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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의 ‘싸우지 않고 이기는’ 책략... 걸프 늪에 中 묶고 대서양 에너지 패권 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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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의 ‘싸우지 않고 이기는’ 책략... 걸프 늪에 中 묶고 대서양 에너지 패권 쥔다

트럼프 무역 휴전 이면의 무서운 시나리오... ‘위치 권력(Position Power)’ 탈환 목적
이란 전쟁은 계산된 카드... 에너지 중심축을 걸프에서 대서양 분지로 강제 이동
‘유럽은 LNG 종속, 러시아는 對中 단가 인상’... 中 산업 경쟁력의 목줄 죈다
미국의 궁극적 목표는 직접적인 군사 대립이 아니라 글로벌 경제 시스템이 작동하는 핵심 노드, 즉 ‘위치 권력’의 완전한 장악이다. 이미지=제미나이3이미지 확대보기
미국의 궁극적 목표는 직접적인 군사 대립이 아니라 글로벌 경제 시스템이 작동하는 핵심 노드, 즉 ‘위치 권력’의 완전한 장악이다. 이미지=제미나이3
“모든 전투에서 싸우고 이기는 것이 기술의 정점이 아니다. 싸우지 않고 적을 제압하는 것이 최고의 기술이다.” 손자병법의 이 고전적 격언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표면적으로 보여주는 예측 불가능한 행보와 대중국 무역 휴전 이면에 숨겨진 ‘가혹한 대전략’의 본질을 꿰뚫는 가장 명확한 렌즈다.

많은 시장 관찰자들이 미국의 정책을 일관성 없는 충동적 대응으로 치부할 때, 미국의 기획자들은 전 세계 에너지·안보 흐름을 통째로 재조정해 중국의 산업 경쟁력을 조용히 압살하려는 거대한 장기전을 전개하고 있다.

지난달 31일(현지시각)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미국의 궁극적 목표는 직접적인 군사 대립이 아니라 글로벌 경제 시스템이 작동하는 핵심 노드, 즉 ‘위치 권력(Position Power)’의 완전한 장악이다. 이는 ▲연산력(반도체) ▲자원(희토류 및 에너지) ▲연결성(해운 요충지)을 미국 중심으로 완벽히 재편하는 가치사슬 재구조화 작업이다.

걸프의 혼란, 대서양의 횡재... 트럼프가 설계한 글로벌 에너지 재조정


중국은 지난 30년간 글로벌 제조업과 핵심 광물 가공, 조선업을 독점하며 이 위치 권력을 축적해 왔다. 특히 시진핑-트럼프 한국 회담 직전 중국이 단행한 희토류 보복성 금지령은 미국 산업의 대차대조표를 뒤흔들었고, 트럼프는 일단 무역 휴전이라는 후퇴를 선택했다.

그러나 2025년 미국의 국가안보전략(NSS)에 명시된 ‘자원 안보 및 반구 통합’ 규율에 따라 전개된 최근의 지정학적 지각변동은 철저히 계산된 역습이다.

서반구에서는 베네수엘라를 무력화해 중국의 중성유 가치사슬을 흔들고 파나마 해상 요충지를 조였으며, 북극 항로의 초입인 그린란드를 선점해 중국의 우회로를 차단했다. 그리고 마침내 중국 경제의 가장 가혹한 아킬레스건인 호르무즈 해협(이란)에서 촉발된 분쟁은 미국의 에너지 패권을 완성하는 신호탄이 되었다.

이란 전쟁은 돌발 악재가 아니라, 세계 에너지 중심성을 걸프 지역에서 대서양 분지로 점차 재조정하기 위한 고도화된 안보 책략이다. 이 전환은 미국에 세 가지 가혹한 전략적 이점을 가져다준다.

중동의 봉쇄로 장기 석유 선물이 배럴당 75달러 고지를 돌파하자, 미국 셰일 기업들은 자본 지출(CAPEX)을 무차별적으로 늘리며 기록적인 원유·LNG 수출로 미 재정 수입을 든든히 다지고 있다.

유럽이 외치던 ‘전략적 자율성’은 신기루가 되었다. 유럽의 첨단 산업과 AI 컴퓨팅을 돌릴 인프라 경쟁력 자체가 미국의 LNG와 원유 수출에 완전히 저당 잡히면서, 유럽은 대서양 시스템에 영구 독점적으로 예속되는 결과를 낳았다.

걸프의 대혼란으로 반사이익을 얻어 재정적 탄력성을 회복한 러시아는 굳이 중국에 저자세로 에너지를 넘겨줄 이유가 사라졌다. 모스크바가 유리한 고지에서 베이징에 에너지 단가 인상을 요구하기 시작하면, 중국의 제조업 투입 원가는 치솟고 고질적인 산업 경쟁력은 내부에서부터 균열을 맞이하게 된다.

정유소 호환성 족쇄 격파... 경량 셰일 수출하고 중량 원유 수입하는 ‘스왑 룰’


투자금융(IB) 업계가 지적한 최대 장애물, 즉 ‘미국산 경질 셰일 오일과 전 세계 정유 공장의 불일치’ 리스크 역시 미국 주도의 관리된 유통 재구성으로 빠르게 격파되고 있다.

이미 유럽 정유사들은 2022년 러시아 에너지 붕괴 사태를 거치며 경질유 처리 적응력을 완벽히 마쳤고, 인도의 메가 정유 허브들은 어떤 유종이든 마진율을 뽑아내는 유연한 중간 정제기지로 진화했다.

새로운 무역 방정식은 단순하다. 중량 원유 수입에 최적화된 미국 걸프 연안의 정유 인프라는 파이프라인을 통해 들어오는 캐나다와 서반구 베네수엘라의 중질유를 흡수해 안방 대차대조표를 방어한다.

동시에 본토에서 뿜어져 나오는 경질 셰일 원유는 유럽과 인도로 전량 수출된다. 이 과정에서 걸프 지역 산유국들은 글로벌 자산시장에서 자신들의 지분을 처참히 잃어가고 있다.

물론 대통령 지지율의 아킬레스건인 미국 국내 휘발유 인플레이션 통제라는 난제가 남아있다. 트럼프는 이를 위해 시장에만 맡겨두는 자유방임주의를 버리고, 전략적 비축유(SPR)의 전략적 방출과 에너지 기업 압박, 횡재세를 재원으로 한 임시 보조금 투입 등 철저히 조율된 ‘에너지 민족주의’ 카드로 시간을 버는 실리주의적 책략을 구사하고 있다.

중국의 인내와 유라시아 동맹... “휴전은 평화가 아닌 장기전의 준비”


중국 전략가들 역시 미국의 이러한 움직임이 결코 단순한 변덕이나 정책적 고립주의가 아님을 정밀하게 읽어내고 있다. 미국의 행동이 장기적인 미국 권력을 증진하기 위해 세계 경제 시스템의 뼈대를 바꾸려는 정교한 책략임을 눈치챈 것이다.

상하이 국제문제연구소의 자오롱 박사는 “중동이 중국에 안정적인 에너지 완충 구역 역할을 해주기 어려워진 것이 명백해졌다”고 진단했다. 이에 따라 베이징 당국은 미국 주도의 해상 시장 재구조화에 맞서 인내심을 가지고 체질 개선에 돌입했다.

재생에너지에 천문학적인 전력을 공급해 전력망을 내재화하는 한편, 서반구에서 미국과 직접 부딪히는 바보 같은 전면전을 피하는 대신 러시아와의 유라시아 동맹을 강화하고 중앙아시아 화물 회랑 및 북극 해상 운송로(극지 통로) 등 대륙 중심의 대안 인프라 기지를 까는 자강론으로 응수하고 있다.

자산운용사 거시경제 전문가는 “중국 국무원이 2.2조 달러 규모의 도시 재생을 펴고 알리바바 AI가 탑5를 기록하는 등 아시아발 기술 굴기가 거세지만, 미국이 DFC에 2,050억 달러 한도를 쥐여주고 호르무즈 리스크를 무기화해 원가 대차대조표 자체를 교란하는 국면”이라며 “미·중 간의 무역 휴전은 결코 패권 경쟁의 완화나 종식이 아니라, 양국이 서로의 급소를 확인한 상태에서 가혹한 장기 체급 전쟁을 치르기 위해 전열을 정비하는 일시적인 안보 완충기에 불과하다”고 분석했다.


신경원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shincm@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