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글로벌이코노믹

쇄빙선 동맹 'ICE 팩트' 가동… K-철강·기자재 공급망 진입 타진

글로벌이코노믹

쇄빙선 동맹 'ICE 팩트' 가동… K-철강·기자재 공급망 진입 타진

캐나다·핀란드 쇄빙선 '폴라 맥스' 선체 조립 돌입, 북극해 재편 본격화
직접 수주 제한 속 극지용 특수 후판 프리미엄 및 기자재 낙수효과 주목
지정학적 갈등이 얼어붙은 북극해로 확장되면서 서방 동맹국들의 특수선 공급망 재편이 본격화된다. 이미지=제미나이3이미지 확대보기
지정학적 갈등이 얼어붙은 북극해로 확장되면서 서방 동맹국들의 특수선 공급망 재편이 본격화된다. 이미지=제미나이3

지정학적 갈등이 얼어붙은 북극해로 확장되면서 서방 동맹국들의 특수선 공급망 재편이 본격화된다.

캐나다 일간지 글로브앤메일은 30(현지시각) 캐나다 대형 조선사 데이비(Davie)와 핀란드 헬싱키 조선소(Helsinki Shipyard)는 지난 28일 캐나다 해안경비대용 차세대 중쇄빙선 '폴라 맥스(Polar Max)'의 선체 조립(Hull Assembly) 공정에 본격 진입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이번 프로젝트는 캐나다 국가 조선 전략(NSS)의 핵심 사업으로, 캐나다 레비 조선소와 핀란드 헬싱키 조선소가 동시에 나누어 짓는 '듀얼 빌드(Dual-build)' 방식으로 진행 중이다. 미국·캐나다·핀란드가 결성한 'ICE 팩트(쇄빙선 협력 협정)' 동맹이 가동되면서 러시아의 북극해 독주를 저지할 방산 벨트가 구체적인 이정표를 맞이했다.

미국의 군사력·캐나다의 영토·핀란드의 기술 결합… NATO 북진 기지 구축

ICE 팩트는 미국의 압도적인 해군 군사력과 캐나다의 광활한 북극 영토, 그리고 세계 쇄빙선 건조 시장의 50%를 장악한 핀란드의 기술력을 결합한 서방의 북극해 방산 동맹이다. 북극해 패권은 그동안 40여 척의 쇄빙선을 보유한 러시아가 장악했다.

반면 캐나다는 보유한 18척의 쇄빙선 중 상시 가동이 가능한 대형 선박이 부족해 겨울철 북극해 접근이 제한적이었다. 2025년 취임한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가 국방 조달 체계 혁신과 국방 산업 전략을 연이어 발표하며 서방의 공급망 재편을 강하게 추진하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NATO의 북진 기조와 맞물린 이번 동맹은 향후 서방 동맹국 간 총 60여 척의 차세대 쇄빙선 조달 협력을 목표로 삼고 있어 장기적인 인프라 확장이 기대된다.

이번에 건조되는 폴라 맥스는 세계 최고 출력을 자랑하는 디젤·전기 하이브리드 추진 방식을 채택해 사계절 내내 북극해를 통행한다. 본래 러시아 광산 기업의 발주 파기 물량을 캐나다 해안경비대용 플래그십 사업으로 흡수한 이 배는, 핀란드에서 선체 하부를 제작한 뒤 2027년 캐나다 퀘벡 조선소로 이동해 상부 구조물을 결합하는 방식으로 2030년 최종 인도를 목표로 하고 있다.

자국 건조 규제 장벽 속 '특수 강재·MRO 기자재' 우회 진입 기회


투자자들이 유의해야 할 핵심은 한국 조선소의 직접적인 완성선 수주 가능성은 낮다는 점이다. 미국과 캐나다는 군용 및 정부 공공 함정을 반드시 자국 내 조선소에서 건조해야 하는 법적 규제(미국의 국방조달법 및 바이 아메리칸 규정 등)를 철저히 고수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시장의 시선은 직접 수주가 아닌, 기술 진입장벽이 높은 특수선 핵심 강재와 기자재 공급망에 진입할 국내 대형 철강사(POSCO홀딩스, 현대제철)와 조선 빅3(한화오션, HD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의 낙수효과로 이동하고 있다.

영하 60도의 극한 환경을 견디며 얼음과 직접 충돌하는 쇄빙선 선체 하부에는 일반 후판 대비 약 30%의 가격 프리미엄이 붙는 내저온성 고강도 후판(두께 6mm 이상)이 필수적이다.

철강 대형주 중 POSCO홀딩스는 독자적인 극저온용 고망간강 기술력을 갖추고 있어 글로벌 특수 강재 시장 선점에 유리하다. 현대제철 역시 방산용 소재 공급망과의 시너지를 바탕으로 진입을 타진 중이다. 한국 조선업계는 전 세계 대형 쇄빙 상선 분야에서 70% 이상의 압도적인 점유율을 보유한 만큼, 극지용 상선 기술 라이선스 수출이나 선박 추진체 등 핵심 기자재의 동맹국 조선소 향() 공급 가능성은 열려 있다. 특히 한화오션의 오스탈 인수를 통한 미 해군 MRO(유지·보수·정비) 연계망이나 HD현대중공업의 독자 함정 추진 체계가 장기적인 협력 모멘텀으로 거론된다.

원자재 리스크 점검… 장기 기자재 공급망 추이 주목


투자자들은 향후 조선·철강 시장의 방향성을 가늠하기 위해 세 가지 지표를 주시해야 한다. 단기적으로는 인도네시아의 니켈 수출 통제 정책과 남아프리카공화국의 크롬 공급망 불안에 따른 원자재 가격 변동성을 점검해야 한다. 합금 원자재의 수급 불안은 특수강 제조 원가에 직결되기 때문이다. 중장기적으로는 ICE 팩트 동맹의 쇄빙선 순차 발주 흐름 속에서 한국산 고부가 후판 및 핵심 기자재의 공급망 채택 비율 추이를 확인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북극해 패권 경쟁이 본격화되는 전환점에서, 한국 조선·철강 산업은 직접 수주의 한계를 넘어 서방 방산 공급망의 핵심 기자재 축으로 부상할 가능성이 높다.


김주원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