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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어의 법칙' 무너뜨린 AI 진화… 삼성·SK하이닉스, 새로운 도전에 직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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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어의 법칙' 무너뜨린 AI 진화… 삼성·SK하이닉스, 새로운 도전에 직면

연 900분의 1로 쪼그라든 AI 비용, ‘스케일링 법칙’의 공포
성능 경쟁의 중심, ‘트랜지스터’에서 ‘시스템 연산’으로 이동
단순 부품 공급자를 넘어설 것인가… 삼성·SK의 구조적 리스크
일본 메모리 기업 키옥시아가 자국 산업계에 던진 ‘생존 경고’가 한국 반도체 업계의 등골을 서늘하게 하고 있다. 이미지=제미나이3이미지 확대보기
일본 메모리 기업 키옥시아가 자국 산업계에 던진 ‘생존 경고’가 한국 반도체 업계의 등골을 서늘하게 하고 있다. 이미지=제미나이3

일본 메모리 기업 키옥시아가 자국 산업계에 던진 생존 경고가 한국 반도체 업계의 등골을 서늘하게 하고 있다.

닛케이(Nikkei)20(현지시각) 키옥시아의 분석을 인용해 “AI 발전 속도가 무어의 법칙을 완전히 압도했다이 속도를 따라잡지 못하는 기업은 시장에서 영구 퇴출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AI 학습·추론 비용이 연간 최소 9분의 1에서 최대 900분의 1까지 급감하는 디지털 정글에서, 인프라 주도권을 쥔 소수와 그렇지 못한 기업 간 격차는 이미 돌이킬 수 없는 수준으로 벌어졌다.

900분의 1로 쪼그라든 AI 비용… 스케일링 법칙의 공포


AI 기술 혁신의 핵심 동력은 스케일링 법칙(Scaling Laws)’이다. 학습 데이터양과 파라미터, 계산 자원을 확장할수록 성능이 비례해 향상된다는 법칙이다. 최근에는 학습을 넘어 추론 시에도 대규모 자원을 투입하는 추론 시 스케일링이 대세가 됐다.
에포크 AI(Epoch AI)가 분석한 연간 최대 900분의 1 비용 절감은 모델 효율 개선, 하드웨어 발전, 연산 병렬화 효과가 복합적으로 반영된 수치다. 과거 2년마다 성능이 2배씩 증가하던 무어의 법칙은 이제 유물이다. 이제 AI 경쟁은 단품 칩 경쟁이 아니라, ‘+소프트웨어+데이터를 동시에 거머쥔 연산 인프라 스택 경쟁으로 재편됐다. 이 생태계를 장악한 GAFAM과 엔비디아만이 압도적 비용 절감의 혜택을 독점하고 있다.

실패한 30의 일본 전철 되풀이할 것인가


키옥시아의 위기감은 디지털 혁명에서 낙오했던 일본 제조업의 뼈아픈 기억에서 비롯된다. 전문가들은 지금의 상황이 과거보다 훨씬 가혹하다고 진단한다. 당시 일본의 실패가 소프트웨어 전환 실패였다면, 지금은 인프라 통합 실패 시 즉시 시장 퇴출이라는 점에서 훨씬 치명적이기 때문이다.

키옥시아는 무어의 법칙이라는 낡은 시간축을 버리지 못하면 향후 10년 내 경쟁력을 완전히 상실할 것이라 경고했다. 이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도 즉각 적용되는 경고장이다. 두 기업 모두 AI 인프라 플레이어가 아닌 단순 부품 공급자에 머물 경우, 향후 시장 주도권을 완전히 상실할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구조적 리스크다.

AI 슈퍼사이클 속 韓 반도체, 생존의 갈림길


학습에서 추론으로 이동하는 AI 시장에서 양사는 기록적인 실적을 거두고 있다. 삼성은 파운드리·메모리 수직 계열화로, SK하이닉스는 HBM 선점과 커스텀 HBM’으로 시장을 주도 중이다. 다만 삼성은 파운드리 수율 확보와 AI 생태계 결속이, SK하이닉스는 엔비디아 의존도 탈피와 제품 다변화가 시급한 과제다. 중장기적으로는 AI 서버향 솔루션 다변화와 HBM4 양산이 밸류에이션 재평가의 핵심 키가 될 전망이다.

투자자가 지금 당장 봐야 할 3대 체크리스트


첫째, 빅테크의 매출 대비 CAPEX 비율AI 매출 비중이다. 데이터센터 설비투자가 실제 기업의 이익으로 전환되는지 확인해야 한다. 투자가 늘어도 AI 매출이 정체된다면 거품론이 재점화될 리스크가 있다.

둘째, HBM고객사 TCO(총소유비용) 절감 기여도이다. 단순 성능 향상을 넘어, 차세대 제품이 고객사의 전체 AI 인프라 비용을 얼마나 낮추는지 체크하라. 비용 효율성을 증명하지 못하는 제품은 시장에서 즉시 도태된다.

셋째, ‘공정 전환 주기와 신제품 양산 타임라인이다. 신속한 공정 전환 능력이야말로 시장 점유율을 지키는 지표다. 신규 제품 개발부터 양산까지 걸리는 시간이 경쟁사 대비 단축되고 있는지 확인해야 한다.

키옥시아의 경고는 명확하다. 과거의 성공에 안주해 실어증에 걸린 조직은 거대한 인프라 격류 속에서 흔적도 없이 사라질 것이다. 기술적 역량을 넘어, 산업 생태계 변화를 읽고 경영 구조를 혁신하는 찰나의 결단력이 한국 기업의 차기 30년을 결정할 것이다.


김주원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