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이란 핵협상 사실상 결렬, 전 세계 에너지 공급망 불안에 금리 인상 압력 현실화
시장은 내년 3월 연방준비제도 금리 인상을 기정사실로 반영…"끝이 안 보이는 최악의 시나리오"
시장은 내년 3월 연방준비제도 금리 인상을 기정사실로 반영…"끝이 안 보이는 최악의 시나리오"
이미지 확대보기미국과 이란 사이 핵협상이 성과 없이 교착 상태에 빠진 가운데 호르무즈 해협 봉쇄가 장기화하면서 국제 유가가 배럴당 110달러를 넘어섰고, 세계 주요국 주식과 채권이 동반 하락하는 복합위기가 현실화하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18일(현지시각) 이란 전쟁에 따른 유가 급등 여파로 아시아 증시와 미국채 가격이 나란히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고 보도했다.
브렌트유 배럴당 110달러 돌파…아시아 증시 1% 넘게 밀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 선물은 0.5% 하락했다. 직전 거래일인 지난 16일 뉴욕 증시에서 S&P 500이 1% 넘게 급락한 데 이어 낙폭이 이어진 것이다.
이날 브렌트유는 배럴당 110.60달러(약 16만 6475원) 선으로 1.2% 올랐다. 한 주 전보다 약 8% 급등한 수치다. 호르무즈 해협 재개방 협상이 진전을 보이지 못하는 데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을 향해 "협상 시한이 촉박하다"고 압박 수위를 높이면서 유가 상방 압력이 거세졌다.
이란의 반관영 매체인 메흐르 통신은 18일 미국이 "어떤 실질적 양보도 하지 않은 채 오히려 전쟁 중에 얻지 못한 것을 협상 테이블에서 따내려 한다"며 "협상 교착 상태로 이어질 것"이라고 밝혔다. 이란 측이 합의 가능성을 정면으로 부정한 셈이다.
협상 난항과 별개로 아랍에미리트(UAE) 핵발전소에 드론 공격이 가해져 화재가 발생했다는 소식도 전해졌다. 이는 불안정한 휴전 체제가 언제든 무너질 수 있다는 위험 신호로 해석되면서 시장 불안을 더욱 키웠다.
미국채 30년물 5% 코앞…일본 국채 금리 1996년 이후 최고
채권시장은 주식시장보다 더 심각한 충격을 받고 있다. 미국채 10년물 금리는 이날 한 때 전날보다 1bp(1bp=0.01%포인트) 오른 연 4.60%를 기록했다. 유가 상승에 따른 인플레이션 우려가 경제성장 전망을 끌어내리면서 채권 가격이 하락한 결과다. 30년물 금리는 20년 만의 최고 수준인 연 5%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다.
일본 10년물과 20년물 국채 금리도 각각 10bp가량 올라 1996년 이후 최고치를 경신했다. 일본 30년물 국채 금리는 지난주 1999년 이후 처음으로 연 4%를 돌파했다. 호주와 뉴질랜드 채권도 동반 약세를 보였다.
트레이더들은 이제 내년 3월 연방준비제도(Fed)의 금리 인상을 완전히 반영하고 있으며, 올해 말 이전에 금리가 인상될 확률은 50%를 웃돌고 있다. 올해 초만 해도 시장은 2026년 중 두 차례 금리 인하를 예상했었다. 이란 전쟁이 불과 몇 달 만에 채권시장의 판세를 완전히 뒤집어 놓은 것이다.
캐피탈닷컴의 카일 로다 선임 분석가는 18일 블룸버그에 "우리는 분명히 미니 금리 충격 국면에 있다"면서 "금리 상방 위험이 시장에 불확실성을 가져오겠지만, 이런 종류의 변동성은 방향이 두 갈래로 갈릴 수 있고, 주식시장도 단기적인 반등 국면을 맞을 수 있다"고 말했다.
브라운 브라더스 해리먼의 엘리아스 하다드 글로벌 시장전략 총괄은 "호르무즈 해협 봉쇄는 끝이 보이지 않는 만큼 시장의 가장 강력한 변수로 남아 있고, 글로벌 원유 재고 완충분도 빠르게 줄어들고 있다"며 "원유 가격이 추가로 오를 소지가 충분하고, 이는 세계 채권과 주식시장 모두에 하방 압력을 가할 것"이라고 밝혔다.
호르무즈 봉쇄 장기화…한국 원유 수입 70% 중동 의존, 타격 불가피
호르무즈 해협은 전 세계 해상 원유 물동량의 약 20~25%가 통과하는 글로벌 에너지 공급망의 핵심 통로다. 한국이 수입하는 원유의 70.7%, 액화천연가스(LNG)의 20.4%가 중동에서 들어오는 데다 수입 원유의 95%가 이 해협을 통과하는 구조다. 봉쇄 장기화에 따른 국내 에너지 가격 상승 압박이 갈수록 거세지고 있다.
미군의 봉쇄로 호르무즈 해협에 갇힌 이란산 원유가 48억 달러(약 7조 2259억 원) 규모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란산 원유 5300만 배럴을 선적한 유조선 31척이 미군 봉쇄 때문에 해협 안에서 대기 중이다.
한편, G7(주요 7개국) 재무장관들은 이번 주 회의에서 채권시장 급락 사태를 집중 논의할 예정이나, 핵심 변수인 호르무즈 해협 통행 재개 문제를 외교적으로 어떻게 풀어낼지는 여전히 안갯속이다.
호라이즌 인베스트먼츠 최고투자책임자(CIO) 스콧 래드너는 "이란 전쟁이 결국 어떤 형태로든 마무리되면 원자재 가격도 전쟁 전 수준으로 되돌아올 것"이라면서도 "미국 기업들의 실적 발표 시즌이 마무리 단계에 접어든 지금, 투자자들의 시선은 다시 거시경제 환경으로 쏠리고 있고, 그 그림은 높은 금리라는 악재로 가득 차 있다"고 말했다.
진형근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inwook@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