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군사위성 발사권 스페이스X가 쥐어… "안보 정책의 항복 선언" 비판
우크라이나 '스타링크 차단' 학습 효과… 15조원 규모 차세대 사업도 '종속 우려'
우크라이나 '스타링크 차단' 학습 효과… 15조원 규모 차세대 사업도 '종속 우려'
이미지 확대보기독일 정부가 350억 유로(약 60조 4500억 원)라는 천문학적인 예산을 투입하고도 국가 안보의 핵심인 군사 위성 통제권을 일론 머스크의 스페이스X에 사실상 양도했다는 비판에 직면했다. 위성을 궤도에 올릴 독자적인 '발사체' 기술이 없어 외부 민간 기업에 안보의 생사여탈권을 맡긴 결과다.
독일 매체 메르쿠르(Merkur)는 지난 9일(현지시각) 독일 연방정부가 최근 스페이스X와 체결한 위성 발사 계약이 국가 안보에 중대한 리스크를 초래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미지 확대보기우주 안보 '외주화'의 덫… 기술 주권 상실에 멍드는 독일
문제는 100억 유로(약 17조 2700억 원) 규모의 차세대 위성 사업인 'SatcomBW 4'마저 스페이스X의 영향력에서 자유롭지 못할 것이라는 점이다. 전문가들은 안보 자산의 발사 역량을 외부에 의존하는 한, 독일의 우주 안보는 거대한 예산 투입에도 불구하고 '반쪽짜리'에 그칠 수밖에 없다고 경고한다.
독일 연방정부는 녹색당 아예 아사르(Ayse Asar) 의원의 서면 질의에 대해 "SARah 시스템 발사를 위한 운용체 선택은 계약에 따라 위성 제조사가 결정했다"라고 밝혔다. 이는 군사 자산의 우주 진입권이 독일 정부가 아닌 영리 기업인 스페이스X 손에 있었다는 의미다. 아사르 의원은 이를 두고 "안보 정책 측면에서 '항복 선언(Offenbarungseid)'과 다름없다"라며 강도 높게 비판했다.
'머스크 리스크' 재점화… 우크라이나 사례가 남긴 교훈
독일 내 여론이 악화하는 배경에는 과거 우크라이나 전쟁 당시 일론 머스크가 보여준 돌출 행동이 있다. 당시 머스크는 우크라이나군의 드론 공격을 막기 위해 스타링크 서비스를 일방적으로 차단해 논란을 빚었다. 독일이 추진 중인 '유럽판 스타링크' 사업 'SatcomBW 4' 역시 같은 함정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베를린 정치권 관계자는 "현재 독일은 아리안 6호 등 유럽 독자 발사체 개발 지연으로 인해 스페이스X라는 대안 없는 선택지에 갇혀 있다"라며 "편의성과 비용 절감을 이유로 안보를 외주화한 대가를 치르는 중"이라고 진단했다. 실제로 100억 유로가 투입되는 차세대 사업마저 스페이스X의 영향력에서 자유롭지 못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한국 우주 안보의 체크리스트… '독립적 투사 능력' 확보가 관건
독일의 사례는 'K-방산'과 우주 강국을 표방하는 대한민국에 엄중한 경고를 보낸다. 독자적인 위성 제조 능력만큼이나 중요한 것이 이를 원하는 시점에 원하는 궤도로 보낼 수 있는 '발사체 주권'이다. 국내 전문가들은 한국이 독일의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해 다음 지표를 주시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첫째, 발사체 자립도다. 국가 전략 자산에 대해서는 누리호와 같은 국산 발사체 활용 비중을 법적으로 강제하는 장치가 필요하다. 둘째, 계약상 통제권 명시다. 위성 제조사와 발사 서비스 업체 간의 계약 시 정부가 최종 승인권을 갖는 '안보 골든 셰어' 확보 여부를 점검해야 한다. 셋째, 다변화된 우주 항만 확보가 시급하다.
우주 안보는 더 이상 과학 기술의 영역이 아닌 국가 존립의 문제다. 독일처럼 막대한 자본을 쓰고도 통제권을 잃는 우를 범하지 않으려면 기술 개발과 정책적 통제권 확보가 동시에 이뤄져야 한다. 결국 우주에서의 독립적 투사 능력이 뒷받침되지 않는 안보는 모래 위에 쌓은 성에 불과하다.
김주원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