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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갑 넘은 할아버지 폭격기의 반전…미군, B-52에 '극초음속 창' 달아 괴물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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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갑 넘은 할아버지 폭격기의 반전…미군, B-52에 '극초음속 창' 달아 괴물 만들었다"

B-2가 찢고 B-52가 지운다…중·러 방공망 초토화할 미군의 잔혹한 '망치와 메스' 전략
B-1B는 2030년대 퇴역·B-2는 연장… "2050년대까지 B-52가 핵심 타격 축"
B-52H 스트래토포트리스가 2026년 3월 에픽 퓨리 작전(Operation Epic Fury) 지원을 위한 전투 출격에 앞서 이륙하는 모습. 1950년대 설계된 B-52는 극초음속 미사일을 탑재하는 '공중 무기창고'로 재탄생해 2050년대까지 현역을 유지할 전망이다. 사진=미 공군이미지 확대보기
B-52H 스트래토포트리스가 2026년 3월 에픽 퓨리 작전(Operation Epic Fury) 지원을 위한 전투 출격에 앞서 이륙하는 모습. 1950년대 설계된 B-52는 극초음속 미사일을 탑재하는 '공중 무기창고'로 재탄생해 2050년대까지 현역을 유지할 전망이다. 사진=미 공군
미국 공군이 차세대 스텔스 폭격기 B-21 레이더(Raider) 시대를 준비하면서도 1950년대생 전략폭격기 B-52 스트래토포트리스(Stratofortress)를 오히려 핵심 전력으로 재정비하고 있다. 단순 노후 기체 수명 연장이 아니다. 중국·러시아의 첨단 접근거부(A2/AD) 방공망을 겨냥한 고강도 장거리 타격 플랫폼으로 역할이 완전히 재정의되고 있다.

항공전문매체 심플플라잉(Simple Flying)은 9일(현지 시각) 미 공군이 B-21과 B-52J를 두 축으로 하는 '2원 폭격기 체계(two-bomber fleet)' 구축에 속도를 내고 있다고 보도했다. 차세대 스텔스 침투 임무는 B-21과 B-2가 담당하고, B-52는 적 방공망 밖 후방에서 극초음속 미사일과 장거리 순항미사일을 대량 발사하는 '미사일 트럭(missile truck)'으로 진화한다는 구상이다.

"B-2가 문 열면 B-52가 쏟아붓는다"


미 공군 내부에서 이 개념을 '망치와 메스(Hammer and Scalpel)' 전략으로 부른다. B-2 스피릿(Spirit)이 스텔스 능력으로 러시아 S-400급 방공망 내부에 침투해 레이더망과 지대공미사일 체계를 정밀 제거하면, 뒤따르는 B-1B 랜서와 B-52가 대량 미사일과 폭탄으로 잔여 인프라를 초토화하는 2단계 구조다.

B-2는 현재 B-21이 충분히 실전 배치되기 전까지 세계 유일의 완전 전투 준비 스텔스 폭격기다. 미 공군은 당초 2032년까지 B-2 19대를 퇴역시킬 계획이었으나, 개선된 수리 공정이 유지비의 최대 75%를 절감하고 6만 파운드(약 27톤)에 달하는 B-2의 폭장량이 B-21 추정 폭장량(3만~4만 파운드)의 최대 2배라는 점이 확인되면서 2030년대 후반까지 연장 운용 결정이 내려졌다. B-2 현대화에만 약 17억 달러(약 2조 5000억 원)가 투입됐다.

B-1B 랜서는 최대 24~48발의 무장을 탑재하고 JASSM-ER 장거리 순항미사일을 600마일(약 965㎞) 밖에서 발사할 수 있는 고화력 플랫폼이다. 그러나 가변익 구조와 초저고도 침투 임무 특성이 기체에 가혹한 피로를 누적시켰다. 전체 46대 중 실전 가동 가능한 기체가 한때 6대 수준까지 급감한 적도 있으며, 비행 1시간당 최대 74~150시간의 정비가 필요하다. B-52의 두 배에 달하는 수치다. 2030년대 초반 퇴역이 예정돼 있으며, 더 이상의 수명 연장을 가능하게 할 기술적 돌파구가 없다는 것이 미 공군의 판단이다.

20억 달러 투자해 B-52J로 변신…롤스로이스 엔진·극초음속 미사일 통합


B-52의 재탄생을 이끄는 것은 약 20억 달러(약 2조 8000억 원) 규모의 B-52H→B-52J 현대화 사업이다. 보잉과 롤스로이스가 협력해 1960년대 TF33 엔진 8기를 롤스로이스 F130 터보팬으로 교체한다. 연료 효율이 30~40% 향상되며 무급유 항속거리도 크게 늘어난다. 디지털 네트워크 체계와 신형 화력통제 시스템도 통합된다.

특히 B-52는 외부 탑재 능력을 활용해 스텔스 폭격기가 외부 장착 시 스텔스 성능 저하 문제로 탑재하지 못하는 대형 극초음속 무기를 운용할 수 있다. 현재 차세대 극초음속 공격순항미사일(HACM)과 마코(Mako) 극초음속 미사일 통합 시험이 진행 중이다. B-52J 업그레이드는 인도태평양 같은 경쟁 환경에서 운용에 필요한 물류·연결성·치명성 요구를 특별히 충족하도록 설계됐다.

ACE(기동전투운용·Agile Combat Employment) 개념의 핵심 자산이기도 하다. B-52는 단 10분 만에 8개 엔진을 동시에 카트리지 시동(cartridge start)으로 가동해 긴급 이륙이 가능하고, 지원 시설이 열악한 비폭격기 전용 비행장에도 착륙·재보급·재출격할 수 있다. 최근 훈련에서는 비폭격기 기지에 착륙해 신속 수리·재보급 후 몇 시간 내 재출격하는 능력을 시연했다. 무급유 항속거리 약 8800마일(약 1만 4000㎞)은 전구 경계를 빠르게 넘나드는 ACE 기동의 핵심 조건이다.

B-52 가동률 66~80% vs B-1B 50% 이하…"과잉 설계의 역설"


역설적으로 가장 오래된 B-52가 가장 높은 가동률을 유지하고 있다. B-52는 지속적으로 66~80%의 임무 가동률을 기록하는 반면, B-1B는 종종 50% 이하로 떨어진다. B-2 스피릿 역시 복잡한 스텔스 유지보수 요건으로 인해 52~56% 수준에 그친다.

이는 냉전 초기 '과잉 설계(over-built)' 원칙으로 제작된 B-52의 보수적 엔지니어링이 구조 피로도를 낮게 유지하는 반면, B-1B는 고성능 설계와 중동에서 수십 년간의 집중 운용으로 기체가 한계까지 혹사됐기 때문이다.

미 공군의 현재 폭격기 보유 현황은 B-52H 76대(평균 기령 64.8년), B-1B 46대(39.4년), B-2A 20대(29.8년), B-21 레이더 2대(1년)로 전체 140여 대다. 미 국방부는 B-21 최소 100대 도입을 계획하고 있으나, 전문가들은 중국·러시아를 동시에 억제하기 위해 145~200대가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B-21이 충분한 수량으로 전력화될 때까지는 B-52가 사실상 가장 신뢰할 수 있는 보완 플랫폼이다.

70년 전 설계된 B-52가 미·중 전략 경쟁 시대에 가장 현실적인 장거리 타격 플랫폼으로 재조명받는 역설이 현실화되고 있다. 스텔스 폭격기가 방공망을 제거하는 '메스' 역할을 하고, B-52가 그 뒤에서 극초음속 미사일과 대량 정밀유도탄을 퍼붓는 '망치' 역할을 맡는 새로운 공중전 개념이 인도태평양 전략의 중심으로 떠오르고 있다.


노정용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noja@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