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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SK하이닉스도 더 대비해야…지정학적 분절 시대, 내 자산 어디 둬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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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SK하이닉스도 더 대비해야…지정학적 분절 시대, 내 자산 어디 둬야 하나

탈세계화가 만든 '다중가격·다중통화' 체제, 투자자 자산 배분 공식 근본 변화 불가피
달러 외환보유 57% 추락·금값 연간 70% 폭등…60/40 포트폴리오 퇴장 가속
세계화 본격화 이후 30년 만에 처음으로 효율성 중심의 세계 경제 '규칙'이 통째로 다시 작성되고 있다. 이미지=제미나이3이미지 확대보기
세계화 본격화 이후 30년 만에 처음으로 효율성 중심의 세계 경제 '규칙'이 통째로 다시 작성되고 있다. 이미지=제미나이3

세계화 본격화 이후 30년 만에 처음으로 효율성 중심의 세계 경제 '규칙'이 통째로 다시 작성되고 있다.

비용 최적화와 자유무역이 지배하던 단극 질서가 무너지고, 경제수단 자체가 안보 무기로 전용되는 '지정학의 분절' 시대가 열렸다. 비즈니스이코노믹스는 지난해 12월 국제통화기금(IMF)이 이를 "정책 주도의 글로벌 경제통합 역전 현상"으로 규정하고, 배타적 무역 블록이 고착될 경우 세계 국내총생산(GDP)이 장기적으로 5~7% 줄어들 수 있다고 보도했다. 이제 투자자 앞에 놓인 질문은 '옛 질서가 회복될까'가 아니라, '분절된 세계에서 무엇이 돈이 되는가'.

같은 상품, 다른 가격…"권역별 다른 가격 체제" 고착화


세계화 시절 효율성은 사라지고 있다. 질서 재편의 첫 번째 축은 '다중가격이다. 제재·관세·수출통제로 동일 상품이 권역별로 다른 가격에 거래된다. 트레이딩이코노믹스에 따르면 에너지 시장에서 미국과 서방의 제재에도 러시아산 원유가 서방 기준가 대비 배럴당 약 10~35% 할인돼 중국·인도에 공급되는 이원화 구조가 굳어졌다. 전기차·배터리 시장에선 중국·유럽·미국 3개 권역 사이에 가격이 다르다. 최대 3배 이상 가격 격차가 벌어져 있다. 이것이 표준이다.
두 번째 축은 '탈달러 체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는 지난 4월 보고서에서 미국의 해외직접투자(FDI)가 중국·홍콩에서 멕시코·인도·베트남으로 이동하고 있다고 확인했다. CME그룹에 따르면 글로벌 중앙은행의 외환보유고 내 달러 비중은 이미 57% 수준으로 떨어졌다. 200172%에서 하락한 것으로, 2026년 초 복수의 보고서는 이를 약 31년 만의 최저로 평가했다.

2022년 러시아 자산 동결 이후 달러를 무기화한 미국 불신이 구조적으로 굳어졌다. 브릭스(BRICS+) 국가 간 무역에서 2024년 현지 통화 결제 비중은 85~90%에 달했으며, 인도·러시아 간 에너지 거래에서만 2022~2024년 누적 약 130억 달러(19조 원)가 루피화로 결제됐다.

세 번째 축은 '에너지 냉전'이다. 중국은 태양광 웨이퍼 등 핵심 부품 생산 능력의 90%를 장악하고 배터리의 70%를 점유한 공급망으로 청정전환 블록을 주도한다. 미국은 파리협정 재탈퇴 후 액화천연가스(LNG)·소형원자로(SMR) 등 자국 강점 분야에 선택적으로 집중하는 전략을 택했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의회는 2025년 보고서에서 "안보와 경제 발전은 불가분"이라며 에너지·식량 공급망 회복력 강화를 동맹 최우선 과제로 명시했다.

세계 교역량 30% 대이동…삼성·SK도 흔드는 공급망 재편


탈세계화 가속화 결과로 '더 싸게'보다 '더 안전하게'가 공급망의 제1원칙이 됐다. 20265월 현재 전 세계 수출의 최대 30% 규모 생산기지가 5년 안에 재편될 것으로 추산된다. IMF2025~26년 보고서에 따르면 글로벌 FDI 가운데 '지정학적 우호국'으로 향하는 비중이 2022년 대비 15%포인트(p) 이상 올라 공급망 재편이 이론적 예측보다 빠르게 진행 중이다.

미국 내 제조업 건설 지출은 20261분기 기준 2022년 대비 두 배 이상 늘었고, 민간 투자 약정액은 6000억 달러(878조 원)에 육박했다. AI 열풍에 따른 고대역폭메모리(HBM)·첨단 패키징 시설 투자가 더해진 결과다. 애리조나 TSMC 공장과 텍사스 삼성전자 테일러 공장은 2026년 들어 장비 반입·시운전 단계에 진입했으며, 미 정부는 고용 창출·생산 일정 준수 여부에 따라 보조금을 단계 지급하는 사후 관리 체제도 가동했다.

옥스퍼드이코노믹스는 2026년 미국의 상품 수입이 전년 대비 6% 이상 감소할 것으로 보는 등 세계화의 속도가 둔화되거나 정체되는 '슬로벌라이제이션(Slowbalization)'이 현실화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한국 기업 역시 이 지각변동에서 자유롭지 않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미국 CHIPS Act 보조금을 수령하는 대신 중국 내 생산설비 증설이 원칙적으로 차단된 구조다. 그러나 공급망 재편은 위기만이 아니다. 지난 4SK하이닉스가 마이크로소프트(MS)·구글과 D램 장기공급 계약(LTA)을 추진 중이며, 삼성전자도 같은 협의에 들어갔다. AI 데이터센터 확장 경쟁으로 빅테크들이 메모리 물량 확보에 사활을 걸면서, 오히려 한국 메모리 업체들의 협상력이 높아지는 역설이 연출되고 있다. 다만 BofA 조사에서 응답 기업 40%"일부 분야에서 미국 내 재배치를 고려한다"고 답해, 리쇼어링 전환 속도가 예상보다 느릴 수 있다는 분석도 공존한다.

블랙록 CEO"60/40은 끝났다"…금값 70% 폭등이 증명


세게 질서의 변화로 투자 공식도 재구축되고 있다. 2022S&P500 지수(-19.4%)와 블룸버그 미국 종합 채권 지수(-13%)가 동반 급락하며 데이터 집계 이래 가장 이례적인 동조 하락을 기록했고, '60/40 포트폴리오'의 분산 효과가 무너진 역사적 분기점으로 남았다.

블랙록 래리 핑크 회장은 지난해 4월 연례 서한에서 "60/40 모델은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고 공식 선언하며 주식 50%·채권 30%·민간자산 20%로 구성된 '50/30/20' 모델을 제시했다. 인프라·사모신용(Private Credit) 등 대체투자를 필수 자산군으로 격상한 이 모델은 2026년 현재 연기금과 고액 자산가들의 포트폴리오 재편 기준으로 자리 잡았다.

실제로 2025년 금은 연간 64~70% 폭등하며 전 자산군 압도적 1위를 기록했고, 20265월 현재 금값은 최고점에서 다소 물러났으나 '3의 기축통화'로 인식되며 구조적 강세를 유지하고 있다. 반면 채권은 연 5~6%대 인컴 자산으로 역할을 회복했으나, 주식 리스크를 상쇄하는 헤지 수단보다 현금 흐름 창출 도구로 재정의됐다.

·비트코인·핵심광물…새로운 '중립자산' 수요 구조적 급증


달러 신뢰 하락은 대안 자산 수요를 구조적으로 끌어올리고 있다. 세계금위원회(WGC)에 따르면 전 세계 중앙은행의 금 매입량은 20221080, 20231051, 20241089톤으로 3년 연속 1000톤을 웃돌았다. 이는 2010~2021년 연평균 473톤의 두 배를 상회하는, 1950년 집계 시작 이래 가장 강력한 매입세다. 2025년에는 금값 급등 탓에 863톤으로 다소 완만해졌으나, 20261분기에도 244톤을 순매수하며 구조적 수요를 이어 갔다.

비트코인은 블랙록·피델리티 등 현물 ETF 승인 이후 기관 주도 거래 비중이 높아지며 연기금·재단들이 인플레이션 헤지 수단으로 소량 할당하기 시작했고, 제도권 내 '디지털 금'으로서 입지를 굳혀 가고 있다.

탈세계화와 자국 우선주의에 따라 자원의 중요성도 커지고 있다. 지난 4월 인베스터플레이스에 따르면, 구리·우라늄·리튬의 희소성은 광석 부족보다 서방 내 정제·처리 시설 부재에서 비롯된다. 구리는 2009년 이후 최고 수준의 공급 압박을 받고 있고, 미국은 2025년 말 핵심 광물 비축 대상을 60종으로 늘리며 공급망 안보 강화에 나섰다.

탈세계화와 분절화의 비용 속에서 투자자들은 새로운 투자 기회를 찾고 있다. 방산·에너지·핵심 광물·AI 생산성 혁신 기업처럼 새 질서가 만들어 낸 비용을 수익으로 전환할 수 있는 섹터와 국가를 선점하는 투자자가 향후 10년의 승자가 된다는 것이 월가 전략가들의 공통된 판단이다.

지금 당장 확인해야 할 지표는 세 가지다. ① 중앙은행 금 매입 추이와 달러 외환보유고 비중, ② 인도·베트남행 FDI 유입 규모와 미국 CHIPS Act 집행 속도, ③ 구리·우라늄 등 전환광물 현물가격과 서방 정제 설비 가동률이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가 CHIPS Act와 중국 제재 사이에서 어느 쪽에 무게 중심을 두느냐도 한국 투자자라면 반드시 주시해야 할 변수다.


김주원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