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과기대 개발 100㎏ 양팔 로봇, 2029년 달 남극 라이브니츠-베타 고원 투입
미국 아르테미스와 정면충돌… 달 자원 선점 경쟁 새 국면 진입
미국 아르테미스와 정면충돌… 달 자원 선점 경쟁 새 국면 진입
이미지 확대보기미·중 우주 패권 전쟁이 달 표면 로봇 기술 경쟁으로 본격 확산하는 가운데, 중국이 오는 2029년 달에 투입할 인공지능(AI) 작업 로봇의 실체를 처음으로 공개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9일(현지시각) 홍콩과학기술대학교(HKUST·이하 홍콩과기대)가 개발 중인 창어(嫦娥) 8호 탑재 로봇의 설계 세부 사항을 보도했다.
상반신은 사람과 유사한 구조, 하반신은 4륜 구동 방식을 채택한 이 로봇은 달 남극에서 과학 장비 운반과 표본 채취를 담당하는 '달 배달원' 역할을 맡는다.
100㎏ 양팔 로봇… 심우주 역사상 첫 '이중 팔' 구조
홍콩과기대는 중국 국가항천국(CNSA)으로부터 창어 8호 임무의 국제 협력 프로젝트인 '달 탐사 다기능 조작 로봇 및 이동식 충전 스테이션'의 주관 기관으로 선정됐다.
무게 100㎏(약 220파운드)의 이 로봇은 창어 8호 탐사선이 착륙한 뒤 과학 장비와 센서를 지정된 위치로 운반·배치·설치하고, 달 표면 시료를 채취하는 임무를 수행한다.
우주 로봇 권위자인 홍콩과기대 가오양(高揚) 교수가 설계를 이끄는 이 로봇은 AI 기반 '운영 두뇌'를 탑재한다. 위성항법시스템(GPS) 도움 없이도 달의 거친 지형을 실시간으로 인식하고 자율적으로 최적 경로를 설정한다.
극한의 온도와 방사능, 달 토양(레골리스) 환경에서도 미세한 시료를 채취하고 화물을 배치할 수 있는 정밀 제어 시스템을 갖췄다.
가오양 교수는 지난달 29일 "창어 7호가 달 남극에 최초의 휴머노이드 로봇을 착륙시킬 것으로 알고 있지만, 우리 로봇은 남극의 다른 구역으로 향한다. 달 남극은 매우 광대한 지역이며 우리는 그 전체에 대해 궁금증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것은 달에서, 그리고 중국에 의한 휴머노이드 로봇 기술의 새로운 시연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홍콩과기대는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심우주 탐사 역사상 처음으로 양팔(이중 팔) 로봇을 선보인다. 머신러닝을 활용해 지상 관제소와 로봇 본체를 연결하고, 실시간 환경 변화에 따라 자율주행 등급을 동적으로 조정함으로써 안전성과 효율성을 높인다는 구상이다.
달의 낮과 밤 기온 차가 극심한 환경을 극복하기 위해 첨단 소재와 유체 루프를 활용한 열 관리 시스템도 별도로 개발 중이다. 이 프로젝트에는 전 세계 100명 이상의 항공우주 전문가가 참여하고 있다.
달 남극 선점 경쟁… 美 아르테미스와 정면충돌
창어 8호의 목적지는 달 남극 인근 '라이브니츠-베타 고원'이다. 창어 8호에는 두 대의 달 표면 마이크로 탐사 로봇이 만들어지며, 착륙선을 통해 국제사회에 약 200㎏의 탑재 공간을 제공한다.
3D 프린터를 이용해 달 토양으로 벽돌을 만드는 시험도 예정돼 있는데, 이는 국제달연구기지(ILRS) 건설과 직결된다.
중국은 2028년쯤 창어 8호를 통해 달 자원 활용 실험을 수행하고, ILRS의 기본 토대를 놓는다는 계획이다. 유인 착륙은 별개의 프로그램으로 진행되며, 중국유인우주국(CMSA)은 2030년 이전 달에 우주인을 착륙시키는 것을 공식 목표로 내걸었다.
달 남극을 겨냥한 미·중 경쟁은 갈수록 노골화하는 양상이다. 영국 자연사박물관 행성과학자 사라 러셀(Sara Russell) 교수는 "달의 영구 음영 지역에는 상당한 양의 물 얼음이 축적돼 있으며, 이 물은 식수와 산소 공급은 물론 수소 분리를 통한 우주선 연료로도 활용 가능하다"고 말했다.
희토류와 철, 티타늄, 헬륨까지 매장된 이 지역은 사실상 우주 광산 지대로 꼽힌다.
제러드 아이작먼 NASA 국장은 지난해 12월 중국을 미국의 "위대한 경쟁자"로 지목하며 "미국은 그 경쟁자보다 먼저 달로 돌아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중국 달 탐사 프로그램 총설계자 우웨이런은 로이터와의 인터뷰에서 중국·러시아 주도의 ILRS 참여국이 미국 주도의 아르테미스 협정보다 적은 이유에 대해 "미국이 중국의 대외 우주 협력을 방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달 탐사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과거 발사체 성능과 운송 능력이 핵심 경쟁력이었다면, 달 궤도 정거장과 표면 기지 구축이 가시화되면서 통신망과 데이터 처리, 운영 기술을 둘러싼 주도권 경쟁이 본격화하는 양상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달이 지구와 평균 38만㎞ 떨어진 만큼 실시간 원격 제어에는 구조적 한계가 있다. 창어 8호의 AI 자율 로봇이 그 공백을 채우는 핵심 열쇠가 될지, 그리고 중국이 달 남극에서 먼저 의미 있는 거점을 구축할 수 있을지는 오는 2028~2029년의 실제 발사와 운용 성과가 판가름할 것으로 보인다.
미·중 어느 나라가 먼저 달에 지속 가능한 기지를 세우느냐가 앞으로 100년의 우주 질서를 결정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주 전문가들 사이에서 우세하다.
진형근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inwook@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