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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나프타 고갈 위기 온다"… 전직 종합상사 수장의 신랄한 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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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나프타 고갈 위기 온다"… 전직 종합상사 수장의 신랄한 경고

마루베니 전 사장 "정부의 '유통 정체' 진단은 오판… 거대한 중동 공급망 소멸이 본질"
6월 말부터 석유화학 제품 품귀 조짐… 미·남미 등 우회 조달 지속 가능성에 강력한 의문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의 '내년까지 공급 안정' 낙관론과 정면 충돌… 시장 불안감 고조
일본 이마바리 비축유 시설. 사진=연합뉴스이미지 확대보기
일본 이마바리 비축유 시설. 사진=연합뉴스


일본 정부가 이란 전쟁에 따른 홀무즈 해협 봉쇄 속에서도 원유 및 나프타 공급에 문제가 없다는 호언장담을 이어가고 있지만, 현장 에너지 전문가의 시각은 냉혹하기만 하다. 일본 석유화학 산업의 핏줄과 같은 나프타 유래 화학제품이 이르면 다음 달 말부터 고갈될 수 있다는 초대형 경고음이 울리면서 섬유, 플라스틱, 도료 등 일본 제조업 전반이 패닉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1500만 킬로리터 대체 불가능"… '나프타 대란' 카운트다운


26일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일본의 5대 종합상사 중 하나인 마루베니(Marubeni)에서 사장과 회장을 역임한 고쿠분 후미야 명의고문은 전날 열린 에너지경제연구소(IEEJ) 웨비나에서 일본의 나프타 수급 현황에 대해 매우 비관적인 진단을 내놓았다.

1975년 입사 이래 평생을 에너지 최전선에서 보낸 고쿠분 고문은 "그동안 중동에서 조달하던 1500만 킬로리터(kl) 규모의 나프타를 다른 지역에서 대체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못박았다. 그는 이어 "빠르면 6월 말, 늦어도 8~9월 사이에는 시장 전반에 극심한 공급 부족 사태가 가시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특히 그는 현재의 공급난을 단순한 '유통 구조의 병목 현상'으로 치부하는 일본 정부의 안일한 인식을 정면으로 비판했다. 이번 사태의 본질은 물류의 정체가 아니라, 일본 화학 산업을 지탱하던 '거대한 공급 소스 자체가 지구상에서 통째로 사라진 것'이라는 지적이다.

미국의 한계와 고공행진하는 현장 품귀 현상


현재 일본 석유화학공업협회는 중동 외 지역으로 수입선을 다변화하며 임시방편으로 버티고 있다. 수입 통계에 따르면 이달 중동 외 지역에서의 나프타 수입량은 평시 대비 3배 가까이 급증했다. 시무라 카츠야 전무이사는 기자회견을 통해 미국을 중심으로 남미, 북아프리카 등 전 세계에서 물량을 긁어모으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고쿠분 고문은 이 역시 지속 불가능한 '보여주기식 조달'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원거리인 미국 등지에서 수백만 킬로리터에 달하는 나프타를 장기적이고 안정적으로 계속 들여오는 시나리오는 물류비와 인프라 감당 능력을 고려할 때 "전혀 현실적이지 않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현장에서는 이미 파열음이 들리고 있다. 시너를 비롯한 일부 기초 화학제품의 경우 시중에서 물건을 구하지 못해 발을 동동 구르는 품귀 목소리가 끊이지 않고 있으며, 대체 조달의 영속성에 대한 업계의 의구심은 극에 달한 상태다.

정치권의 낙관론 vs 시장의 냉기… 깊어지는 불신


이 같은 현장의 공포 분위기와 달리 관저의 시각은 기이할 정도로 평온하다.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는 지난 21일 열린 중동 정세 관련 관계각료회의에서 "나프타 유래 제품을 포함한 주요 석유제품은 올해를 넘어 내년까지도 충분히 공급을 지속할 수 있다"며 낙관론을 재천명했다.

정부가 국가적 불안 확산을 막기 위해 안심 마케팅을 펼치고 있으나, 업계 안팎에서는 정부의 장부상 계산과 실제 석유화학 공장들이 체감하는 원료 재고 사이에 거대한 괴리가 존재한다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중동발 안보 위기가 장기화 국면에 접어든 가운데, 전직 상사 수장의 뼈아픈 경고는 일본 제조업계에 '나프타 고갈'이라는 시한폭탄이 초읽기에 들어갔음을 시사하고 있다.


이용수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iscrait@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