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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CAS 교착에 스페인 "탈출 시나리오" 모색…템페스트·KAAN·단순구매 검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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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CAS 교착에 스페인 "탈출 시나리오" 모색…템페스트·KAAN·단순구매 검토

프랑스-독일 '죽이지도 살리지도' 못하는 교착…스페인 "원치 않는 제3자"
독자 개발은 비현실적, F-35는 두 차례 거부… 20년 뒤 시장 구매까지 거론
스페인 공군의 유로파이터 타이푼 전투기. 스페인은 프랑스·독일 갈등으로 교착 상태에 빠진 FCAS 사업의 대안으로 영국 템페스트 합류, 튀르키예 KAAN 검토, 미래 시장 단순구매 등 복수의 시나리오를 검토 중이다. 독자 개발은 가장 비현실적인 선택지로 분류됐다. 사진=에어버스이미지 확대보기
스페인 공군의 유로파이터 타이푼 전투기. 스페인은 프랑스·독일 갈등으로 교착 상태에 빠진 FCAS 사업의 대안으로 영국 템페스트 합류, 튀르키예 KAAN 검토, 미래 시장 단순구매 등 복수의 시나리오를 검토 중이다. 독자 개발은 가장 비현실적인 선택지로 분류됐다. 사진=에어버스

유럽 6세대 전투기 사업 FCAS(Future Combat Air System)가 사실상 교착 상태에 빠진 가운데, 파트너국 스페인이 대체 시나리오를 본격 검토하기 시작했다. 독자 전투기 KF-21 보라매를 개발 중인 한국 입장에서, 유럽의 공동 항공 무기 개발이 국가 이익 충돌로 좌초 위기를 맞는 이 사례는 거울처럼 참고할 대목이 있다.

우크라이나 방산 전문 매체 디펜스 익스프레스(Defense Express)는 18일(현지 시각) 스페인이 프랑스·독일이 해결책을 찾지 못한 채 사업을 "공식 종료도 전진도 못하는" 상황에서 비상 대응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FCAS는 독일·프랑스·스페인이 공동 추진하는 유럽 차세대 공중전투체계로 기존 유로파이터 타이푼과 라팔을 장기적으로 대체할 6세대 전투기 개발이 핵심이다. 그러나 에어버스와 다쏘 아비아시옹 간 기술 통제권·설계 주도권 충돌이 수년째 지속되면서 협상은 현재 장관급 접촉 수준으로 겨우 유지되고 있다.

7억 유로 추가 투자하고도 "원치 않는 제3자"…산체스도 공개 비판


디펜스 익스프레스는 스페인의 현 상황을 "점점 더 불합리해 보인다"고 직격했다. 스페인은 프랑스·독일 간 갈등이 이미 격화된 지난 가을에도 7억 유로(약 1조 2000억 원)를 FCAS에 추가 투자했다. 그러나 공개적인 독불 갈등 속에서 스페인은 점점 "원치 않는 제3자" 신세가 되어가고 있다는 것이다. 페드로 산체스(Pedro Sánchez) 스페인 총리가 과거 FCAS 진행 상황을 공개 비판한 것도 이런 맥락이다. 스페인 매체 엘 인디펜디엔테(El Independiente)가 인용한 협상 관계자들은 협상이 계속되는 한 합의 가능성이 살아있다고 주장하지만, 프랑스와 독일이 실질적으로 어떻게 이견을 해소할 수 있을지에 대한 구체적 방안은 현재로서는 전혀 없는 상태다.
스페인의 FCAS 주계약사인 인드라(Indra)의 앙헬 에스크리바노(Ángel Escribano) 회장은 "FCAS는 훌륭한 사업으로 계속 나아갈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으나, 스페인 정부는 동시에 실질적 대안 검토에 착수한 상황이다.

독자 개발은 "가장 비현실적 선택"…4가지 옵션 중 현실적 선택지는?


디펜스 익스프레스는 스페인이 현실적으로 택할 수 있는 선택지를 하나씩 분석했다. 가장 먼저 거론되지만 가장 비현실적인 선택지는 독자 6세대 전투기 개발이다. 이 방안은 수십 년의 시간과 막대한 자금을 필요로 하며, 경쟁국들이 먼저 완성품을 내놓는다면 늦게 진입하는 스페인산 전투기의 수출 가능성 자체가 의문에 처하게 된다.

두 번째는 기존 유로파이터 타이푼 운용 수명 연장이다. 단기 현실적인 방편이지만 결국 언젠가는 차세대 플랫폼 교체가 불가피하다. 세 번째는 10~20년 후 시장에서 구매 가능한 6세대 전투기를 단순 구매하는 방안이다. 성능을 갖추고 있지만 전략적 자율성이 약화된다는 단점이 있다. 네 번째는 기존 프로그램 합류 또는 공동 개발 파트너 확보로, 현실적으로는 영국·일본·이탈리아의 템페스트(Tempest) 합류가 가장 유력한 선택지로 꼽힌다. FCAS보다 진척 속도가 빠르다는 평가를 받으나, 이탈리아의 기술공유 제한 불만과 일본의 일정 지연 우려 등 내부 갈등이 없지는 않다.

흥미로운 변수는 튀르키예다. 스페인은 튀르키예의 차세대 스텔스 전투기 KAAN에도 관심을 보인 것으로 알려지며, 튀르키예는 기술이전까지 제안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나 KAAN은 아직 양산 단계에 이르지 않았으며 미국산 엔진 의존 문제도 해결되지 않은 상태다. 미국 F-35 구매는 스페인이 이미 두 차례 거부한 선택지다. 단순 성능 문제가 아니라 전략적 자율성 훼손에 대한 우려에서다.

디펜스 익스프레스는 이 모든 선택지가 완벽하지 않다는 점을 강조하며, 스페인의 현 공군 방공 역량에 대해서도 냉혹한 평가를 더했다. 이 매체는 별도 보도를 통해 "스페인이 갑자기 샤헤드(Shahed) 드론을 격추해야 한다면, 1970년대산 대공포를 사용해야 할 상황"이라고 지적하며, 스페인의 방공 현대화가 전투기 교체 문제와 함께 시급하게 해결돼야 할 과제라고 비판한 바 있다. 전문가들은 "FCAS 위기는 유럽 전략자율성 프로젝트 전체의 위기 신호일 수 있다"며 "차세대 전차 MGCS에서 반복되는 독불 갈등과 함께 유럽 방산통합의 구조적 한계가 다시 드러나고 있다"고 분석했다.


노정용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noja@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