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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르무즈 봉쇄에 기름값 120달러 돌파… 내 지갑·물가 '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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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르무즈 봉쇄에 기름값 120달러 돌파… 내 지갑·물가 '비상'

트럼프 "핵 포기까지 봉쇄" 선언에 8% 폭등… 8거래일 연속 상승 '비상'
한국 경제 스태그플레이션 공포 현실화, 정부·기업 '비상 경영' 돌입
미국과 이란의 군사적 충돌이 '에너지 전쟁'으로 번지며 세계 경제를 집어삼키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세계 원유 수송의 동맥인 호르무즈 해협 봉쇄를 지속하겠다는 의지를 노골적으로 드러내면서 국제유가는 배럴당 120달러 선을 넘어섰다. 이미지=제미나이3이미지 확대보기
미국과 이란의 군사적 충돌이 '에너지 전쟁'으로 번지며 세계 경제를 집어삼키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세계 원유 수송의 동맥인 호르무즈 해협 봉쇄를 지속하겠다는 의지를 노골적으로 드러내면서 국제유가는 배럴당 120달러 선을 넘어섰다. 이미지=제미나이3
미국과 이란의 군사적 충돌이 '에너지 전쟁'으로 번지며 세계 경제를 집어삼키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세계 원유 수송의 동맥인 호르무즈 해협 봉쇄를 지속하겠다는 의지를 노골적으로 드러내면서 국제유가는 배럴당 120달러(178500) 선을 넘어섰다. 3주 전 발효된 휴전 협정으로 에너지 공급이 재개될 것이라 기대했던 시장의 낙관론은 하루아침에 절망으로 바뀌었다.

파이낸셜타임스(FT)29(현지시각) 브렌트유 선물 가격이 전 거래일보다 8.1% 폭등한 배럴당 120.27달러(178900)를 기록했다고 보도했다. 이는 2022년 이후 최고치이자, 8거래일 연속 상승이라는 기록적인 수치다. 미국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역시 7% 오른 106.88달러(159000)에 거래를 마쳤다.

"돼지처럼 숨 막힐 것"… 트럼프, 에너지 무기화 선언


이번 유가 폭등의 도화선은 트럼프 대통령의 강경 발언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악시오스(Axios)와의 인터뷰에서 "봉쇄가 폭격보다 효과적"이라며 "이란은 숨이 막히는 중이며, 핵무기 포기 없이는 봉쇄를 풀 생각이 없다"고 단언했다.

호르무즈 해협은 분쟁 전 전 세계 원유 물동량의 20%를 담당하던 핵심 요충지다. 현재 미 해군의 봉쇄와 이란의 보복 공격 위협으로 선박 운항이 사실상 멈춘 상태다. 삭소뱅크의 올레 한센 원자재 전략 책임자는 "해협 개방에 대한 기약이 없는 한 유가는 매일 수 달러씩 오를 것"이라며 "공급 부족이 시장을 지배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시장은 석유수출국기구(OPEC) 탈퇴를 선언한 아랍에미리트(UAE)의 증산 가능성에도 냉담한 반응을 보였다. UAE가 생산량을 하루 450만 배럴까지 늘려도 호르무즈 해협이 막혀 있으면 수출길이 없기 때문이다. 결국 '공급의 통로' 자체가 차단된 상황에서 생산량 조절은 의미 없는 숫자에 불과하다는 것이 시장의 냉혹한 평가다.

고물가·고금리 '이중고'… 한국 경제에 미칠 영향은


기름값 폭등은 단순히 주유소 가격표를 바꾸는 데 그치지 않습니다. 미국 내 휘발유 가격은 갤런당 4.23달러(6290)로 전쟁 발발 이후 최고치를 경신했다. 이는 물가 상승(인플레이션)을 자극해 중앙은행들의 금리 인상을 압박하는 악순환으로 이어질 수 있다.

유럽 금융시장에서는 이미 경고등이 켜졌습. 영국과 이탈리아의 2년물 국채 금리는 인플레이션 우려를 반영해 급등했다. 시장 전문가들은 유럽중앙은행(ECB)과 잉글랜드은행(BoE)이 연말까지 금리를 각각 2~3회 추가 인상할 것으로 내다본다.

에너지 수입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에도 치명적이다. 유가 상승은 무역수지 악화와 국내 생산자 물가 상승으로 직결된다. 금융권 관계자는 "수입 물가 상승이 국내 소비자 물가로 전이되는 시차를 고려하면, 하반기 내수 소비 위축은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고물가 속 경기 침체가 오는 스태그플레이션 초기 국면에 진입할 위험이 크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과거 유가가 배럴당 10달러 상승할 때마다 국내 소비자물가는 약 0.2%포인트 상승하고 경제성장률은 0.1%포인트 하락하는 상관관계를 보여 왔으며, 특히 에너지 수입액 비중이 높은 제조 강국 한국은 경상수지 적자 전환의 1차적 타격지가 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이에 정부는 범정부 비상경제대응팀을 가동해 유류세 인하 폭을 법정 최대로 연장하고 에너지 취약계층에 대한 바우처 지원을 강화했으며, 민간 기업들은 수입선 다변화와 함께 에너지 절감형 공정 전환 및 비상 경영 체제 돌입을 통해 비용 상승 충격 최소화에 주력하고 있다.

앞으로 유가 150달러 시대 대비하려면


에너지 위기가 장기화 국면에 접어들면서 독자들이 예의주시해야 할 지표는 크게 세 가지다.

첫째, 호르무즈 해협의 통행 재개 여부다. 미 해군의 작전 범위 변화와 이란의 호르무즈 통행 금지 해제 발표가 유가 하락의 유일한 '트리거'.

둘째,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 추이다. 유가 상승이 다른 품목으로 얼마나 전이되는지 확인해야 한다. 이는 연준의 금리 결정과 직결된다.

셋째, 환율 변동성이다. 원유는 달러로 결제된다. 유가 상승과 달러 강세가 겹치는 '쌍둥이 악재' 상황에 대비한 자산 배분이 필요하다.

이번 사태는 단순한 지정학적 충돌을 넘어 세계 경제 질서의 재편을 예고하고 있다. 글로벌 투자사 캔드리엄의 나데주 뒤포세 수석 전략가는 "일시적 충격이 아닌 '지속되는 위기'의 단계로 진입했다"고 경고했다. 에너지발 인플레이션이 실물 경제를 얼마나 더 깊게 파고들지, 전 세계의 시선이 트럼프의 입과 호르무즈의 물길에 쏠려 있다.


김주원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