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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 파서 원석 팔던 시대 끝”… 짐바브웨, ‘리튬 황산염’ 수출하며 가치사슬 도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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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 파서 원석 팔던 시대 끝”… 짐바브웨, ‘리튬 황산염’ 수출하며 가치사슬 도약

中 화유 코발트 자회사, 4억 달러 규모 아카디아 공장서 배터리 핵심 원료 첫 출하
‘원석 수출 금지’ 초강수 적중… 14억 달러 중국 자본 옥죄어 ‘단순 채굴·운송’ 악순환 차단
전문가 “중국 산업혁명용 정유 벨트 전락 경계해야… 전력망·하류 화학 생태계 구축이 관건”
노동자들이 짐바브웨 수도 하라레에서 남동쪽으로 약 80km 떨어진 고로몬지에 위치한 프로스펙트 리튬 짐바브웨 가공 공장 부지 내 리튬 봉지 옆을 지나가고 있다. 사진=AP/뉴시스이미지 확대보기
노동자들이 짐바브웨 수도 하라레에서 남동쪽으로 약 80km 떨어진 고로몬지에 위치한 프로스펙트 리튬 짐바브웨 가공 공장 부지 내 리튬 봉지 옆을 지나가고 있다. 사진=AP/뉴시스
아프리카 최대의 리튬 매장국 짐바브웨가 수십 년간 지속되어 온 ‘광석 채굴 후 가공 없이 해외로 직송’하던 원자재 추출 협약의 악순환을 끊어내고, 대륙 최초로 고부가가치 리튬 가공 완제품을 수출하는 역사적 이정표를 세웠다.

정부의 기습적인 원석 수출 금지 조치가 중국 빅테크 기업들의 인프라 투자를 강제해 짐바브웨를 글로벌 배터리 공급망의 핵심 가치사슬로 끌어올렸다는 평가가 나온다.

24일(현지시각)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등 외신 보도에 따르면, 중국 저장 화요 코발트(Zhejiang Huayou Cobalt)의 자회사인 프로스펙트 리튬 짐바브웨(Prospect Lithium Zimbabwe)는 수도 하라레 인근에 위치한 4억 달러 규모의 아카디아(Arcadia) 광산 시설에서 대륙 최초로 자체 가공한 ‘황산리튬(Lithium Sulfate)’의 첫 수출 선적을 완료했다고 발표했다.

원석 수출 전면 금지 배수진… 중국 자본 14억 달러 투자 강제


이번 황산리튬 수출은 짐바브웨 정부가 대규모 밀수를 전면 차단하고 자국의 광물 부가가치를 극대화하기 위해 원자광물(원석) 수출 금지 조치를 올해 2월로 전격 앞당긴 이후 나온 최대의 성과다.

아카디아 가공 공장은 연간 50,000톤의 황산리튬을 생산할 수 있는 능력을 갖췄다. 황산리튬은 전기차 배터리 제조에 핵심적으로 쓰이는 수산화리튬과 탄산리튬으로 가공하기 직전의 고부가가치 중간체다.

짐바브웨가 작년 한 해 동안 중국에 113만 톤의 스포듀민(리튬 원석) 농축물을 공급하며 중국 전체 리튬 수입의 15%를 책임지던 핵심 공급처였던 만큼, 중국 기업들은 공급망 붕괴를 막기 위해 정부 규제에 순응할 수밖에 없었다.

화요 코발트, 시노민 등 중국 핵심 자본들은 짐바브웨 내 광산 개발 및 정유 시설 건설에 총 14억 달러(한화 약 2조 1,000억 원) 이상의 신규 투자를 쏟아부었다. 이를 통해 원료 농축물 수출 시 부과되는 10%의 고율 수출세를 피하는 동시에 안정적인 배터리 원료 주권을 확보한 셈이다.

“지질학 수출하고 의존성 수입하던 옛 시대와의 결별”


국제 외교·경제 전문가들은 이번 사건이 아프리카 자원 외교사에 한 획을 그은 사건이라고 진단한다.
카를로스 로페스 케이프타운 대학교 교수는 “이번 수출은 아프리카가 자기 땅의 지질학을 그대로 수출하고 고부가가치 완제품 의존성을 다시 수입하던 과거의 불평등한 추출 협약과 심리적·정치적 단절을 선언한 것”이라며 “원석 채취의 시대가 협상력을 갖춘 고도화된 산업 참여의 시대로 바뀌고 있다는 거대한 방향성을 보여준다”고 전했다.

런던 글로벌 싱크탱크 ODI의 린다 칼라브레제 선임 연구원 역시 “자원 수출 금지 조치가 외국인 투자를 위축시키기는커녕, 대체재가 없는 글로벌 배터리 거물들의 인프라 투자를 강력히 자극하는 청신호가 됐다”고 분석했다.

“중국의 단순 정유 벨트 전락 경계”… 가치사슬 종착지 향한 숙제


그러나 짐바브웨의 리튬 전략이 완벽한 승리를 거두기 위해서는 여전히 넘어야 할 산이 많다. 가공 중간체인 황산리튬을 수출하는 성과를 냈지만, 이를 최종 배터리 셀로 만들기 위한 최고 부가가치 화학 정제 공정은 여전히 중국 본토에서 전적으로 수행되기 때문이다.

로페스 교수는 “자체적인 하류 화학 생태계, 안정적인 국가 전력망, 주변 아프리카 국가들과의 지역 통합 경제권이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짐바브웨의 황산리튬 공장은 과거 원석 채굴 사다리에서 겨우 한 단계 위를 점한 것에 불과하다”며 “아프리카 대륙이 서방과 중국의 산업혁명을 뒷받침해 주는 ‘단순 정유 벨트’로 전락해서는 안 된다”고 무거운 경고를 날렸다.

아울러 베이징의 국경 금융 전문 변호사인 카이 쉬에는 “짐바브웨의 규제 압박이 단기적으로는 중국의 자본 투자를 이끌어냈지만, 자원 국유화 조치나 정책 변동성이 지속될 경우 중국 자본이 규제가 덜하고 최고급 리튬 자원을 보유한 칠레 등 남미 시장으로 다시 분산 이탈할 수 있다”며 과도한 자원 민족주의의 부작용을 지적했다.

짐바브웨가 광물 밀수와 정책 불확실성을 완전히 통제하고 장기적인 산업 기틀을 다질 수 있을지, 전 세계 배터리 업계가 짐바브웨의 용광로를 주시하고 있다.


신경원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shincm@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