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냐 데이터센터 '1조 원 동맹' 균열 조짐… 마이크로소프트 사업 축소 기로
지급 보증·전력 수급 난항에 AI 거점 전략 차질 우려… 인프라 한계 드러나
지급 보증·전력 수급 난항에 AI 거점 전략 차질 우려… 인프라 한계 드러나
이미지 확대보기미국 빅테크 기업 마이크로소프트(MS)가 야심 차게 추진하던 동아프리카 데이터센터 건립 프로젝트가 케냐 정부와의 협상 결렬로 인해 지연되거나 축소될 위기에 처했다. 10억 달러(약 1조 4650억 원) 규모의 대형 투자 계획이 지급 보증과 전력 수급이라는 현실적인 벽에 부딪히며 글로벌 인공지능(AI) 인프라 확산 전략에도 경고등이 켜졌다.
블룸버그통신은 지난 10일(현지시각) MS와 아랍에미리트(UAE)의 AI 기업 G42가 케냐 정부에 요구한 연간 최소 용량 사용료 보장 협상이 사실상 중단됐다고 보도했다. 케냐 정부가 민간 기업에 대한 대규모 재정 보증 요구를 거절하면서, 당초 올해 가동을 목표로 했던 프로젝트가 안갯속에 빠진 형국이다.
'10억 달러' 장밋빛 전망 꺾은 지급 보증 갈등
이번 사태의 핵심은 '수익 안정성'과 '국가 재정 부담' 사이의 충돌이다. MS와 G42는 투자 원금 회수를 보장받기 위해 케냐 정부가 일정 수준 이상의 데이터센터 용량을 매년 유료로 이용한다는 확약을 요구했다. 그러나 재정난을 겪는 케냐 정부로서는 이를 받아들이기 어려웠던 것으로 분석된다.
2024년 발표 당시 이 사업은 지열 발전을 활용한 1기가와트(GW)급 데이터센터 구축을 목표로 했다. 하지만 현재는 60메가와트(MW) 규모의 소형 프로젝트로 축소하거나 단계적 추진으로 방향을 선회하는 방안이 검토 중이다.
존 타누이 케냐 정보부 차관은 "협상은 완전히 실패한 것이 아니라 구조를 조정하는 과정"이라며 진화에 나섰으나, 사업 지연은 불가피해 보인다.
'전기 먹는 하마' 데이터센터, 아프리카 인프라 부족 드러내
데이터센터 가동에 필요한 전력 수급 문제도 결정적인 걸림돌이다. 윌리엄 루토 케냐 대통령은 최근 행사에서 "데이터센터 하나를 가동하기 위해 국가 전력의 절반을 차단해야 할 수도 있다"며 에너지 부족 문제를 직접 언급했다. 이는 아프리카가 보유한 풍부한 재생에너지 잠재력과 실제 공급망 사이의 거대한 간극을 시사한다.
미래전략연구소 관계자는 "데이터센터는 24시간 안정적인 전력이 공급되어야 하지만, 케냐를 포함한 동아프리카 국가들은 송배전망이 노후화되어 빅테크의 요구 사양을 맞추기 역부족"이라며 "지열 발전이라는 친환경 서사 뒤에 숨겨진 전력 인프라의 취약성이 드러난 사례"라고 진단했다.
또한 이번 프로젝트는 미·중 경제안보 전쟁의 연장선에 있다. MS와 손잡은 UAE의 G42는 본래 중국 화웨이 등과 밀접했으나, 미국의 압박으로 중국산 장비를 걷어내고 MS와 동맹을 맺었다. 이번 사업 차질은 아프리카 내에서 중국의 기술적 확장을 견제하려던 미국의 '디지털 외교' 전략에도 일정 부분 타격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 ICT 기업이 챙겨야 할 '아프리카 리스크' 체크리스트
이번 MS의 케냐 사례는 아프리카 시장 진출을 타진하는 국내 클라우드 및 건설 기업들에 중요한 착안점을 제공한다. 단순한 기술 우위보다 현지의 정치·인프라 리스크 관리가 더 중요하다는 점이 입증됐다.
첫째, 정부 보증의 가변성이다. 아프리카 국가들은 정권 교체나 재정 상태에 따라 약속한 보증을 철회할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민관협력사업(PPP) 추진 시 다자개발은행(MDB)의 보증 프로그램을 적극 활용해야 한다.
둘째, 에너지 자급 대책이다. 국가 전력망에 의존하기보다 데이터센터 인근에 전용 재생에너지 발전소와 에너지저장장치(ESS)를 병행 구축하는 '마이크로그리드' 모델이 현실적이다.
셋째, 지정학적 리스크 모니터링이다.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기술 표준이 갈리는 상황이므로, 현지 정부의 외교적 스탠스가 프로젝트 안정성에 미치는 영향을 상시 점검해야 한다.
데이터센터 산업은 단순한 IT 투자를 넘어 한 국가의 에너지 지도와 재정 건전성을 뒤흔드는 '국가급 인프라 사업'이다. MS의 이번 난항은 디지털 경제 영토 확장이 기술력만으로는 결코 완결될 수 없다는 경제안보의 엄중한 현실을 잘 보여준다.
김주원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