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버용 모듈 대량 출하 개시… 'HBM 올인' 속 기초 체력 약화 우려
매출 98% 급증한 中 창신메모리, '저가 공세'로 삼성·SK하이닉스 턱밑 추격
매출 98% 급증한 中 창신메모리, '저가 공세'로 삼성·SK하이닉스 턱밑 추격
이미지 확대보기대한민국 반도체 산업이 고대역폭메모리(HBM)라는 화려한 잔치에 집중하는 사이, 수익의 든든한 버팀목이었던 '범용(Legacy) DRAM' 시장에서 거센 파고가 일고 있다. 중국 유일의 DRAM 양산 기업인 창신메모리테크놀로지(CXMT)가 차세대 규격인 DDR5 시장의 문턱을 넘어서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현금 창출원(Cash Cow)을 직접 겨냥하기 시작했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지난 14일(현지시간) 중국 메모리 모듈 제조사들이 CXMT의 DDR5 칩을 탑재한 서버 및 소비자용 제품 출하를 가속화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는 중국의 '메모리 굴기'가 시제품 단계를 넘어 실질적인 글로벌 상업 공급망을 점식하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국내 투자자들에게 경고음을 던진다.
中 '싱커' 서버용 DDR5 대량 납품… 내수 자급률 100% 도전
중국 주요 메모리 모듈 공급업체인 포베브(Powev)는 최근 자사 브랜드 '싱커(Sinker)'를 통해 DDR5 서버 메모리 대량 생산과 납품에 돌입했다. 이번에 공급을 시작한 64GB DDR5-5600 RDIMM 제품은 이미 주요 고객사의 품질 테스트를 통과했으며, 기업용 스토리지 및 채널 파트너를 대상으로 대규모 공급 준비를 마쳤다.
'HBM 전환'의 역설… 외산 빈틈 파고든 320억 위안의 진격
중국 기업들의 거센 추격은 역설적으로 한국 기업들의 HBM 집중 전략에서 기인한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수익성이 높은 HBM 생산을 위해 기존 DRAM 라인을 대거 전환하면서, 일반 DDR5 공급량에 공백이 발생했다. 업계에 따르면 HBM 웨이퍼 투입 비중이 30%를 상회함에 따라 범용 제품의 비트그로스(Bit Growth·비트 단위 생산량 증가율)가 제한되었고, 중국 업체들이 이 틈새를 약 15~20% 낮은 파격적인 가격 경쟁력으로 파고든 것이다.
실제 CXMT의 실적은 가파른 성장세를 보인다. 상하이증권거래소 자료에 따르면, 2025년 3분기 누적 매출액은 320억 8000만 위안(약 7조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97.8% 급증했다. 순손실 역시 전년 68억 4000만 위안(약 1조 5000억 원)에서 59억 8000만 위안(약 1조 3100억 원)으로 줄며 규모의 경제를 통한 수익성 개선을 입증했다.
'기술 초격차' 가속화… 고부가가치 시장 체질 개선의 기회
중국 CXMT의 진입은 한국 기업들에 위기인 동시에 '하이엔드 집중'을 강화하는 촉매제가 되고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수익성이 낮은 범용 제품 비중을 줄이는 대신, HBM과 128GB 이상의 고용량 모듈 등 기술 장벽이 높은 제품에 생산 역량을 총집결하고 있다.
투자자가 챙겨야 할 '경제 안보 체크리스트'
투자자라면 2026년 하반기부터 본격화될 범용 DDR5의 가격 압박 신호를 주시해야 한다.
첫째, 'DDR5 계약가격(ASP) 추이'다. 중국산 제품의 범용 시장 점유율이 10%를 넘어서는 시점이 국내 기업 이익률 하락의 변곡점이 될 전망이다. 둘째, '미국 제재와 기술 IP 장벽'이다. CXMT가 295억 위안 규모(약 6조 4900억 원)의 IPO 자금으로 EUV 등 첨단 장비 도입을 시도할 때, 미국의 추가 제재가 가해질 경우 중국의 공정 고도화는 18nm 수준에서 장기 정체될 가능성이 크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HBM이 승부처라면 레거시는 기초 체력"이라며 "국내 기업들이 2027년 서버 교체 사이클 도래 전까지 기술 격차를 2세대 이상 벌리지 못한다면 심각한 수익성 위협에 직면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김주원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