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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가 끌어올린 메모리 호황… '초거대 사이클' 뒤 "과잉" 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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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가 끌어올린 메모리 호황… '초거대 사이클' 뒤 "과잉" 경고

트렌드포스 "올해 매출 최대 134% 폭등 추정" 속 마이크론 美서 최첨단 DRAM 첫 양산
HBM 독점 체제 균열 조짐… 반도체 개미, 재고 일수 변곡점 주시해야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수요 폭발로 글로벌 메모리 반도체 시장이 사상 유례없는 대호황을 맞이했으나, 마이크론테크놀로지가 현지에서 최첨단 제품 양산에 성공하면서 한국 반도체 빅2의 지위가 새로운 시험대에 올랐다. 이미지=제미나이3이미지 확대보기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수요 폭발로 글로벌 메모리 반도체 시장이 사상 유례없는 대호황을 맞이했으나, 마이크론테크놀로지가 현지에서 최첨단 제품 양산에 성공하면서 한국 반도체 빅2의 지위가 새로운 시험대에 올랐다. 이미지=제미나이3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수요 폭발로 글로벌 메모리 반도체 시장이 사상 유례없는 대호황을 맞이했으나, 마이크론테크놀로지가 현지에서 최첨단 제품 양산에 성공하면서 한국 반도체 빅2의 지위가 새로운 시험대에 올랐다.

대만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는 최근 보고서에서 올해 글로벌 메모리 매출이 공급 부족 심화에 따라 전년 대비 최대 134.0%까지 폭등할 수 있다고 추산했다. 대규모 데이터센터가 전체 수요의 70.0%를 독식하는 구조 속에서, 테크매체 톰스하드웨어와 금융 정보지 모틀리풀도 마이크론의 버지니아 공장 가동과 샌디스크의 실적 가속화를 보도했다. 다만 이번 호황은 전방 산업의 구조적 성장과 공급망 재편이 맞물린 결과로, 중장기 설비 과잉 리스크가 공존해 국내 투자자들의 냉정하게 정제된 포트폴리오 전략이 요구된다.

AI 데이터센터가 삼킨 메모리… 낸드 가치 재평가와 착시 효과


메모리 반도체 시장의 가파른 성장은 AI 서버에 탑재되는 고성능 저장장치 수요가 견인하고 있다. 야후 파이낸스에 상장된 샌디스크는 엔터프라이즈 부문 고성능 낸드플래시(NAND Flash) 공급 확대로 기록적인 성장을 달성했다. 모틀리풀이 지난 20(현지시각)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샌디스크의 최근 3분기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51.0% 급증한 595000만 달러(9조 원)를 기록했다.
특히 샌디스크의 매출총이익률(GPM)20253분기 22.7%에서 최근 78.4%로 수직 상승하며, AI 반도체 선두 주자인 엔비디아(75.0%)를 웃돌았다. 다만 반도체 업계에서는 이를 시장 전체의 평균적 현상이라기보다 고부가가치 기업용 SSD(Solid State Drive)에 집중된 특정 제품 믹스 효과와 일시적 공급 절벽이 맞물린 '착시 효과'로 분석한다.

아울러 대다수 글로벌 투자은행(IB)들은 고성능 DRAMNAND 플래시의 가격 사이클이 통상 1~2분기의 시차를 두고 움직인다는 점에서, 두 자산의 수익성 지표를 동일선상에서 단순 비교하는 것은 주의가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마이크론 美 본토 공략… '첨단 HBM 한국 우위' '레거시 역습'


마이크론테크놀로지는 버지니아주 매너서스 공장에서 최첨단 1알파(1-alpha) 노드 기반의 DRAM 양산에 돌입하며 공급망 국산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톰스하드웨어의 23일 보도에 따르면, 마이크론은 연방 정부의 반도체법(CHIPS Act) 자금 27500만 달러(4177억 원)를 포함해 총 20억 달러(3조 원) 이상을 투입한 확장을 마무리했다. 이번 증설로 해당 공장의 웨이퍼 생산 능력은 종전보다 4배로 늘어난다.

마이크론의 이번 행보는 기술 경쟁과 시장 전략을 철저히 분리한 포석이다. 차세대 고대역폭메모리(HBM)와 첨단 DDR5 영역에서는 극자외선(EUV) 노광 장비를 선제 도입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여전히 압도적인 기술적 우위를 점하고 있다.

반면 마이크론은 심자외선(DUV) 공정을 활용한 1알파 노드를 미국 내에 이식함으로써, 자동차와 방위산업 등 장기 신뢰성이 필수적인 북미 핵심 레거시(범용) 시장의 틈새를 선점하는 역습을 택했다. 실제로 에스앤피(S&P) 글로벌 모빌리티는 차량용 DRAM 계약 가격이 2025년 대비 2026년에 최대 100.0%까지 상승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한국 기업들이 장악해 온 범용 메모리 시장의 일부가 미국 본토 생산 제품으로 대체되기 시작한 셈이다.

"AI는 수요를 바꾸지만, 메모리는 결국 공급 산업이다"


단기적으로는 AI 서버 수요 강세와 기존 공정의 생산 능력 전환에 따른 공급 부족으로 메모리 반도체 단가 상승세가 지속될 전망이다. 트렌드포스는 글로벌 메모리 시장 규모가 20265520억 달러(838조 원)를 기록한 뒤 새해에는 8430억 달러(1280조 원) 규모까지 팽창할 수 있다는 공격적인 전망을 내놨다. 가트너(Gartner) 등 타 조사기관의 보수적 추정치와 비교하면 다소 과열된 수치이나, 대호황의 방향성 자체에는 이견이 없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설비 증설 경쟁이 유발할 중장기 역풍을 경계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AI는 전방 수요의 패러다임을 근본적으로 바꾸고 있지만, 메모리 반도체는 결국 대규모 장치 투자가 선행되어야 하는 '공급 산업'이라는 점에서 사이클의 본질은 변하지 않는다.

마이크론이 버지니아 공장에 이어 아이다호주와 뉴욕주에 총 2000억 달러(303조 원) 규모의 신규 팹 건설을 추진 중이어서, 호황기 끝에 설비가 동시에 가동되는 시점과 AI 빅테크의 투자 속도조절기가 맞물릴 경우 시장 전체가 급격한 공급 과잉에 직면할 수 있다. 업계에서는 북미 현지 생산 거점을 확보한 마이크론의 공세는 국내 기업의 장기 점유율에 위협이 될 수 있으므로 차세대 공정 전환 속도를 높여 기술 격차를 유지해야 한다고 우려한다.

투자자 행동 지침, 리스크 판단을 위한 3대 핵심 체크포인트


국내 반도체 대형주 중심의 개인 투자자들은 자산 가치 하락을 방어하기 위해 향후 분기별 실적 발표에서 다음 세 가지 지표를 기준으로 리스크 관리에 나서야 한다.

첫째, 빅테크 기업의 설비투자(CAPEX) 집행 추이다.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등 핵심 바이어들의 자본 지출 둔화 여부를 확인해 전방 수요의 지속성을 진단해야 한다.

둘째, 글로벌 D램 및 낸드플래시 재고 일수 변화 여부다. 현재 6~8주 수준인 고객사들의 재고가 10주 이상으로 늘어나는 시점부터는 반도체 주식의 비중 축소 전략이 유효하다.

셋째, 마이크론의 차세대 공정 및 HBM 수율 확보 속도다. 미국 현지 신규 공장의 수율 안정이 빨라질수록 한국 기업들의 단가 협상력이 약화될 수 있으므로, HBM 매출 비중이 견고하게 유지되는 기업 중심으로 포트폴리오를 압축해야 한다.

글로벌 반도체 시장이 역사적 호황의 정점을 향해 달리는 지금, 호황의 정점은 언제나 수익이 아닌 리스크가 확대되는 구간이라는 점을 감안한 선제 대응이 필요하다.


김주원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