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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은 우리가 낼게, 라인만 깔아줘"… 삼성·SK 향한 빅테크의 '구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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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은 우리가 낼게, 라인만 깔아줘"… 삼성·SK 향한 빅테크의 '구애'

'반도체 겨울' 끝났다… AI 메모리 싹쓸이한 美 샌디스크 4100% 폭등의 전말
韓 SK하이닉스에도 "설비투자비 지원" 제안… AI 메모리 '초과 수요' 국면 진입
삼성·하이닉스 선행 PER 5~6배 불과… "글로벌 최저 수준 저평가, 밸류업 분수령"
인공지능(AI) 광풍이 메모리 반도체 시장의 질서를 근본적으로 뒤흔들고 있다. 단순한 업황 회복을 넘어, 고객사가 제조사의 설비 투자비까지 직접 부담하겠다고 나설 만큼 극심한 '공급 절벽' 현상이 벌어지면서다. 이미지=제미나이3이미지 확대보기
인공지능(AI) 광풍이 메모리 반도체 시장의 질서를 근본적으로 뒤흔들고 있다. 단순한 업황 회복을 넘어, 고객사가 제조사의 설비 투자비까지 직접 부담하겠다고 나설 만큼 극심한 '공급 절벽' 현상이 벌어지면서다. 이미지=제미나이3


인공지능(AI) 광풍이 메모리 반도체 시장의 질서를 근본적으로 뒤흔들고 있다. 단순한 업황 회복을 넘어, 고객사가 제조사의 설비 투자비까지 직접 부담하겠다고 나설 만큼 극심한 '공급 절벽' 현상이 벌어지면서다. 미국 메모리 반도체 기업 마이크론 테크놀로지(MU)와 샌디스크(SNDK)는 이번 주 시장의 예상을 뛰어넘는 기록적인 폭등세를 연출하며 '반도체 겨울' 우려를 완전히 씻어냈다.

9(현지 시각) 배런스 등 외신에 따르면 마이크론 주가는 이번 주에만 35% 폭등하며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최고의 주간 수익률을 갈아치웠다. 샌디스크 역시 주간 기준 28% 상승했으며, 지난해 2월 웨스턴디지털에서 분사한 이후 누적 수익률은 약 4100%에 달한다.

"돈은 우리가 낼 테니 물건만 달라"… 사상 초유의 '()의 전쟁'


이번 랠리의 핵심 동력은 단순한 '기대감'이 아닌 '물리적 결핍'이다. 과거 메모리 업황이 수요에 따라 가격이 등락하던 사이클을 보였다면, 현재는 AI 서버 구축에 필수적인 고대역폭메모리(HBM)와 고용량 기업용 SSD(eSSD) 수요가 생산 능력을 완전히 압도하고 있다.

실제로 공급망의 주도권은 제조사로 완전히 넘어갔다. 로이터 통신은 최근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이 한국의 SK하이닉스에 생산 라인 증설 비용을 직접 투자하거나 제조 장비 구매 자금을 지원하겠다는 파격적인 제안을 했다고 보도했다. 제품을 우선 할당받기 위해 고객사가 제조사의 설비투자(CAPEX) 리스크를 분담하겠다는 사상 초유의 '공급자 우위' 시장이 열린 것이다.

수요 측면의 확장세도 매섭다. 앤스로픽(Anthropic)은 급증하는 고객 수요 대응을 위해 스페이스X로부터 AI 연산 용량을 대규모로 임차했고, AMD는 최근 실적 발표에서 데이터센터 부문 매출이 비약적으로 상승하며 AI 칩 수요를 입증했다.

세계 최대 규모의 콘텐츠 전송 네트워크(CDN) 및 클라우드 보안 전문 기업인 아카마이(Akamai) 역시 익명의 AI 모델 제공업체와 18억 달러(26300억 원) 규모의 인프라 공급 계약을 맺었다.

비엔피파리바(BNP Paribas)의 닉 존스 애널리스트는 "최근의 모든 지표는 견고한 AI 인프라 수요를 가리키고 있다""인프라 확충은 결국 메모리 부품 수요 폭발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K-반도체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될까… "PER 5, 역사적 저평가"

주가 폭등에도 불구하고 밸류에이션 부담은 여전히 낮다. 샌디스크의 12개월 선행 주가수익비율(PER)9.5, 마이크론은 8.6배 수준이다. 이는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SOX) 평균인 25.9배의 3분의 1 수준에 불과해 추가 상승 여력이 충분하다는 평가다.

이러한 흐름은 한국 반도체 기업들에 더 강력한 추진력이 될 전망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HBM3E 등 차세대 메모리 시장의 주도권을 쥐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20265월 현재 선행 PER은 각각 약 6배와 5.2배 수준에 머물러 있다. 마이크론 등 글로벌 경쟁사 대비 이익 창출력은 압도적이지만, 가치 평가는 절반 이하인 '극심한 저평가' 상태다.

업계 전문가들은 미국발 메모리 랠리가 국내 기업들의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해소하는 실전적인 계기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과거의 치킨 게임이 사라지고 고부가가치 제품 위주로 시장이 재편되면서 수익성이 극대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투자자가 당장 확인해야 할 3대 지표


이번 랠리의 지속 가능성을 가늠하려면 다음의 리스크와 기회 요인을 동시에 살펴야 한다.

첫째, 빅테크 CAPEX 하향 조정 여부다.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등 주요 고객사의 AI 지출 계획에 변화가 생기는지 주시해야 한다.

둘째, HBM eSSD 단가 변동이다. 공급 부족에 따른 판가 상승세가 둔화되는 지점이 단기 고점이 될 가능성이 크다.

셋째, 매크로 및 유동성 환경이다. 반도체는 대표적인 성장주로, 고금리 장기화에 따른 기술주 전반의 유동성 위축 여부를 체크해야 한다.

지금의 메모리 시장은 단순한 업황 회복을 넘어 'AI 시대의 핵심 전략 자원'으로 위상이 격상되는 과정에 있다. 주가가 단기에 올랐다는 공포에 매몰되기보다, 기업들의 이익 체력이 과거와 얼마나 달라졌는지 냉정한 수치로 증명받아야 할 시점이다. 특히 글로벌 최저 수준인 한국 반도체의 밸류에이션 정상화 여부가 향후 국내 증시의 향방을 결정할 것이다.


김주원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