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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발 공급망 쇼크에 ‘석유 화학의 쌀’ 나프타 품귀… 일본 경제 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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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발 공급망 쇼크에 ‘석유 화학의 쌀’ 나프타 품귀… 일본 경제 비상

나프타 가격 1년 새 79.4% 폭등… 제조업 전방위 '생산 차질' 현실화
중동 의존도 90% 달하는 일본 에너지 공급망의 구조적 취약점 노출
정부 수급 대책에도 민심 불안… 타카이치 내각 경제 안보 시험대
가루비의 '포테토칩스 저염 맛' 포장을 흑백 처리한 이미지. 사진=연합뉴스. 이미지 확대보기
가루비의 '포테토칩스 저염 맛' 포장을 흑백 처리한 이미지. 사진=연합뉴스.


호르무즈 해협 봉쇄에 따른 원유 수급 불안이 일본 제조업의 근간인 나프타(Naphtha) 대란으로 번지며 일본 열도가 경제 공포에 휩싸였다.

플라스틱, 인쇄 잉크, 의료 소모품 등 일상 전반에 쓰이는 나프타 가격이 80% 가까이 폭등하자, 일본 정부는 사재기 자제를 호소하며 수급 안정에 나섰으나 내각 지지율은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이번 사태는 에너지 수입 의존도가 극도로 높은 일본의 산업 구조가 지정학적 리스크에 얼마나 취약한지를 여실히 드러내며 향후 일본 내 소비와 생산 활동 전반에 구조적인 변화를 강요하고 있다.
19일(현지시각) 영국 가디언(The Guardian) 보도에 따르면, 최근 일본 내에서는 생소했던 화학 용어인 ‘나프타’가 뉴스 전면에 등장하며 공급망 붕괴에 대한 사회적 불안감이 확산되고 있다.

나프타는 원유 정제 과정에서 생산되는 기초 소재로, 휘발유 제조뿐만 아니라 플라스틱, 단열재, 접착제, 주사기(syringes), 잉크 솔벤트 등 현대 산업 전반에 필수적으로 사용된다.

흑백으로 변한 과자 봉지… ‘나프타 쇼크’ 실물 경제 타격


영국 가디언이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이번 나프타 대란의 심각성은 실생활과 밀접한 소비재 시장에서 먼저 감지됐다.

지난 12일 일본 최대 제과 업체인 칼비(Calbee)가 기존의 다채로운 디자인 대신 흑백 포장지를 도입하겠다고 발표한 것은 업계 전반의 원료 수급난을 방증하는 사건이었다. 포장용 잉크와 필름 생산에 차질이 생기면서 발생한 고육지책이다.

이러한 현상은 일본의 도매 물가 지표에도 고스란히 반영됐다. 시장 데이터에 따르면 지난 4월 기준 일본의 나프타 가격은 전년 동기 대비 79.4% 급등하며, 최근 3년 사이 가장 가파른 도매 물가 상승세를 주도하고 있다.

건설, 식품 가공, 도색 등 나프타 파생 상품이 필수적인 산업군에서는 이미 원료 부족으로 인한 조업 단축 소식이 이어지고 있다.

정부의 ‘진화’ 노력에도 들끓는 민심


영국 가디언은 일본 정부가 사태 수습에 총력을 다하고 있다고 전했다. 사나에 타카이치 내각은 원유 수입의 90% 이상을 차지하는 중동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대체 수입원을 적극적으로 발굴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일본 정부 관계자는 언론의 질문에 인쇄용 나프타 물량은 충분히 확보했음을 주장하며 공포 심리 차단에 주력했다.

지난 15일에는 히로타카 이시하라 환경상까지 나서 “쓰레기봉투 등 필수 플라스틱 제품의 수급은 문제가 없다”며 “국민들은 냉정을 유지하고 사재기를 멈춰달라”고 직접 호소했다.

그러나 교도통신이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응답자의 70% 이상이 나프타 수급 불안에 대해 강한 우려를 표명하며 정부의 미온적인 대처를 지적했다. 같은 기간 타카이치 내각의 지지율은 61.3%를 기록하며, 지난 2월 기록한 고공행진 이후 2.5%포인트 하락했다.

지정학적 리스크와 향후 전망


전문가들은 이번 나프타 대란을 단순히 일시적인 공급 부족으로 치부하기 어렵다고 분석한다. 중동 호르무즈 해협이라는 단일 물류 거점에 의존하는 일본의 에너지 공급망이 글로벌 지정학적 갈등이라는 외생 변수에 극도로 취약함이 확인됐기 때문이다.

시장 관계자들은 정부가 말하는 비축물량 활용만으로는 현장의 생산 차질을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어렵다고 진단한다.

향후 원유 도입 경로 다변화와 전략 비축물의 효율적 관리 등 에너지 안보 전략의 재수립이 타카이치 내각이 마주한 최대 현안이 될 전망이다.

글로벌 에너지 시장의 불확실성이 지속되는 한, 일본 제조업의 생산 원가 부담과 일용품 공급망 불안은 당분간 일본 경제의 하방 압력으로 작용할 것으로 분석된다.


진형근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inwoo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