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00개 고부가가치 일자리 창출… '방산 금융 허브' 노리는 캐나다의 승부수
이미지 확대보기"성능만으론 부족" 무기 공동구매 시대, 금융 경쟁력이 수주 성패 가른다.
북미의 방산 공급망과 금융 지형을 뒤흔들 거대 기구의 거점이 캐나다로 확정됐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와 우방국의 국방·안보 프로젝트를 전담 지원하는 다국적 '방위·안보·회복력 은행(DSRB)' 본부가 캐나다에 들어선다. 이번 결정으로 캐나다는 글로벌 방위산업 금융의 중심지로 부상하며, 대한민국 방위산업에도 '금융 구조 고도화'라는 시급한 숙제를 던졌다.
캐나다 공영방송 CBC와 라디오-캐나다 등 외신은 지난 4월 29일(현지시각)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캐나다가 새로운 다국적 방위은행(DSRB) 본부 유치국으로 최종 선정됐다"라고 보도했다.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가 지난 2025년 8월 라트비아 아다지 군사기지를 방문하는 등 국방 외교에 공을 들여온 결과가 실질적인 경제 성과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DSRB는 NATO 회원국과 우방국을 대상으로 국방·안보 강화 및 탄력적 인프라 구축 프로젝트에 장기 저리 금융을 제공하는 다자간 금융기구다. 이번 유치 확정으로 캐나다 주요 도시는 세 가지 거대한 변화의 물결을 맞이하게 된다.
또한, 금융공학, 국제법, 방위 전략 분석가 등 3,500명 규모의 최고급 전문가 집단이 상주하며 고부가가치 일자리 창출의 산실이 될 전망이다. 현재 토론토, 몬트리올, 밴쿠버, 오타와가 유치 경쟁을 벌이는 가운데, 최종 입지 선정 결과에 따라 해당 도시는 글로벌 국방 경제의 새로운 지정학적 요충지로 급부상할 것으로 보인다.
무기 체계 공동 구매 '금융 해결사'… NATO 결속력 강화의 핵
DSRB의 핵심 기능은 단순한 자금 지원을 넘어선다. 여러 국가가 무기 체계를 공동으로 구매할 때 발생하는 복잡한 금융 절차를 간소화하고 표준화하는 역할을 맡는다. 이는 고가의 방산 장비 도입 시 발생하는 각국의 재정 부담을 완화해 NATO와 우방국의 군사적 대응력을 실질적으로 높이는 촉매제가 된다.
캐나다 현지 언론인 글로브 앤 메일(The Globe and Mail)은 "캐나다가 국제 안보 질서에서 단순한 군대 파병국을 넘어 금융 지원의 중추 역할을 맡게 된 역사적 전환점"이라고 평가했다. 실제로 밴쿠버 등 주요 지자체들은 민관 합동 유치 제안서를 제출하며 치열한 확보전을 벌여왔다.
'K-방산'에 주는 시사점: "성능 너머 금융 설계 능력이 관건"
우선 한국은 NATO 우방국 지위를 적극적으로 활용해 DSRB의 저리 금융 프로그램과 연계한 다자간 패키지 수출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 또한, 캐나다 본부를 거점으로 북미 및 유럽 방산 네트워크와의 협력을 강화함으로써 글로벌 공급망 점유율을 높이는 교두보로 삼아야 한다. 아울러 단순한 무기 판매 방식에서 벗어나 금융과 운용, 유지보수가 결합한 선진국형 비즈니스 모델로 전환하여 금융 구조를 고도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이는 'K-방산'이 기술력을 넘어 금융 경쟁력까지 갖춘 진정한 강자로 거듭나는 전환점이 될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한국 정부와 방산업계가 NATO와의 파트너십을 더욱 공고히 해야 한다고 제언한다. 국방대학교 한 안보 전문가는 "DSRB는 향후 우방국의 방산 공급망 재편에서 돈줄을 쥐는 기구가 될 것"이라며 "캐나다 본부 설립 과정에서 한국 금융기관과의 협력 채널을 선제적으로 구축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향후 주목해야 할 3가지 지표
이번 소식은 단순한 해외 뉴스를 넘어 한국의 방산 수출 경쟁력과 직결된다. 투자자와 산업 종사자들은 다음 세 가지 요소를 예의주시해야 한다.
첫째, 캐나다 연방 정부의 최종 입지 선정이다. 토론토(금융), 몬트리올(항공우주), 밴쿠버(해양) 중 어느 도시가 선정되느냐에 따라 한국 기업의 현지 협력 파트너가 달라진다.
금융 중심지인 토론토가 선정될 경우 글로벌 자본 조달과 파이낸싱 네트워크 강화에 유리하며, 몬트리올은 항공우주 및 방산 제조 네트워크와의 긴밀한 결합이 가능해진다. 밴쿠버는 해양 방위 및 아시아-태평양 물류 거점으로서의 강점을 가진다. 한국 기업으로서는 선정 도시의 특화 산업에 맞춰 현지 파트너십을 재편하고, 해당 지역의 인프라를 활용한 맞춤형 진출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
둘째, DSRB의 대출 금리 및 대출 한도 규정이다. 한국산 무기를 구매하려는 NATO 우방국들이 DSRB 자금을 활용할 수 있는 조건이 갖춰지는지 확인해야 한다.
셋째, 한국 수출금융 지원책 확대 여부다. 경쟁 기구인 DSRB 등장에 대응해 한국 정부가 추진 중인 수출금융 지원 법안의 통과 속도를 살펴야 한다.
국방 자금의 흐름이 캐나다로 모이는 것은 무기 시장의 게임의 룰이 '기술력'에서 '금융 지원력'으로 이동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이제는 총칼의 성능만큼이나, 이를 뒷받침할 자본의 설계 능력이 국방 안보의 핵심 경쟁력이 되는 시대다.
김주원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