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B, 아시아 성장률 5.1%→4.7% 하향… 물가는 두 배 '비상'
한국 수입물가 외환위기 이후 최대폭 상승… 하반기 '물가 폭탄' 우려
한국 수입물가 외환위기 이후 최대폭 상승… 하반기 '물가 폭탄' 우려
이미지 확대보기중동발 전쟁의 불길이 아시아 경제의 숨통을 조이고 있다. 이란과의 분쟁이 장기 국면으로 접어들면서 에너지 수입 의존도가 높은 아시아 각국은 유가 급등과 인플레이션이라는 이중고에 직면했다. 단순히 기름값이 오르는 수준을 넘어 식료품과 공산품 가격까지 연쇄적으로 자극하며 서민 경제의 실질 구매력을 갉아먹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4일(현지시간) 아시아개발은행(ADB)을 인용해 중동 분쟁이 지역 전체의 성장 충격을 촉발할 수 있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ADB는 아시아 개발도상국의 올해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5.1%에서 4.7%로 대폭 낮춰 잡았다. 물가상승률 전망치 역시 지난해 3%에서 올해 5.2%로 두 배 가까이 치솟을 것으로 내다봤다.
멈추지 않는 수입 물가 폭주… 한국·일본 '환율·물가' 복합 위기
에너지 공급의 중추인 중동의 불안은 곧바로 수입 비용 상승으로 직결됐다. 특히 제조업 기반의 수출 국가인 한국과 일본의 충격이 두드러진다.
한국의 기록적 수입 물가가 국민 경제에 큰 부담을 주고 있다. 지난 3월 한국의 수입 물가는 전년 동기 대비 16.1% 폭등했다. 이는 외환위기 직후인 1998년 1월 이후 28년 만에 가장 가파른 상승세다. 수입 물가는 통상 1~3개월의 시차를 두고 소비자물가에 반영된다는 점에서 하반기 물가 대란 우려가 깊다.
일본의 엔저 악순환도 심각하다. 일본은 수입액 증가로 엔화 가치가 급락하자 지난주 350억 달러(약 51조 4800억 원)라는 거액을 투입해 환율 방어에 나섰다. 에너지 가격 상승이 통화 가치 하락을 부추기고, 이것이 다시 수입 물가를 올리는 악순환에 빠진 모양새다.
프레데릭 노이만 HSBC 아시아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아시아 중앙은행들이 '엄청난' 인플레이션 충격에 직면했다"며 "이번 사태는 단순한 에너지 문제를 넘어 식량과 산업 투입재 전반에 체계적인 혼란을 야기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국고 고갈되는 저개발국… 금리 인상 카드로 버티는 선진국
국가별 경제 체력에 따라 대응 양상은 갈리지만 고통의 무게는 매한가지다.
반면 자본 여력이 있는 국가들은 금리 인상과 보조금으로 방어막을 치고 있다. 싱가포르는 4년 만에 통화정책을 긴축으로 전환했고, 호주 중앙은행 역시 이번 주 회의에서 2026년 들어 세 번째 금리 인상 여부를 결정한다. 일본과 필리핀, 베트남은 정부 예산을 투입해 휘발유 가격 상승을 억제하고 있으나, 전문가들은 이를 '임시방편'일 뿐이라고 지적한다.
시장 참여자가 챙겨야 할 '3대 경제 체크리스트'
중동 분쟁이 부른 아시아 경제 위기는 이제 시작 단계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투자자와 소비자 모두 다음 세 가지 지표를 예의주시해야 한다.
첫째, 국내 소비자물가지수(CPI) 추이다. 수입물가 폭등분이 실제 장바구니 물가에 전이되는 속도를 확인해야 한다. 특히 가공식품과 외식 물가의 상승 폭이 기준점이다.
둘째, 중앙은행의 금리 가이드라인이다. 인플레이션 억제를 위한 추가 금리 인상이 단행될 경우 대출 금리 상승에 따른 가계 부채 부담이 급증할 수 있다.
셋째, 에너지 보조금 정책 지속 여부다. 정부의 유류세 인하 및 보조금 지급이 종료되는 시점이 실질적인 물가 충격의 정점이 될 가능성이 높다.
마사토 칸다 ADB 총재는 "우리는 일시적인 변동성이 아니라 글로벌 무역 네트워크의 장기적 혼란에 직면했다"고 경고했다. 이제는 위기 상황을 상수로 둔 경제적 자구책 마련이 시급한 시점이다.
김주원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