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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르무즈 케이블 끊기면 내 계좌·기름값 동시 폭발…진짜 시나리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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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르무즈 케이블 끊기면 내 계좌·기름값 동시 폭발…진짜 시나리오

이란 IRGC, '디지털 동맥' 사보타주 카드 꺼내…브렌트유 120달러 돌파, 韓 '이중 충격' 우려
이란 혁명수비대(IRGC)가 미국과의 종전 협상에서 새로운 비대칭 카드를 꺼내 들었다. 원유 봉쇄에 이어 호르무즈 해협 해저를 지나는 국제 광케이블의 파괴 가능성을 시사한 것이다. 이미지=코파일럿이미지 확대보기
이란 혁명수비대(IRGC)가 미국과의 종전 협상에서 새로운 비대칭 카드를 꺼내 들었다. 원유 봉쇄에 이어 호르무즈 해협 해저를 지나는 국제 광케이블의 파괴 가능성을 시사한 것이다. 이미지=코파일럿
이란 혁명수비대(IRGC)가 미국과의 종전 협상에서 새로운 비대칭 카드를 꺼내 들었다. 원유 봉쇄에 이어 호르무즈 해협 해저를 지나는 국제 광케이블의 파괴 가능성을 시사한 것이다.

지난달 29(미국 동부시간) 브렌트유 선물은 배럴당 118달러를 돌파하며 20226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고, ·달러 환율은 1,480원대 후반에서 등락을 거듭하고 있다. 에너지 수입의 70% 이상을 중동에 의존하는 한국에는 유가 충격에 더해 디지털 인프라 위기까지 겹치는 '이중 충격'이 현실 시나리오로 떠오르고 있다.

이란의 '케이블 카드'IRGC 연계 매체가 '바다 밑 지도'를 공개했다


이란 혁명수비대 연계 반관영 매체 타스님통신은 지난달 22(현지시간) 호르무즈 해협 해저를 지나는 국제 인터넷 케이블의 상세 경로와 상륙 지점, 인근 데이터센터 위치를 구체적으로 공개했다. 팰컨(FALCON), AAE-1, TGN-걸프, SEA-ME-WE 등 최소 7개 주요 해저 케이블이 이 좁은 해협을 통과한다. 타스님은 "전 세계 인터넷 트래픽의 97% 이상이 해저 광섬유망을 통해 이동한다"며 이 좁은 통로의 취약성을 강조했다.

이스라엘 매체 예루살렘포스트는 이를 두고 "사고든 의도적 행위든 여러 주요 케이블이 동시에 손상될 경우 페르시아만 전역에 심각한 서비스 장애가 발생할 수 있다는 노골적 경고"라고 평가했다. 미국 중동전문매체 멤리(MEMRI)"직접적 파괴 선언은 없었지만, 군부와 직결된 매체가 '바다 밑 지도'를 공개했다는 사실 자체가 협상 우위를 노린 정치적 신호"라고 분석했다. 이란이 "원유만이 협상 카드가 아니다"라는 메시지를 미국과 걸프 아랍 국가들에 동시에 발신한 셈이다.

특히 통신정보 분석기관 텔레지오그래피(TeleGeography)"호르무즈 해협의 케이블들이 좁은 구간에 집중 매설돼 있어 단 한 차례의 사고만으로도 여러 시스템이 동시에 손상될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놨다. 케이블 수리선은 분쟁 해역에 진입하기 위해 정부 허가가 필요하고, 수리 작업 중에는 해당 위치에 정박 상태로 머물러야 하기 때문에 적대 행위가 발생하는 환경에서는 수리 자체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점도 함께 지적됐다.

걸프 남쪽 연안국, 인터넷의 90%를 케이블에 의존


타스님통신과 텔레지오그래피 데이터에 따르면, 사우디아라비아·UAE·카타르·바레인 등 페르시아만 남쪽 연안국은 인터넷 연결의 최대 90%를 호르무즈 해협 인근 해저 케이블에 의존한다. 쿠웨이트에서 두바이까지 수백만 명의 전자상거래, AWS·마이크로소프트·구글의 클라우드 서비스, 은행 결제망, 정부 통신이 모두 이 케이블을 통해 전송된다.

타스님은 "2008년 지중해 해저 케이블 2개가 손상됐을 때 역내 인터넷 트래픽이 70% 감소한 사례를 감안하면, 호르무즈 케이블의 동시 절단은 '디지털 재앙'을 초래해 수십억 달러 손실과 함께 금융 거래 마비, 증권거래소 일시 정지까지 가져올 수 있다"고 경고했다.

반면 이란은 자국 인터넷 트래픽의 60~70%를 튀르키예·아르메니아·아제르바이잔을 경유하는 육상 회선으로 우회하고 있어, 케이블 손상 시 비대칭적 우위를 점할 수 있는 구조다.
미국 싱크탱크 스팀슨센터는 사우디·UAE·카타르가 해저뿐 아니라 육상 케이블망 다변화를 위한 국제 컨소시엄 구성에 나섰다고 밝혔다. 다만 다국적 데이터 이동에 따른 법·규제 문제 때문에 단기간 내 호르무즈 의존도를 줄이기는 어렵다고 분석했다.

복구 가능성도 비관적이다. 세계 최대 해저 케이블 설치업체 알카텔서브마린네트웍스(ASN)는 페르시아만 작업 전체에 대해 '불가항력'을 선언하고 활동을 전면 중단한 상태로 알려졌다. 20242월 홍해 케이블 3개 손상 당시 복구에만 5개월이 걸렸던 점을 고려하면, 호르무즈 케이블 동시 절단은 중동 디지털 경제를 수개월간 마비시킬 수 있다.

미국 "전쟁 행위"…트럼프, 이란 봉쇄 장기화 선언


트럼프 행정부는 해저 인프라 타격을 사실상 '전쟁 행위'로 규정하며 강경 대응을 예고했다. 지난달 11~12일 이슬라마바드에서 21시간에 걸쳐 진행된 종전 회담이 합의 도출에 실패한 이후, 양측 입장은 더욱 굳어졌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달 29일 미국 매체 악시오스(Axios)와의 통화에서 "이란이 핵 합의에 동의할 때까지 미 해군 봉쇄를 유지하겠다""봉쇄가 폭격보다 더 효과적이다. 그들은 돼지처럼 숨이 막히고 있고, 상황은 더 나빠질 것"이라고 밝혔다. 같은 날 CNBC는 브렌트유 종가가 배럴당 118.03달러(175300)6% 급등하고 WTI106.88달러(158700)7% 가까이 상승했다고 보도했다. 428일 미국 동부시간 9시 기준 브렌트유는 109.96달러(163300), 29113.99달러(169300)를 거쳐 장중 120달러(178200)를 돌파하는 흐름이었다.

이란의 케이블 위협에서 실질적 피해 당사자는 오히려 걸프 아랍 국가들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UAE와 카타르의 디지털 의존도가 이란보다 훨씬 높기 때문이다. 이란은 이 비대칭 구조를 활용해 "원유만이 아니라 디지털 경제도 인질로 잡을 수 있다"는 신호를 발신하고 있다는 해석이다.

이른바 '회색지대 전략'이 새로운 과제로 떠오른다. 이란이 직접 행동하지 않고 '우발적 사고'로 위장할 경우 명확한 귀책을 특정하기 어렵고, 이는 국제 공조 대응을 복잡하게 만든다. 다만 일부 분석가들은 "타스님 원문은 직접 위협이 아닌 '경고성 분석'에 가깝다""실제 케이블 절단 시 이란 자신도 핀란드·러시아·인도와의 통신 일부에서 영향을 받기 때문에 결단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반론을 내놓는다.

한국 경제 '이중 타격'…유가·환율·반도체 공급망 동시 충격


한국에는 두 방향의 충격이 동시에 들어온다.

첫째, 유가 충격이다. 지난달 29일 기준 브렌트유 배럴당 120달러 돌파는 한국 정유·석유화학·항공·해운 업종에 직접 원가 압력으로 작용한다. 한국은 원유의 약 70%를 중동에서 수입하며, 이 중 상당량이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한다.

둘째, 환율과 자본시장 충격이다. 지난달 30일 오후 원·달러 환율은 1,485.60원에 거래되고 있으며, 이는 미 연준(Fed) 회의를 앞둔 관망세 속에서 안전자산 수요로 달러가 강세를 보인 영향이다. 트레이딩이코노믹스에 따르면, 같은 날 KOSPI는 사상 최고치 부근에서 등락을 거듭하며 원화에 부분적 하방 지지를 제공했지만, 글로벌 인플레이션 우려가 다시 부각되면 자본 유출 압력은 재점화될 가능성이 높다.

셋째, 반도체·IT 공급망 리스크다. AI 인프라용 반도체 핵심 소재인 헬륨·브롬·아르곤 등 산업용 가스 일부가 중동발 운송 차질의 영향권에 있다. 더 나아가, 호르무즈 케이블이 절단될 경우 사우디·UAE·카타르의 클라우드·데이터센터를 거치는 한··동남아 간 일부 트래픽도 우회 비용 증가가 불가피하다.

투자자 관전 포인트 3가지


증권가 관계자들이 공통적으로 주시하는 변수는 다음 세 가지다.

첫째, 브렌트유의 배럴당 120달러 안착 여부다. 이를 넘어 안정화될 경우 국내 정유·석유화학·항공의 원가 구조가 임계점을 통과하며, 인플레이션 우려가 다시 글로벌 자산시장 전반의 변동성으로 옮겨붙을 수 있다.

둘째, ·달러 환율의 1,500원 재돌파 여부다. 수출 기업 수익성에는 단기 호재이나 수입 물가를 통해 소비 심리를 동반 냉각시키는 양면성이 있다.

셋째, ·이란 협상 재개 신호다. 협상 진전 시 유가는 90달러대로 빠르게 되돌릴 수 있다는 것이 시장 컨센서스다. 다만 이슬라마바드 회담 결렬 이후 양측 신뢰가 깊이 훼손된 만큼, 단기 재개 가능성은 낮다는 평가가 우세하다.

방산·조선·해운주는 전쟁 장기화 국면의 상대적 수혜주로 거론되는 반면, 항공·전통 제조업은 비용 압박이 지속될 전망이다. 통신·인터넷 인프라 관련 종목, 특히 해저 케이블 제조·시공 역량을 보유한 LS전선·대한전선 등은 중장기 인프라 다변화 수요의 수혜 후보로 거론된다.

호르무즈 해협은 이제 석유의 통로가 아니라, 데이터와 금융까지 흐르는 문명 연결의 동맥이 됐다. 이란이 회색지대 전략을 유지하는 한 미국의 즉각 대응도, 국제 공조도 쉽지 않다. 한국은 에너지 수입로와 디지털 인프라라는 두 개의 병목에 동시에 노출돼 있다는 사실을 직시해야 한다.


김주원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