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글로벌이코노믹

“ASML 족쇄 풀었지만, 양산 장벽 남았다”… 화웨이 ‘1.4나노 우회법’에 냉혹한 경고등

글로벌이코노믹

“ASML 족쇄 풀었지만, 양산 장벽 남았다”… 화웨이 ‘1.4나노 우회법’에 냉혹한 경고등

화웨이, ‘타우 스케일링·로직폴딩’ 설계로 ASML 최첨단 EUV 의존도 무력화 시도
전문가들 “물리적 노광 한계 뚫은 ‘장기적 우회로’… 탁월한 생존력 입증” 극찬
수율·발열·결함 관리 등 제조 공학적 난제 여전… ‘국산 장비 안보선’ 확보가 최종 숙제
화웨이 로고.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화웨이 로고. 사진=로이터
중국 기술 자립의 상징인 화웨이가 네덜란드 ASML의 노광 장비 없이 1.4나노미터(nm)급 반도체 성능을 구현하겠다는 파격적인 설계 혁신을 발표했으나, 글로벌 반도체 전문가들은 실제 ‘대량 양산’에 성공하기까지는 여전히 가혹한 공학적 장벽이 남아있다고 냉정하게 진단했다.

장비 제재를 우회하는 장기적인 대안은 마련했지만, 미국의 고강도 수출 통제 속에서 이를 완벽한 수율로 찍어낼 ‘국산 파운드리 공급망’을 확보하는 것이 진짜 싸움의 시작이라는 지적이다.

26일(현지시각)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보도에 따르면, 화웨이가 지난 25일 발표한 차세대 반도체 설계 자강론인 ‘타우 스케일링 법칙’과 ‘로직폴딩’ 아키텍처에 대해 글로벌 반도체 통상·기술 분석가들의 정밀 분석 대차대조표가 공개됐다.

이번 혁신이 입증된다면, 2019년 미국의 블랙리스트(제재) 지정 이후 첨단 반도체, ASML의 극자외선(EUV) 장비, 서구권의 필수 전자설계자동화(EDA) 툴 등 3대 가치사슬이 통째로 끊겼던 화웨이에게 역사적인 이정표가 될 전망이다.

물리적 축소 대신 ‘시간 압축’… ASML 향한 전 세계 주문 흔들리나


수십 년간 반도체 산업은 실리콘 웨이퍼 위에 트랜지스터를 물리적으로 더 작게 깎아 올리는 무어의 법칙을 표동력으로 삼아왔다. 7나노에서 3나노, 나아가 1나노 공정으로 진입하기 위해서는 ASML의 심층자외선(DUV) 및 EUV 리소그래피 시스템이 필수 과학 공식처럼 여겨졌다.

그러나 미국 주도로 기계 수입이 전면 차단되자 화웨이는 부품을 작게 만드는 대신, 유효 시간 상수($tau$)를 압축해 장치 간 신호 전달 속도를 극적으로 가속화하는 ‘시간 스케일링(Time Scaling)’이라는 완전히 새로운 우회 패러다임을 정립했다.

허팅보 하이실리콘 사장이 “중국 반도체 굴기의 최대 병목 지점인 노광 장비의 업그레이드가 필요 없다”고 단언한 배경이다.

대만 경제연구소(TIER)의 아리사 류(Arisa Liu) 수석 연구원은 “단기적으로 화웨이의 신기술은 중국 반도체 제조사들이 ASML의 최상위 EUV 시스템에 긴급히 의존해야 했던 압박을 크게 완화할 수 있다”며 “이는 ASML의 향후 수주 물량과 가치사슬 시장 기대치에 구조적 압박을 가할 수 있는 요인”이라고 분석했다.

글로벌 기술 정책 전문가인 폴 트리올로(Paul Triolo) DGA-올브라이트 스톤브리지 그룹 파트너 역시 “ASML의 시스템을 물리적으로 대체했다기보다, 제재 속에서 스마트폰과 AI 최첨단 칩 성능을 끌어올리기 위한 매우 정교한 ‘장기적 우회로’를 뚫어낸 것”이라고 평가했다.

“설계가 전부는 아니다”… 제조·수율·결함 관리의 징벌적 장벽


그러나 전문가들은 설계 도면의 혁신이 곧장 완벽한 반도체 제품의 탄생을 의미하지는 않는다고 신중론을 펼쳤다.

폴 트리올로 파트너는 “1.4나노급에 상응하는 이론적 성능을 설계했다는 것이, 화웨이가 실제 공정에서 발생하는 제조 공학적 난제들인 수율(Yield), 발열 제어, 전력 전달, 계측 및 검사, 결함 관리(Defect Management) 등의 팹(Fab) 통합 문제를 완전히 해결했다는 뜻은 아니다”라고 뼈아프게 꼬집었다.

미국의 눈을 피해 정교한 로직폴딩 설계를 최종 웨이퍼로 현실화해 줄 국내 첨단 파운드리(SMIC 등)의 제조 역량이 견고하게 받쳐주지 못한다면 사상누각에 그칠 수 있다는 뜻이다.

아리사 류 연구원 역시 “설계 우회 방법은 물리적 한계 내에서의 아키텍처 최적화일 뿐 하드웨어 기계 자체를 완전히 대체할 수는 없다”며 “화웨이의 특화 설계와 중국 국산 고급 노광 장비의 완성이 결합해야만 진정한 한계치의 컴퓨팅 파워를 뽑아낼 수 있는 만큼, ‘국산 리소그래피 장비 개발’은 중국 반도체 산업이 포기할 수 없는 최후의 안보선”이라고 강조했다.

TSMC·인텔보다 늦은 2031년 로드맵… 그러나 ‘AI 칩 지배력’ 흔든다


현재 글로벌 파운드리 거두들의 1.4나노 대량 양산 타임라인은 대만 TSMC가 2028년, 삼성전자와 인텔이 2029년을 목표로 치열한 치킨게임을 벌이고 있다. 화웨이가 제시한 2031년 일정은 글로벌 선두 진영보다 수년 뒤처져 있는 대차대조표를 보여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방의 장비 공급망에서 완전히 고립된 최악의 환경 속에서 이 정도의 독자적 회복력을 증명해 낸 것만으로도 화웨이가 향후 글로벌 스마트폰 및 AI 반도체 통상 무대에서 막강한 가격 협상력을 쥐게 됐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카운터포인트 리서치의 이단 치(Ethan Qi) 부국장은 “무어의 법칙이 1나노 이하에서 비용 효율성의 벽에 부딪힌 지금, 생성형 AI의 폭발로 멀티코어 칩 간 초고속 연결 기술이 핵심 경쟁력으로 떠올랐다”며 “화웨이가 오랜 기간 통신 장비 사업을 통해 축적한 통신 프로토콜 전문성은 엄청난 무기이며, AI 시대에 이 연결 프로토콜을 지배하는 자는 엔비디아(Nvidia)처럼 시장 독점력을 확보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수저우 증권 애널리스트들 또한 화웨이의 로직폴딩 칩이 전통적인 3D 패키징과 달리 매우 미세한 기어 구조처럼 회로를 압축 연결하는 방식인 만큼, 중국 내 차세대 첨단 후공정(패키징 및 테스트) 장비 생태계에 천문학적인 신규 국산화 수요를 창출할 호재라고 진단했다.


신경원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shincm@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