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日·필 1만 7000명 실사격에 中 극초음속 미사일·항모전단 맞불
9년 만에 재개된 인공섬 매립…중국 화망, 한국 수출 항로 압박
9년 만에 재개된 인공섬 매립…중국 화망, 한국 수출 항로 압박
이미지 확대보기"내 물건이 저 바다를 통해 나간다"는 사실을 한국 기업인과 투자자 대부분은 숫자로 인식하지 않는다.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가 산출한 수치는 냉정하다. 한국이 대만 해협을 통해 처리하는 연간 수출입 화물은 약 3570억 달러(약 526조 원)로, 수입의 30%와 수출의 23%가 이 항로에 집중된다.
브루킹스연구소는 이 항로가 봉쇄되면 한국 국내총생산(GDP)이 최대 23% 급감할 수 있다고 추산한다. 2026년 4~5월, 그 항로 위에서 두 개의 결정적 사건이 동시에 벌어졌다. 하나는 역대 최대 규모의 미·필 연합훈련 '발리카탄 2026', 다른 하나는 중국이 9년 만에 재개한 남중국해 안텔로프 리프(링양자오) 대규모 매립이다. 훈련과 건설은 이미 경계를 잃었다.
대만 155㎞ 앞바다에 HIMARS…동맹의 '실전화' 선언
올해 발리카탄은 미·필 75년 동맹사에서 가장 강도 높은 군사 시위였다. 4월 20일부터 5월 8일까지 19일간 미국·필리핀·일본·프랑스·캐나다·호주 등 7개국 1만 7000명이 루손 섬 북부와 팔라완, 바타네스 제도 일대에서 훈련했다.
가장 주목받은 장면은 일본의 역할 전환이었다. 미국 해군연구소(USNI News)와 해군 전문 매체 네이벌뉴스(Naval News)에 따르면 일본 육상자위대 수륙기동단 약 1400명이 필리핀 북부 해안에 상륙 기동을 전개했다. 제2차 세계대전 종전 이후 일본이 처음으로 필리핀 땅에 전투 병력을 파병한 것이다. 지난해 발효된 일·필 상호접근협정(RAA)과 올해 1월 체결된 물자교류협정(ACSA)이 법적 기반을 완성했고, 발리카탄은 그 첫 번째 실전 적용이었다. 동중국해·대만 해협·남중국해를 하나의 작전선으로 묶는 광역 제1도련선 방어 체계가 사실상 형체를 드러낸 것이다.
다만 미·필 동맹의 이 같은 군비 강화가 역설적으로 중국의 군사적 반응을 자극하고 지역 긴장을 높이는 악순환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필리핀 내에서도 미군 전진 배치가 오히려 분쟁 억제가 아닌 분쟁 유발 요인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학계 일각에서 제기된다.
中, 극초음속 미사일·정보 수집함 동시 투입…'전자기 그림자 전쟁'
중국은 훈련 개시 직후 맞불을 놨다. PLA 남부전구사령부는 Type 055 만재배수량 1만 2000톤급 구축함 준이(Zunyi·107함)가 이끄는 4함대를 루손 섬 동쪽 해역에 전개해 대함·대공·대잠 실사격 훈련을 공개 실시했다. USNI News는 "이 해역은 유사시 미군과 필리핀군이 마닐라 주요 항구를 우회해 상륙 지원을 시도할 수 있는 동쪽 접근로"라고 분석했다. 대안 항로마저 봉쇄할 수 있다는 신호였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4월 24~25일 보도에서 "중국 해군이 준이함에서 발사된 YJ-20 극초음속 미사일 영상을 공개했다"고 전했다. YJ-20은 마하 6으로 순항하다 종말 단계에서 마하 10에 달하며 최대 사거리는 1500㎞다.
인민해방군(PLA)는 스카버러 숄 상공에 YJ-12 초음속 대함미사일로 중무장한 H-6 폭격기 2기와 J-16 전투기 편대도 출격시켰고, 랴오닝 항모전단은 남중국해 광역에서 전력 투사 훈련을 병행했다. 방산 전문 매체 디펜스시큐리티아시아(Defence Security Asia)는 "PLA 해군 신호정보 수집함 AGI-797이 훈련 구역 인근에서 미·일·필 연합군의 레이더 신호와 통신 프로토콜을 실시간 수집한 것이 확인됐다"고 보도했다. 훈련과 전자전이 동시에 진행된 것이다.
산호초를 활주로로…9년 만의 매립, 526조 수출로 조준
훈련장 뒤편에서 더 조용하고 더 결정적인 변화가 진행됐다. CNN과 CSIS 아시아해양투명성이니셔티브(AMTI)는 4월 초 분석에서 "중국이 2025년 10월부터 파라셀 군도 안텔로프 리프에서 최소 15㎢를 매립했다"고 확인했다.
2017년 이후 사실상 멈췄던 인공섬 건설이 9년 만에 재개된 것으로, 유럽 항공우주국(ESA) 센티넬-2 위성 영상이 증거다. AMTI는 "매립지 북서쪽 외곽선이 길이 1만 6795m의 직선 형태를 띠고 있어 2743m급 군용 활주로 건설이 임박했다"고 경고했다. 이는 중국이 난사 군도 미스치프 리프·수비 리프·파이어리 크로스 리프에 이미 구축한 패턴과 동일하다. 완성 시 파라셀 전체에서 가장 큰 인공 구조물이 된다.
한국에 직결되는 이유는 지리에 있다. 안텔로프 리프는 베트남 다낭에서 350㎞, 중국 하이난 싼야 해군기지에서 300㎞ 거리다. 여기에 활주로와 미사일 포대가 들어서면 중국의 반접근·지역거부(A2/AD) 화망이 앞서 언급한 526조 원 규모의 한국 수출 항로 쪽으로 한층 전진 배치된다. CSIS는 "남중국해 전체 해상 교통로가 봉쇄되면 한국과 일본은 필리핀 동쪽을 우회해 약 800~1000마일(1280~1600㎞)을 추가 항해해야 하며, 이는 홍해 우회 사태와 유사한 물류 비용 급등으로 이어진다"고 밝혔다.
한국, 방관자로 남을 수 없다…지금 봐야 할 지표 3가지
한국의 역할 문제는 이미 미국 측에서 먼저 수면 위로 올렸다. 미국 AEI·ISW 공동 분석팀은 5월 5일 보고서에서 "주한미군(USFK) 사령관 브런슨(Brunson) 대장이 한국을 인도·태평양 지역 병참 허브로 설정하자고 제안했으며, 이는 대만 유사시 한국의 역할을 명시화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국으로서는 경제 의존도와 안보 동맹 사이에서 전략적 선택을 강요받는 국면이 빠르게 다가오고 있다.
반면 현재까지 한국 정부는 대만 유사시 참여에 명시적으로 선을 긋고 있다. 실제 물리적 개입 가능성은 낮고, 중국과의 경제 관계를 고려할 때 서울은 여전히 전략적 모호성 유지를 선호한다는 점도 균형 있게 봐야 한다.
투자자와 기업이 지금 당장 주시해야 할 지표는 세 가지다. ①안텔로프 리프 활주로·레이더 시설 완공 시점(완공 즉시 A2/AD 화력 범위 전진) ②미·한 병참 허브 협의의 공식화 여부(한국의 전략 부담 확대 신호) ③대만 해협 항로의 해운보험료·물류 비용 변동 추이(526조 원 교역로의 실질 위험 온도계)다.
발리카탄 2026은 다자 군사 시위였고, 안텔로프 리프 매립은 기정사실화 전략의 완성판이다. 두 사건이 동시에 진행된 2026년 봄, 남중국해는 지정학의 교실을 넘어 경제 손실이 계산되는 '비용의 바다'로 바뀌고 있다. 526조 원짜리 항로를 지키는 비용이 얼마인지를, 한국은 이제 진지하게 셈해야 한다.
김주원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