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화된 엔화 약세와 원가 상승으로 일본 내 해외 의료기기 기업들의 수익성 악화
美 의료기기 업체 에어라이프, 일본 유통 직접 관리 포기하고 이토추상사 자회사에 이관
일본 공공병원 80% 적자 등 가격 전가 한계… 수입 의존도 높은 의료 자재 공급망 축소 우려
美 의료기기 업체 에어라이프, 일본 유통 직접 관리 포기하고 이토추상사 자회사에 이관
일본 공공병원 80% 적자 등 가격 전가 한계… 수입 의존도 높은 의료 자재 공급망 축소 우려
이미지 확대보기장기화하는 엔화 약세(엔저)와 물가 상승이 일본의 수입 의료 자재 공급망을 흔들고 있다. 일본으로 의료기기를 수출하는 해외 기업들의 수익성이 크게 악화되면서, 직접 판매(직판) 체제를 포기하고 현지 유통망을 재편하는 사례가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美 에어라이프, 日 직판 철수… 이토추상사 자회사가 승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미국 의료기기 제조업체 에어라이프(Airlife)는 인공호흡기와 함께 사용하는 카테터 등 일부 품목에 대해 일본 국내 유통 및 판매 업무에서 손을 떼기로 결정했다. 에어라이프 일본 법인 역시 취재진에 이 같은 사실을 인정했다.
익명을 요구한 복수의 관계자에 따르면, 이토추상사의 자회사인 센추리메디컬이 해당 업무를 승계해 오는 7월부터 일본 내 재고 관리와 배송, 의료기관 대상 판매를 전담하게 된다.
이러한 유통망 이관은 엔저 현상으로 해외에서 일본으로 의료기기를 수입하는 비용이 급증한 데다, 전반적인 물가와 인건비 상승이 겹치며 원가 부담이 가중된 탓이다. 에어라이프는 변화하는 경제 상황과 일본 내 규제에 대응하며 자체 유통망을 유지하는 막대한 비용을 고려해 직판 체제를 철회한 것으로 분석된다. 이번 사업 이관 과정에서 별도의 인수 자금 이동은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병원 80% '적자'에 가격 전가 한계… "수입망 축소 확산 가능성"
의료기기와 자재를 둘러싼 구조적 수익성 악화도 영향을 미쳤다. 일본은 2년에 한 번씩 진료 보수를 개정하지만, 최근의 가파른 물가 상승 속도를 따라가지 못해 기기 구입비가 의료기관이 받는 상환 가격을 웃도는 '역마진(적자)' 현상이 지적되어 왔다. 올해 진료 보수 개정에서 '물가 대응료'가 신설됐으나, 일본의학저널리스트협회의 무라카미 카즈미 이사는 "물가 상승에 따른 비용 증가를 보전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고 꼬집었다.
실제로 일본 총무성 자료에 따르면 2024년도 기준 일본 국내 공공병원의 약 80%가 경상 적자를 기록했으며, 제국데이터뱅크 집계에서도 민간 병원의 61%가 영업 적자를 냈다. 병원들의 수지 타산이 맞지 않아 공급 업체 입장에서도 제품 가격 인상(전가)이 어려워 이익을 내기 힘든 구조가 고착화된 것이다.
무라카미 이사는 에어라이프와 같은 유통망 철수 사례가 "앞으로 확산할 가능성이 충분하다"며, 해외 기업의 직판 철수나 수출 포기가 늘어날 경우 일본 현지에서 선택할 수 있는 의료기기의 폭이 좁아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종합상사에는 ‘기회’… 고점유율 제품 확보로 헬스케어 영토 확장
2024년 기준 일본의 의료기기 수입액은 약 3조 6000억 엔으로, 국내 생산액보다 약 1조 엔 이상 많았다. 특히 범용 제품이나 혈관계 카테터 제품의 수입 의존도는 약 75%에 달할 정도로 높다.
해외 기업의 이탈은 역설적으로 일본 종합상사들에게 기회가 되고 있다. 에어라이프가 일본 내 유통을 넘기는 품목 중에는 일본 시장 점유율의 과반을 차지하는 경쟁력 높은 제품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넘겨받는 센추리메디컬 입장에서는 안정적인 고점유율 제품을 확보하고, 자사의 기존 판매 제품과 연계해 의료기관에 통합 제안을 할 수 있는 영업 시너지를 얻게 됐다.
현재 일본 주요 종합상사들은 헬스케어를 핵심 성장 분야로 점찍고 투자를 늘리고 있다. 이토추상사는 지난해 해외 제약사의 일본 진출 지원을 본격화했으며, 미쓰이물산은 아시아 지역 병원 사업을 확대하고 미쓰비시상사도 싱가포르 헬스케어 기업에 출자하는 등 관련 포트폴리오를 빠르게 넓히고 있다.
이용수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iscrait@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