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이란 전쟁 60일, 유가 100달러·물동량 90% 급감… 정유·석유화학 '비명'
휴전 깨지면 스태그플레이션 점화… 투자자가 봐야 할 '3가지 신호'
휴전 깨지면 스태그플레이션 점화… 투자자가 봐야 할 '3가지 신호'
이미지 확대보기오늘(29일) 한국 가계의 기름값과 코스피 시가총액 전광판은 같은 방향을 본다. 호르무즈 해협이다. 지난 2월 28일 미국과 이스라엘이 이란 본토를 타격하며 개시한 '오퍼레이션 에픽 퓨리(Operation Epic Fury)'가 60일째를 맞은 가운데, 이 좁은 바닷길의 봉쇄가 풀리느냐 여부가 한국 정유사 분기 실적과 개미들의 계좌 잔고를 동시에 흔드는 단일 변수로 떠올랐다.
지난 8일(현지시각) 파키스탄 중재로 임시 휴전이 성립됐으나 산발적 교전은 끊이지 않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25일 협상단의 파키스탄행을 전격 취소했다. 전황은 사실상 교착 국면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지난 28일(현지시각) 전쟁이 끝나도 공급망 재편 비용과 에너지 가격 상승효과가 지속돼 인플레이션 압력은 당분간 완화되지 않는다고 보도했다.
군사 충돌은 '교착'… 경제 충격은 '진행형'
호르무즈 해협은 전 세계 해상 원유 수송량의 약 27%를 처리한다. 개전 직후 통과 물동량은 90% 이상 급감했다. 영공 폐쇄로 항공·관광업이 타격을 입었고 전쟁 보험료는 급등했다. 정유사들은 원료 조달 비용 폭증으로 금융권에 직접 지원을 요청하는 단계까지 몰렸다.
비용 청구서는 1조 달러… 한국이 가장 아프다
전쟁 비용도 천문학적이다. 미 국방부 전쟁 비용은 4월 1일 기준 이미 180억 달러(약 26조 원)를 돌파했고, 추가 2000억 달러(약 295조 원) 예산이 요청됐다. 걸프 아랍 국가 피해액은 1200억 달러(약 177조 원), 이란 정부 자체 추산 손실은 최대 1조 달러(약 1477조 원)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개전 직후 국제유가는 배럴당 100달러(약 14만 7700원)를 넘어섰다. 휴전 합의 기대로 일시 반등했으나, 협상 불확실성이 부각될 때마다 출렁이는 패턴이 반복된다. 미 연방준비제도의 금리 인하 기대도 후퇴했다. 크리스탈리나 게오르기에바 국제통화기금(IMF) 총재는 "호르무즈 휴전이 유지되더라도 글로벌 성장 둔화는 불가피하다"고 못 박았다.
한국이 가장 아픈 이유는 구조다. 중동산 원유 의존도가 70%에 달한다. 산업연구원 관계자는 "수출 비중이 국내총생산(GDP)의 40%에 이르는 한국은 원유 수입가 상승과 해상 물류 차질이 동시에 작동하는 이중 충격에 노출됐다"며 "공급망 핵심 품목 다변화와 에너지 비상 재고 확충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다만 "단기 실효성은 제한적"이라고 단서를 달았다.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국내 정유 4사는 사우디·UAE 외 미국·서아프리카·남미산 원유 비중을 늘리는 작업에 착수했으나, 운임 상승분이 이를 상쇄해 마진 회복이 더디다는 분석이다.
다만 정부가 비축유 방출과 LNG 장기계약 다변화에 나섰으나, 이는 구조적 취약성을 임시로 가리는 미봉책에 불과하다. 호르무즈 해협의 완전한 기능 회복 없이는 근본적인 에너지 안보 공백을 메우기 어렵다는 한계가 뚜렷하다.
중국의 셈법, 러시아의 '두 얼굴'
중국은 왕이 외교부장이 26차례 전화 외교를 펼쳤고, 파키스탄과 함께 '5개항 평화 이니셔티브'를 제안했다. 뉴욕타임스는 중국이 이란을 설득해 지난 7일 휴전 수용을 끌어냈다고 전했다. 그러나 이념이 아닌 경제 동기다. 수출이 GDP의 3분의 1을 차지하는 구조에서 글로벌 수요 위축을 막아야 한다. 동시에 중국 기업이 이란에 로켓 추진제 원료를 공급한 정황이 포착돼 미국과 마찰을 빚고 있다.
러시아는 두 얼굴이다. 표면적으로 휴전을 환영하면서 유가 급등에 따른 반사이익을 챙겼다.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이란 외무장관과 긴급 회담을 갖고 군사·경제 협력을 재확인했다. 비공개 회담에서는 군사 기술 지원과 서방 제재 우회로 마련을 논의하며 반서방 연대를 다졌다는 분석이 나왔다. 전쟁 장기화로 자국 실익을 챙기는 동시에 중동 영향력을 극대화하려는 계산이 깔렸다.
투자자가 지금 봐야 할 '3가지 신호'
시장 참여자가 당장 점검해야 할 변수는 세 가지다. 첫째, 호르무즈 해협 완전 재개통 시점과 기뢰 제거 진척도. 둘째, 이란의 핵농축 포기 협상 수용 여부. 셋째, 중국·러시아의 이란 군사·금융 지원 수위다. 만약 평화 협상이 결렬된다면, 이는 단순한 유가 상승을 넘어 글로벌 공급망이 완전히 마비되는 '공급망 붕괴형 스태그플레이션'이라는 블랙 스완이 현실화하는 신호탄이 될 수 있다.
증권가에서는 교착 국면이 길어질수록 한국의 경상수지 악화와 금융시장 변동성 확대를 피하기 어렵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60일 전 페르시아만에서 발사된 미사일은 이제 한국 가계의 주유소 영수증과 코스피 시가총액 전광판으로 그 무대를 옮겼다.
김주원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