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글로벌이코노믹

UAE, OPEC 탈퇴…중동 권력·에너지 구조까지 흔든다

글로벌이코노믹

UAE, OPEC 탈퇴…중동 권력·에너지 구조까지 흔든다

석유수출국기구(OPEC)가 2024년 기준으로 집계한 세계 산유국 순위. 사진=제미나이이미지 확대보기
석유수출국기구(OPEC)가 2024년 기준으로 집계한 세계 산유국 순위. 사진=제미나이
아랍에미리트(UAE)의 석유수출국기구(OPEC) 탈퇴는 단순한 산유국 간 갈등을 넘어 석유 시대의 구조 변화를 반영한 결정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단기적인 유가 충격보다 장기적으로 석유 수요 둔화와 산유국 전략 변화가 맞물린 결과라는 해석이다.

28일(이하 현지 시각) 알자지라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UAE는 OPEC과 OPEC+ 탈퇴를 공식화했다. 이번 결정은 1960년대부터 이어온 참여를 종료하는 것으로 중동 산유국 질서뿐 아니라 글로벌 에너지 전략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 “더 팔 수 있을 때 판다”…에너지 전환 시대의 선택


이번 탈퇴를 이해하는 핵심은 ‘수요 전망’이다. 과거와 달리 산유국들이 장기 수요 감소를 전제로 움직이기 시작했다는 점이 가장 큰 변화로 꼽힌다.

전기차 확대와 산업 전력화로 세계 석유 수요 증가세가 둔화되는 가운데 일부 국가에서는 이미 수요 감소 조짐도 나타나고 있다. 예컨대 중국은 교통·물류 전기화 확산으로 하루 약 100만 배럴 수준의 석유 수요 감소 효과가 발생한 것으로 분석된다.

이 같은 흐름 속에서 UAE는 ‘미래에 못 팔 수도 있는 자원’을 지금 최대한 현금화하는 전략을 선택한 것으로 해석된다. 외신들은 이를 두고 “석유가 남아서가 아니라 수요가 줄어들기 전에 파는 전략”이라고 평가했다.

◇ OPEC ‘희생 구조’ 탈피…수익 극대화 노선


OPEC 체제는 회원국들이 생산량을 줄여 가격을 유지하는 구조다. 이 과정에서 여유 생산능력을 가진 국가일수록 더 큰 희생을 감수해야 한다.

UAE는 사우디아라비아와 함께 대표적인 여유 생산능력 보유국으로 감산 정책에 따른 기회비용이 상대적으로 컸다. 이미 수년 전부터 할당량 제한이 자국 경제에 불리하다는 문제 제기가 이어져 왔다.
결국 이번 탈퇴는 ‘가격 유지보다 물량 확대를 선택한 전략 전환’으로 해석된다. 특히 UAE는 금융·관광 등 비석유 산업이 발달해 있어 저유가 상황에서도 버틸 수 있는 구조를 갖추고 있다는 점이 이런 결정을 뒷받침한 것으로 보인다.

◇ 사우디와 다른 길…걸프 질서 재편 신호


이번 결정은 중동 내부 권력구조 변화와도 맞물려 있다는 지적이다.

사우디는 고유가를 유지해 재정과 대형 프로젝트를 뒷받침해야 하는 반면에 UAE는 생산 확대를 통해 시장 점유율을 높이는 전략을 선호해 왔다. 이 같은 정책 차이는 이미 여러 차례 충돌로 드러난 바 있다.

여기에 최근 이란 전쟁을 거치면서 안보·외교 노선에서도 미묘한 온도 차가 나타났다. UAE는 미국과의 안보 협력과 실용적 외교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으며, 기존 아랍 중심 협력체제에서 일정 부분 거리를 두는 모습이다.

전문가들은 이를 “사우디 중심의 걸프 질서에서 다극화로 이동하는 신호”로 해석하고 있다.

◇ ‘카르텔 시대’ 약화…OPEC 영향력 구조 변화


OPEC 자체의 위상 변화도 중요한 배경이다. 1970년대 글로벌 석유 시장의 절대적 지배자였던 OPEC은 현재 영향력이 크게 줄어들었다. 미국 셰일오일 확대와 비회원국 생산 증가로 시장 점유율이 낮아졌고, 가격 통제력도 과거보다 약해졌다.

이번 탈퇴로 OPEC은 핵심 생산능력 일부를 잃게 되면서 시장 조정 능력이 추가로 약화될 가능성이 있다. 다만 일부 전문가들은 “즉각적인 붕괴보다는 점진적인 영향력 축소가 현실적 시나리오”라고 보고 있다.

◇ 유가보다 더 중요한 변화…‘석유 이후’ 경쟁 시작


시장에서는 단기 유가보다 장기 구조 변화에 더 주목해야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전쟁과 공급 차질로 당장은 유가가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지만 향후 갈등이 완화되고 공급이 정상화될 경우 상황은 빠르게 바뀔 수 있다. 특히 UAE가 생산 확대에 나설 경우 공급 압력이 커질 가능성도 있다.

결국 이번 탈퇴는 “유가를 누가 통제하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석유 시대 이후를 누가 먼저 준비하느냐”의 문제로 해석된다.

에너지 전문가들은 “석유 시대는 자원이 고갈돼 끝나는 것이 아니라 대체 기술과 수요 변화로 끝난다”면서 “UAE의 선택은 그 전환기를 선제적으로 반영한 사례”라고 분석했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