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이탈리아 등 주요국 부채비율 100% 돌파… 가파른 물가 상승에 금리 인하 발 묶여
ECB '무제한 국채 매입' 카드로 시장 안정 주력… 英, 독자 통화정책으로 경기 연착륙 모색
ECB '무제한 국채 매입' 카드로 시장 안정 주력… 英, 독자 통화정책으로 경기 연착륙 모색
이미지 확대보기배런스(Barron's)는 최근 보도를 통해 "이란 전쟁이 유럽 경제의 아킬레스건인 공공부채 문제를 정조준하고 있다"며 데스몬드 라크먼 미국기업연구소(AEI) 선임연구원의 분석을 인용해 보도했다. 라크먼 연구원은 국제통화기금(IMF) 부국장을 역임한 세계적인 거시경제 전문가다.
전쟁 장기화로 인해 프랑스, 이탈리아, 영국 등 유럽 4대 경제국 중 3개 나라가 국채 시장 위기에 직면할 수 있다는 경고가 잇따른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지난 2010년 '그리스 사태' 당시와 달리 유럽중앙은행(ECB)의 대응 체계가 강화되어 있어 전면적인 시스템 위기로 전이될 가능성은 낮다고 진단한다.
에너지 쇼크가 부른 ‘세금 효과’… 빚더미 오른 유럽 경제의 딜레마
현재 유럽 경제의 가장 큰 골칫거리는 눈덩이처럼 불어난 나랏빚이다. IMF 통계에 따르면 프랑스, 이탈리아, 영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공공부채 비율은 이미 100%를 넘어섰다. 특히 프랑스와 영국은 재정적자 규모가 GDP의 5%를 상회한다. 이는 6% 수준인 미국과 유사한 수치지만, 에너지 자급률이 높은 미국과 달리 에너지 수입 의존도가 절대적인 유럽에는 치명적이다.
유럽 국가들이 전쟁 이후 추가로 지출한 에너지 비용만 약 320억 달러(약 47조 원)에 달한다. 에너지와 비료 가격 상승은 곧장 밥상 물가로 전이됐다. ECB는 2027년까지 식품 인플레이션 전망치를 기존 2.3%에서 2.9%로 상향 조정했다.
고물가는 금리 인하를 가로막는 '족쇄'가 된다. 물가를 잡기 위해 고금리를 유지하거나 오히려 추가 인상해야 하는 상황은 부채 상환 부담을 가중한다. 결과적으로 가계는 실질 소득 감소라는 '에너지·식품세'를 내는 셈이며, 기업 활동은 위축되어 경기 침체의 늪으로 빠져들 위험이 크다.
‘무제한 매입’ 내건 ECB의 방패… 영국은 독자 노선으로 승부
그럼에도 전문가들이 제2의 '유로존 해체 위기' 가능성을 낮게 보는 이유는 ECB의 강력한 시장 개입 도구 덕분이다. 2010년대 남유럽 부도 위기 당시 마리오 드라기 전 ECB 총재가 선언했던 "무엇이든 하겠다(Whatever it takes)"는 의지는 이제 '전달보호기구(TPI)'라는 구체적인 정책으로 제도화됐다.
TPI는 특정 국가의 국채 금리가 비정상적으로 치솟을 경우 ECB가 해당국 국채를 무제한으로 사들여 시장을 안정시키는 장치다. 과거 무방비 상태에서 투기 세력의 공격을 받았던 것과는 차원이 다른 방어막이다.
미·중·아시아 등 글로벌 공급망 재편과 자원 민족주의 가속화
유럽의 재정 위기 여파는 대륙을 넘어 전 세계 공급망 질서를 뒤흔들고 있다. 미국은 유럽의 국방비 증액 요구를 강화하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내 비용 분담을 압박하고 있고, 이는 유럽 국가들의 재정 여력을 더욱 압박하는 요인이 된다.
중국은 에너지 위기에 빠진 유럽 시장에 저가 전기차와 재생에너지 장비를 대거 밀어 넣으며 영향력 확대를 꾀하고 있다. 아시아 주요국 역시 호르무즈 해협 리스크에 대응해 중동 의존도를 낮추고 미국·호주 등으로 수입선을 다변화하는 '에너지 안보 재설계'에 돌입했다.
각국이 자국 우선주의와 자원 확보에 사활을 걸면서, 글로벌 경제는 효율성 중심의 자유무역 시대에서 안보 중심의 블록 경제 시대로 빠르게 전환하고 있다.
시장 참여자가 주목해야 할 3대 체크포인트
유럽발 부채 위기가 한국 경제와 금융 시장에 미칠 파장을 가늠하기 위해 독자들이 주시해야 할 지표는 다음과 같다.
첫째, 독일-이탈리아 국채 금리 스프레드(격차)다. 유럽 내 가장 안전한 독일 국채와 부실 위험이 큰 이탈리아 국채 간의 금리 차이가 벌어지는지 확인해야 한다. 이 격차가 2.5%포인트를 넘어서면 시장은 위기 신호로 받아들인다.
둘째, 유로·달러 환율(Euro/USD)이다. 유로화 가치가 급락(1유로=1달러 미만)할 경우 유럽의 수입 물가 부담은 극에 달하며, 이는 국내 금융 시장의 안전자산 선호 현상을 심화시켜 원화 약세를 부추길 수 있다.
셋째, 방산·에너지 섹터 수주 실적이다. 유럽의 국방비 증액과 에너지 수입선 다변화는 한국 방산 기업과 LNG 운반선을 건조하는 조선업계에 기회가 될 수 있다.
유럽 경제는 벼랑 끝에 서 있지만, 과거의 실패를 교훈 삼아 정교해진 ECB의 방어 기제가 시장의 붕괴를 막아내는 방파제 역할을 하고 있다. 위기 속에서도 시스템의 복원력을 읽어내는 혜안이 필요한 시점이다.
김주원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