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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도 전력도 없다" 주민 반발에 막힌 미국 AI 데이터센터… 60조 원 날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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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도 전력도 없다" 주민 반발에 막힌 미국 AI 데이터센터… 60조 원 날아갔다

허가 지연에 금융 비용 급등, IRR 붕괴로 '착공 기준 공급 과잉' 부실화 직격탄
블룸 에너지 '온사이트 발전' 대안 부상 속 AI 인프라 투자 사이클 첫 균열
인공지능(AI) 열풍이 기술 기업을 넘어 자동차 제조사까지 에너지 사업으로 끌어들이며 미국 경제 전반을 재편하고 있다. 이미지=제미나이3이미지 확대보기
인공지능(AI) 열풍이 기술 기업을 넘어 자동차 제조사까지 에너지 사업으로 끌어들이며 미국 경제 전반을 재편하고 있다. 이미지=제미나이3

악시오스(Axios)는 지난달 31(현지시각) 인공지능(AI) 열풍이 기술 기업을 넘어 자동차 제조사까지 에너지 사업으로 끌어들이며 미국 경제 전반을 재편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과거 저렴하고 흔한 원자재로 취급받던 전력은 AI 데이터센터 확충 경쟁 속에서 가장 가치 있는 전략 자산으로 부상했다. 전력 확보 경쟁이 AI 호황의 근저에 자리 잡은 2의 골드러시로 작용하면서 막대한 자본이 에너지 시장으로 유입되는 흐름이다.

이에 따라 전력 공급망 선점 여부가 기업의 미래 생존을 가르는 핵심 변수로 자리 잡았다. 문제는 수요가 아니라 연결되지 못하는 전력이다. AI 전력 시장은 무한 성장 산업이 아니라, 이미 병목에 진입한 선점 경쟁 산업이다.

'온사이트' 전력 대안株 몸값 폭등… 완성차 포드도 ESS 진출

빅테크 기업의 데이터센터 증설로 전력 수요가 폭증하자 공급 능력을 갖춘 에너지 기업들이 증시에서 주도주로 대접받고 있다.

완성차 업체 포드(Ford)는 이달 초 데이터센터와 대규모 전력 소비처를 겨냥한 에너지 저장 장치(ESS) 사업 진출을 선언하며 '포드 에너지'라는 자회사를 설립했다. 20억 달러(3조 원) 규모의 전력 사업 진출 소식에 포드 주가는 3년 만에 최고치로 치솟았다.

기존 전력망 연결 없이 부지 내에서 자체 발전이 가능한 '온사이트(On-site) 전력 솔루션' 기업들은 독점적 대안으로 평가받으며 몸값을 키웠다. 고체산화물 연료전지 기술을 보유한 블룸 에너지(Bloom Energy) 주가는 전력망 병목의 유일한 돌파구로 지목되며 지난 1년간 1200% 이상 폭등했다. 다만 전력망 병목 프리미엄이 과도하게 반영됐다는 밸류에이션 부담도 동시에 제기된다.

지열 발전 스타트업 페르보 에너지(Fervo Energy)도 이달 초 상장 직후 전력원을 찾는 월스트리트 자금을 흡수하며 급등했다. 전력 장비 제조업체 GE 버노바(GE Vernova)는 올해 1분기에만 지난해 전체 동급 판매량을 넘어서는 24억 달러(36300억 원) 규모의 데이터센터용 전기 장비 주문을 받았다. 이 회사 주가는 올해 들어서만 약 60% 상승했다.

과거에는 전력이 제조업의 단순 투입 요소에 불과했으나, AI 시대에는 전력 자체가 고부가가치 상품으로 전환했음을 증명하는 지표다.

인허가 지연이 부른 IRR 붕괴… 1분기 무산된 프로젝트만 400억 달러


그러나 전력 시장의 과열 양상 뒤편에서는 거센 역풍이 불기 시작했다. 대규모 데이터센터 건설에 따른 환경 오염과 자원 고갈 문제가 불거지며 지역 사회의 반발이 급증했기 때문이다.

시장조사업체 힛맵 프로(Heatmap Pro)의 분석을 보면, 주민 반대로 무산된 데이터센터 프로젝트 규모는 올해 1분기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 기간 취소된 사업의 총투자금은 400억 달러(605800억 원)에 달한다. 이는 단순한 민원 제기 수준이 아니라, 인허가 지연이 금융 비용을 급격히 끌어올리며 프로젝트 내부수익률(IRR)을 직접 훼손하는 구조적 리스크로 작용한 결과다.

마이크로소프트(MS)의 에너지 책임자 출신인 브라이언 재누스 클로버리프 인프라 공동창업자는 주민들이 데이터센터의 막대한 용수 사용, 대기 오염, 냉각팬 소음 문제를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텍사스의 세계 최대 규모 데이터센터 제안서와 유명 투자자 케빈 오리어리가 추진하는 유타주 프로젝트 등을 언급하며, 과도한 메가 프로젝트의 난립으로 향후 수많은 투자자가 막대한 손실을 볼 수 있다고 경고했다.

데이터센터 수요 자체가 줄어서가 아니라, 전력망 연결 지연과 환경 규제가 공급 타이밍을 늦추면서 '착공 기준 공급 과잉'이 발생하는 일종의 유동성 병목 현상이다.

위기를 기회로 바꾸는 기술… 빅테크·임팩트 투자사 냉각·저탄소 기술공동 육성


환경 규제와 주민 반발이라는 걸림돌은 역설적으로 전력 효율화와 친환경 건축을 유도하는 신생 스타트업들에 새로운 사업 기회를 열어주고 있다.

현재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아마존, 메타 등 세계적 빅테크 기업들은 비영리 투자사 엘리멘탈 임팩트(Elemental Impact)와 손잡고 데이터센터를 시험대로 삼아 신기술 검증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들이 주목하는 핵심 기술은 고성능 수랭식 냉각 시스템, 차세대 에너지 저장 장치, 탄소 배출을 줄인 저탄소 건축 자재 등이다. 이러한 기술이 시장에서 대량 생산 체제를 갖추면 데이터센터의 고질적 문제인 수자원 과다 소비와 소음, 대기 오염 우려를 상당 부분 완화할 수 있을 것으로 시장은 기대한다.

인프라 투자자가 선행 추적해야 할 3가지 체크포인트


국내외 투자자들이 AI 전력 공급망 호황 속에서 상투를 잡지 않으려면 지표의 선행성과 중요도에 따른 우선순위를 정해 전력 인프라 리스크를 관리해야 한다.

첫째, 가장 선행하는 지표는 빅테크 기업의 설비투자(CAPEX) 집행 속도다. 데이터센터 증설 기조와 테크 기업들의 실질적 자금 집행 능력이 유지되는지 분기별 가이던스를 가장 먼저 확인해야 한다.

둘째, 가장 뚜렷한 병목 변수는 미국 지역별 전력망(Grid) 용량 및 승인 기간이다. 인허가 지연으로 인한 금융 비용 상승과 프로젝트 수익성(IRR) 훼손 여부를 가늠할 수 있는 직접적인 리스크 기준선이다.

셋째, 가장 강력한 게임체인저는 차세대 냉각 기술 및 ESS 상용화 시점이다. 주민 반발과 규제 장벽을 원천적으로 무력화하고 착공 기준 공급 과잉 우려를 씻어낼 장기적 돌파구다.

AI 경쟁의 승패는 반도체가 아니라, 결국 전력을 언제 연결할 수 있느냐에서 갈릴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김주원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