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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비디아 없이 V4 출시', '몸값 72조 폭등', 'HBM 공급망 지정학적 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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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비디아 없이 V4 출시', '몸값 72조 폭등', 'HBM 공급망 지정학적 비상'

딥시크, 국가펀드 주도로 500억 달러 투자 유치 임박… 베이징 ‘국가대표’로 등극
화웨이 등과 ‘AI 연합군’ 결성해 하드웨어 자립 가속… 전액 위안화 투자로 美 자본 배제
엔비디아 칩 없이 플래그십 ‘V4’ 출시하며 기술 굴기 과시… 실리콘밸리 비용 구조 위협
중국의 AI 자급체제 완성 시, 삼성전자·SK하이닉스 HBM 대중국 수출 차질 및 美 추가 규제 등 복합 위기 직면
지난해 저비용·고효율 인공지능(AI) 모델로 전 세계를 놀라게 한 중국의 AI 스타트업 딥시크(DeepSeek)가 베이징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는 ‘국가 대표’ 기업으로 확고히 자리 잡았다. 이미지=제미나이3이미지 확대보기
지난해 저비용·고효율 인공지능(AI) 모델로 전 세계를 놀라게 한 중국의 AI 스타트업 딥시크(DeepSeek)가 베이징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는 ‘국가 대표’ 기업으로 확고히 자리 잡았다. 이미지=제미나이3
지난해 저비용·고효율 인공지능(AI) 모델로 전 세계를 놀라게 한 중국의 AI 스타트업 딥시크(DeepSeek)가 베이징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는 국가 대표기업으로 확고히 자리 잡았다.

월스트리트저널(WSJ)6(현지 시각) 중국 정부가 주도하는 국가 인공지능 산업 투자펀드가 딥시크에 대한 대규모 투자를 위해 막바지 협상을 진행 중이라고 보도했다. 이번 투자 라운드에서 딥시크의 기업가치는 최대 500억 달러(72조 원)에 달할 전망이다. 이는 불과 몇 주 전 시장에서 거론되던 100~300억 달러(14~43조 원) 수준을 두 배 이상 웃도는 수치로, ·중 기술 패권 전쟁 속에서 AI 자립을 향한 중국 정부의 절박함이 투영된 결과로 풀이된다.

72조 몸값의 비밀… 위안화 기반 국가 펀드투입으로 美 자본 유입 차단


딥시크는 이번 투자 라운드를 통해 수조 원대의 신규 자금을 확보할 계획이다. 투자 주체는 약 88억 달러(12조 원) 규모의 자본금을 갖춘 중국 국가 인공지능 산업 투자펀드다. 그동안 외부 간섭을 우려해 정부 자금을 거절하고 창업자 량원펑의 개인 자산에 의존해온 딥시크가 전향적인 태도를 보인 배경에는 미국의 가중되는 압박이 자리 잡고 있다.

특히 이번 투자는 전액 위안화로 이루어진다. 이는 미국 자본의 유입을 원천 봉쇄하고 독자적인 AI 생태계를 구축하려는 베이징의 고도의 전략이다. 중국 정부는 최근 자국 AI 기업들에 정부 승인 없이 미국 투자를 받지 말라고 지시하는 등 기술 안보 장벽을 높이고 있다. 딥시크는 확보한 자금을 연구개발(R&D)과 컴퓨팅 인프라 확장에 집중 투입하여, 미국의 규제를 뚫고 기술 선점을 가속화한다는 구상이다.

엔비디아 없이도 ‘V4’ 출시… 화웨이와 손잡고 기술 굴기정점


딥시크의 행보에서 가장 주목할 지점은 ()엔비디아전략의 구체화다. 딥시크는 최근 공개한 플래그십 모델 ‘V4’ 개발 과정에서 엔비디아의 고성능 칩뿐만 아니라 화웨이 등 중국 국내 칩 제조사와 긴밀히 협력했다. 이는 미국의 수출 통제로 엔비디아 칩 수급이 어려워지자, 국내 하드웨어로 눈을 돌려 공급망 리스크를 정면 돌파하겠다는 강력한 신호다.

성능 면에서도 미국의 최상위 모델들과 대등한 수준에 올라섰다는 평가다. 딥시크는 V4가 지난해 말 출시된 미국의 선도 모델들과 비등한 성능을 보여준다고 자평한다. 물론 앤스로픽의 클로드 오퍼스 4.6 등 올해 나온 최신 모델에는 다소 뒤처진다는 진단도 있으나, 서구권 모델의 극히 일부 비용만으로 유사한 성능을 구현했다는 점에서 시장에 주는 충격이 상당하다. 딥시크의 모델은 오픈소스로 공개되어 중국 내 산업 전반의 AI 도입을 앞당기는 기폭제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삼성·SK에 들이닥친 양날의 검HBM 공급망 지각변동 예고


중국이 딥시크를 앞세워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를 아우르는 AI 자급체제를 완성할 경우, 한국 반도체 산업은 복합적인 위기에 직면할 수 있다.

가장 즉각적인 위협은 수요 구조의 근본적인 변화다. 중국이 화웨이 등 자국산 AI 가속기 채택을 늘리면, 엔비디아 공급망에 묶여 있는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의 고대역폭메모리(HBM) 대중국 수출에 차질이 생길 가능성이 크다. 국내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중국이 화웨이와 딥시크를 필두로 한 독자 생태계를 성공적으로 구축한다면, 이는 단순히 기업 한 곳의 성장을 넘어 글로벌 AI 공급망의 판도가 뒤바뀌는 지정학적 사건이 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여기에 지정학적 규제 리스크도 가중되고 있다. 미국은 중국의 AI 발전을 저지하기 위해 HBM 등 핵심 부품의 수출 통제를 더욱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 기업으로서는 최대 시장인 중국과 동맹국인 미국 사이에서 선택을 강요받는 상황이 심화될 수밖에 없다.

향후 주목해야 할 3대 지표


향후 AI 패권 전쟁의 향방과 한국 반도체 산업의 운명을 가늠하기 위해 독자들이 주시해야 할 지표는 다음과 같다.

첫째, 중국 내 HBM 자급률이다. 중국 메모리 기업들이 화웨이·딥시크 연합군에 얼마나 신속하게 맞춤형 메모리를 공급하는지 여부를 지켜봐야 한다.

둘째, 미국의 추가 투자 규제 수위다. 미국 정부가 싱가포르 등 제3국을 경유한 중국계 AI 기업에 대해 어느 수위까지 차단 범위를 넓힐지 여부도 중요 변수다.

셋째, 오픈소스 모델 점유율이다. 딥시크의 오픈소스 전략이 글로벌 개발자 생태계에서 미국의 폐쇄형 모델(OpenAI )을 얼마나 잠식하는지 여부도 중요하다.

베이징의 전폭적인 지원을 등에 업은 딥시크의 500억 달러 몸값은 단순한 거품이 아니라, 기술 냉전 시대에 중국이 던진 가장 강력한 승부수다. 한국 기업들은 이 거대한 지각변동 속에서 생존을 위한 치밀한 시나리오 경영이 절실한 시점이다.


김주원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