화하는 필수 동력이 됐다.
예샤 야다브 밴더빌트대 법대 교수는 "규제 완화가 은행의 시장 조성을 영구적으로 보장하지는 않는다"며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제이 배리 JP모건 글로벌 금리 전략 책임자 또한 "중개 기능이 일부 회복되더라도 헤지펀드와 고빈도 매매업체가 주도하는 현재의 시장 구조 자체가 바뀌지는 않을 것"이라며 구조적 한계를 지적했다.
한국 증시의 나침반… 美 국채 시장 변화와 외국인 수급
미 국채 시장의 유동성 개선은 한국 자본시장에도 직접적인 신호로 작용한다. 월가 은행들의 국채 매입 확대는 미국 국채 금리의 급격한 변동성을 억제하는 '방파제'가 될 수 있다. 이는 글로벌 투자자들의 위험 선호 심리를 자극해, 한국 증시를 포함한 신흥국으로의 외국인 자금 유입을 안정화하는 긍정적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다만, 미국 재정 적자 상황에 따라 금리가 고공행진을 이어갈 경우, 한미 금리차와 그에 따른 원·달러 환율 변동성이 외국인 수급을 제약하는 상충적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음에 유의해야 한다.
투자자가 주목해야 할 3가지 체크리스트
월가 은행들의 국채 매입 확대가 시장의 안정성을 높일지, 아니면 또 다른 리스크를 불러올지 판단하기 위해서는 다음 지표를 유심히 지켜봐야 한다.
첫째, 은행의 초과 자본 완충력 활용도이다. 대형 은행들이 규제 완화로 확보한 자본을 실제 국채 시장 유동성 공급에 얼마나 투입하는지 추적해야 한다. 단순히 이익을 위한 보유인지, 시장 조성(Market-making)에 쓰이는지 확인이 필요하다.
둘째, 시장 지배력 역학 구도 변화다. 헤지펀드와 은행 간의 거래 비중 변화를 살핀다. 은행의 귀환이 시장 변동성을 줄이는 완충재 역할을 하는지, 아니면 새로운 쏠림 현상을 만드는지 관전 포인트다.
셋째, 글로벌 규제 정합성이다. 바젤 III 규제 체계(Basel III 엔드게임) 등 글로벌 규제와의 정합성 변화를 지켜봐야 한다. 이는 단순히 새로운 규제를 추가하는 것이 아니라, 기존 규제의 허점을 메우고 전 세계 은행들이 동일한 잣대로 자본 적정성을 평가받도록 하는 것이 핵심이다. 미국만의 독자적인 규제 완화가 글로벌 금융 시스템에 미칠 파급 효과를 가늠해야 한다.
시장의 유동성을 높이려는 정부의 시도가 월가의 리스크를 다시 키울지, 아니면 위기 대응력을 높일지는 이제부터 펼쳐질 실제 거래 데이터가 증명할 것이다.
김주원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