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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차세대 항모 '도리스 밀러' 인도 2년 지연… K-방산 수주 훈풍 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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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차세대 항모 '도리스 밀러' 인도 2년 지연… K-방산 수주 훈풍 불나

인력난·공급망 차질에 건조 기간 15년으로 늘어… 국방 예산 압박 심화
미 해군 전력 공백 우려 속 한국 조선 3사 함정 유지·보수(MRO) 및 건조 물량 분산 가능성 주목
미국의 최첨단 제럴드 R. 포드급 항공모함 4번함인 '도리스 밀러(CVN-81)'의 인도 시기가 당초 계획보다 2년 늦춰진 2034년으로 연기됐다. 조선소 인력 부족과 공급망 차질이 겹치며 건조 기간만 15년에 달할 전망이다. 이미지=제미나이3이미지 확대보기
미국의 최첨단 제럴드 R. 포드급 항공모함 4번함인 '도리스 밀러(CVN-81)'의 인도 시기가 당초 계획보다 2년 늦춰진 2034년으로 연기됐다. 조선소 인력 부족과 공급망 차질이 겹치며 건조 기간만 15년에 달할 전망이다. 이미지=제미나이3


미국의 최첨단 제럴드 R. 포드급 항공모함 4번함인 '도리스 밀러(CVN-81)'의 인도 시기가 당초 계획보다 2년 늦춰진 2034년으로 연기됐다. 조선소 인력 부족과 공급망 차질이 겹치며 건조 기간만 15년에 달할 전망이다. 미 해군의 핵심 전력 투사 일정에 차질이 생기면서 동북아시아를 포함한 글로벌 해상 안보 지형은 물론, 한국의 차기 항모 도입 전략에도 적지 않은 영향이 예상된다.

미 해병대 뉴스(USNI News)는 지난 8(현지시각) 미 해군의 '2027 회계연도 예산 정당화 보고서'를 인용해 도리스 밀러호의 인도 예정일이 20322월에서 20342월로 변경됐다고 보도했다. 해군 측은 보고서를 통해 "함정 건조 공간(Footprint) 제약으로 인해 선체 모듈 제작 능력이 한계에 부딪히며 일정이 밀렸다"고 밝혔다. 실무를 맡은 헌팅턴 잉걸스 산업(HII) 산하 뉴포트 뉴스 조선소 또한 선행 함정인 '엔터프라이즈(CVN-80)'의 건조 지연이 도리스 밀러호에 연쇄적인 악영향을 미쳤다고 인정했다.

고질적 인력난과 공급망 붕괴… 미 해군 "돈 있어도 배 못 만든다"


이번 지연 사태의 핵심 원인은 숙련공 부족과 핵심 부품 수급 불안정이다. 뉴포트 뉴스 조선소 관계자는 "엔터프라이즈호 건조에 필요한 대형 필수 장비들이 제때 도착하지 않아 선체 구조물 작업이 중단됐었다""이 여파가 도크(Dry Dock) 공유 일정에 차질을 줬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3번함인 엔터프라이즈호 역시 인도 시기가 20307월에서 20313월로 8개월 가량 늦춰진 상태다.

숫자로 본 미 항모 건조 현황은 더욱 심각하다.

2번함 존 F. 케네디(CVN-79)는 인도까지 약 16년이 소요될 예정이며, 도리스 밀러 또한 15년이라는 장기 공정에 들어갔다. 이는 과거 니미츠급 항모가 평균 7~9년 내외로 건조됐던 것과 비교하면 2배 가까이 늘어난 수치다.

또한, 미 해군은 예산 절감을 위해 엔터프라이즈와 도리스 밀러를 한꺼번에 발주하는 '일괄 구매(Block Buy)' 방식을 채택했으나, 건조 지연에 따른 유지비 상승과 인건비 추가 지출로 인해 당초 기대했던 비용 절감 효과가 무색해졌다.

전문가들은 미 국방부의 예산 압박이 가중될 것으로 보고 있다. 신속한 전력 교체가 이뤄지지 않으면 노후화된 니미츠급 항모의 퇴역 일정을 조정해야 하며, 이는 막대한 성능 개량 비용 발생으로 이어진다.

동북아 안보 공백 우려… 한국 방산의 착안점은

미 항모 전력의 공백은 단순히 미국만의 문제가 아니다. 대만 해협과 남중국해에서 중국의 해군력 팽창을 견제해야 하는 미 인태사령부의 전략 운용에 빈틈이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7함대'의 핵심 자산인 항모 타격단의 순환 배치 주기가 길어질 경우, 동북아 지역 내 미국의 억제력 약화를 초래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 해군과 방산업계가 주목해야 할 포인트는 크게 두 가지다.

첫째, 공급망 자급 체제와 인력 확보의 중요성이다. 미국조차 숙련공 부족으로 전략 자산 건조에 허덕이는 상황은 인구 절벽과 구인난을 겪는 한국 조선업계에 강력한 경고등이다. 스마트 조선소 전환과 숙련 기술 전수 시스템 구축이 국방 안보의 필수 요소임을 입증한다.

둘째, 한국형 항공모함(CVX) 사업의 방향성이다. 미 포드급 항모의 사례는 첨단 기술 도입 시 발생할 수 있는 시행착오와 일정 지연 리스크를 극명히 보여준다. 독자 건조를 추진 중인 한국으로서는 미국의 공급망 병목 현상을 타산지석 삼아 핵심 부품의 국산화율을 극대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국방안보 전문가들은 "미 해군의 전력 증강 속도가 둔화되는 틈을 타 중국은 산둥함에 이어 003형 푸젠함 배치를 서두르고 있다""한국은 한미 동맹의 해상 전력 상호 운용성을 높이는 한편, 자체적인 해양 거부 능력을 강화할 수 있는 현실적인 전력 증강 스케줄을 재점검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투자자가 챙겨야 할 '안보·경제 체크리스트'


이번 도리스 밀러호의 지연 소식은 단순한 해외 군사 뉴스를 넘어 국내 산업 전반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독자들은 향후 다음 세 가지 지표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

① 미 국방 예산 편성과 함정 건조 우선순위다. 오는 2027 회계연도 예산안에서 항모 건조 예산이 삭감되거나 후순위로 밀리는지 여부는 미 해군 전략적 후퇴를 가늠하는 척도가 된다.

② 국내 조선 3(HD현대·한화·삼성)의 특수선 수주 동향이다. 미국이 자국 내 건조 능력 한계를 인정하고 동맹국인 한국 등에 함정 유지·보수(MRO) 및 일부 건조 물량을 분산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이는 K-방산의 새로운 돌파구가 될 수 있다.

③ 동북아 해상 긴장 지수다. 미 항모의 작전 공백을 메우기 위해 일본의 항모화 추진이나 한국의 해군력 강화 움직임이 가속화될지 지켜봐야 한다.

기술의 진보가 오히려 건조의 발목을 잡는 역설적인 상황 속에서, 미국이 이번 위기를 어떻게 돌파하느냐에 따라 향후 10년의 글로벌 해권 장악력이 결정될 것이다. 우리에게는 위기이자, 준비된 자에게는 거대한 기회의 문이 열리고 있다.


김주원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