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로사톰 파트너십으로 원전 1호기 핵연료 장전… 2026년 상업 운전 '카운트다운'
전력 10% 기저부하 확보, 의류·농업 넘어 반도체 등 '첨단 산업 대국' 비전 가속화
러시아 패키지 수출의 명암… 금융 역량 강화와 지정학 리스크 모니터링 필수
전력 10% 기저부하 확보, 의류·농업 넘어 반도체 등 '첨단 산업 대국' 비전 가속화
러시아 패키지 수출의 명암… 금융 역량 강화와 지정학 리스크 모니터링 필수
이미지 확대보기방글라데시가 '에너지 주권'을 향한 위대한 첫걸음을 뗐다. LNG 가격 변동성에 흔들리던 농업국에서 안정적인 기저 부하를 갖춘 첨단 산업 거점으로 탈바꿈하려는 방글라데시의 '비전 2041'이 본격적인 궤도에 올랐다.
러시아 원자력 국영 기업 로사톰(Rosatom)은 지난달 28일(현지시간) 방글라데시 루프푸르(Rooppur) 원자력 발전소 1호기에 대한 핵연료 주입을 성공적으로 시작했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 2015년 러시아와 건설 계약을 체결한 지 11년 만에 결실을 본 것이다. 이번 프로젝트는 총사업비만 130억 달러(약 18조 8300억 원)에 달하며, 방글라데시 역사상 가장 막대한 예산이 투입된 단일 인프라 사업으로 기록됐다.
'에너지 독립' 꿈을 현실로… 2400MW급 기저부하 확보
지난 5일 현지 매체인 소하는 이번 핵연료 장전이 방글라데시를 전 세계 단 30여 개에 불과한 '원전 운영국 클럽'의 일원으로 만들었다는 점에서 역사적 의의가 크다고 보도했다. 방글라데시는 그간 국내 천연가스 생산 감소와 불안정한 국제 LNG 가격 탓에 상습적인 전력난에 시달려 왔다.
수도 다카에서 북서쪽으로 160km 떨어진 파브나 지역에 건설 중인 루프푸르 원전은 러시아의 3세대+ 기술이 적용된 VVER-1200 노형 2기로 구성된다. 총 2400MW(메가와트)의 발전 용량을 갖춰, 완공 시 방글라데시 전체 전력 수요의 약 10%를 청정에너지로 감당하게 된다.
로사톰에 따르면 현재 1호기는 주요 시험 운영 단계에 돌입했으며, 핵연료 주입 후 용량을 안정적 전력 수준인 '통제 최소한(MCL)'까지 단계적으로 끌어올릴 계획이다.
방글라데시 과학기술부는 1호기가 오는 2026년 7월경 초기 300MW의 전력을 우선 공급하고, 2027년 1월 최대 용량에 도달하여 국가 전력망에 완전히 연결될 것으로 내다봤다. 2호기는 2027년 중 가동을 목표로 하고 있다. VVER-1200은 이미 러시아와 벨라루스 등에서 가동되며 효율성과 안전성이 입증된 모델로,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안전 기준을 충족하며 후쿠시마 사고 이후 강화된 시스템을 갖췄다.
러시아의 '패키지 수출'과 지정학적 함수
방글라데시 원전 프로젝트는 서방의 제재 속에서도 러시아가 신흥국 에너지 시장에 대한 지배력을 유지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강력한 증거다. 이번 사업은 철저히 러시아 주도의 금융·기술 결합 패키지로 추진됐다. 총건설비의 90%인 117억 달러(약 16조 9400억 원)가 러시아 정부 차관으로 조달된 점이 이를 방증한다. 셰이크 하시나 전 총리의 사임이라는 내정의 변화 속에서도 에너지 안보를 위한 원전 사업이 차질 없이 추진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이와 같은 강력한 기술·금융 동맹이 자리 잡고 있다.
우리 원전 업계에 주는 세 가지 착안점
방글라데시의 원전 시대 개막은 우리 정부와 원전 업계에 시급한 과제를 던진다. 투자자들과 기업들은 향후 글로벌 원전 시장의 흐름을 주시하며 한국형 원전 수출 전략의 다변화를 모색해야 한다.
첫째, 금융 지원 역량 강화다. 로사톰의 강력한 영향력은 '건설+금융+운영'을 묶은 패키지 수출에서 나온다. 우리 원전 수출 경쟁력을 APR1400의 기술력을 넘어, 정책 금융 등 강력한 지원 역량까지 아우르는 종합 패키지로 격상시켜야 한다.
둘째, SMR 시장 선점이다. 방글라데시는 대형 원전 외에도 분산형 전원 확보를 위해 소형모듈원자로(SMR) 도입을 검토 중이다. 이는 대형 원전 시장의 틈새를 공략할 수 있는 한국 기업들의 전략적 기회가 될 수 있다.
셋째, 지정학 리스크 모니터링이다. 러시아 차관 환수 및 핵연료 공급망 유지 과정에서 서방의 대러 제재와 충돌할 가능성이 상존한다. 이는 방글라데시 등 신흥국 시장 진출을 희망하는 우리 기업들이 반드시 검토해야 할 최상위 리스크 시나리오다.
루프푸르 원전은 방글라데시 경제 체질을 농업국에서 산업 강국으로 바꾸는 '에너지 혁명'의 시발점이다. 저렴하고 안정적인 기저 부하 확보로 의류 제조 중심의 산업 구조를 첨단 분야로 고도화하려는 방글라데시의 야심 찬 도전이 성공할 수 있을지, 그리고 그 과정에서 빚어질 지정학적 파장이 우리 원전 수출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엄중한 시선으로 지켜봐야 한다.
김주원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